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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클래식 선율과 함께 낭랑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온다. "이번 역은 이 열차의 종착역인 ○○역입니다…" 열차 안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향하고 문이 열리자 늘어졌던 몸이 갑작스런 한기에 가볍게 움찔한다. 철길의 끝인 종착역은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산머리에 쌓여있는 눈과 얼어붙은 실개천… 쓸쓸한 듯 정겨운 겨울여행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의 소금강'으로 가는 소요산역
1호선을 타고 전철이 다닌지 얼마 되지 않는 경기도 양주의 한가로운 창밖 풍경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가롭게 거닐다'라는 뜻의 종착역 소요산(逍遙山)에 도착한다. '경기의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세로 이름난 곳으로 전철이 들어선 뒤 등산객들이 부쩍 늘었다. 소요산역 한석동(51) 과장은 "통근열차가 다닐 때 하루 손님은 400명 정도였지만, 1호선 전철이 들어오고 나서 많은 때는 8000명까지 몰린다"고 말했다.
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소요산 매표소다. 나뭇가지와 바위틈으로 내린 눈이 얼어붙어 있는 등산로를 따라 40여분 조심조심 올라가면 신라 무열왕 시절에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자재암이 나온다. 의상대(587m)에 올라서니 동두천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에 들렀다 오는 길에 자유 수호 평화박물관과 벨기에·룩셈부르크 한국전쟁 참전비도 둘러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