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행은 뭄바이로부터 시작된다. 뭄바이는
인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인구 1200만명이
넘는 거대 도시다. 우리에게는 봄베이(Bombay)라는 지명이
익숙하다. 그런데 1996년 이후 뭄바이(Mumbai)로 바뀌었다.
인도 독립 이후 영국 식민지의 잔재를 없앤다는 취지에서 인도
고유어로 환원시킨 모양이다. 초기 거주자들이 숭배하던
여신 뭄바(Mumba)의 이름을 딴 것이다. 뭄바이는 인도 수출입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항만 기능이 발달해 있는 항만 도시다.
특히 1869년 수에즈 운하가 열리면서 인도에서 유럽까지
최단거리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어 항구도시로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뭄바이는 어느 도시보다 서구적인
곳이다. 중심지에 늘어선 건물들의 서구적인 면모도 그렇지만
이곳에 사는 중산층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인도의 여느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약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뭄바이의야외
잔디광장(메단, maidan)에서 오후의 크리켓 경기를 관람하거나,
식민지 시대의 장엄한 건축물을 둘러보거나, 붉은 색의
이층버스를 타고 있노라면 더욱 그렇다. 뭄바이는
빈자와 부자,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있는 도시다. 화려해
보이는 인도의 중심가와 초고층 아파트들에선 내노라하는
교수, 의사, 유명 영화배우들이 살고 있고, 여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대엔 극빈층의 슬럼가가 자리하고 있어
비인간적인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부유층들은 청소부, 정원사 등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빈민가의 천막촌에서 공급된다.
반면 천막촌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부유층집에서 내주는
일거리로 먹고 살고 있다. 이것이 인도인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존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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