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학자 이이의 이기론(理氣論)
이이의 이기론(理氣論)이 가지는 특색은 다음과 같다. 이(理)는 무형무위(無形無爲)한 존재이며 기(氣)는 유형유위(有形有爲)한 존재이다. 이는 기의 주재자(主宰者)이고 기는 이의 기재(器材)이다. 즉 이(理)는 이념적 존재이므로 시공을 초월한 형이상적(形而上的) 원리로서 만물에 공통적인 것이다. 기는 질료적(質料的)·작위적(作爲的) 존재로서 시공의 제한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이하적(形而下的) 기재로 국한적인 것이다.

이이는 이와 같이 무형과 유형의 차이로 이통(理通)과 기국(氣局)을 설명한다. 유위와 무위의 차이로 기발(氣發)과 이승(理乘)을 설명했다.
이처럼 이이는 이존론(理尊論)을 주장하는 이황과 달리 이의 능동성을 부정하고, 이기의 부잡(不雜)보다는 불리(不離)를 강조했다.
즉 이기가 서로 떨어질 수는 없지만, 묘합(妙合)한 가운데 이는 이이고 기는 기여서 서로 협잡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일물(一物)이 아닌 것이다.
이(理)는 이(理)이고 기(氣)는 기(氣)라고 하더라도 이와 기는 혼륜무간(渾淪無間)해서 선후와 이합이 없기 때문에 이물(二物)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따라서 이와 기는 서로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이와 기의 성질을 구분하여 형이상·형이하라고 말하는 것이다(기발이승일도설).
이러한 그의 이기관은 그대로 인간관에 반영된다.
먼저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면, 그는 칠정은 사단을 포괄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따라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을 본래 하나의 성으로 여기고, 이만을 지칭할 때에는 본연지성이라 하고 이와 기를 서로 관련시켜 파악할 때에는 기질지성이라 한다고 했다.
기질지성은 본연지성을 겸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인간의 모든 감정을 총괄하여 말하면 칠정이고 그중에서 특히 선일변(善一邊)만을 지칭하면 사단으로서, 칠정은 사단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본연지성과 기질지성, 사단과 칠정은 근원적으로 둘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사단은 도심이라 할 수 있고, 칠정은 인심과 도심을 총괄해서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인심에는 천리(天理)도 있고 인욕(人欲)도 있어서 인심과 도심은 근원적으로 둘이 아니며, 인심과 도심은 다만 도의(道義)를 위해서 발했는가, 육체적 욕망을 위해서 발했는가에 따라 구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견해는 인욕을 천리에 배치된다고 보는 기존의 천리인욕설과는 대비되며, 인간의 의식주에 대한 초보적인 욕구를 당연시함으로써 생산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긍정하는 견해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이이는 모든 사물이 변화한다고 여겼다.
그는 변화의 기초에 음양에 구비되어 있는 동(動)과 정(靜)의 속성과 그 음양을 동정하게 하는 법칙성이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그 운동변화의 원인을 기 자체의 속성 대신 소이연(所以然)으로 설명했다.
주목되는 것은 그가 변화에 대한 이해를 사회현상에 적용한 것이다. 그의 변법사상의 기초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至夜書懷(지야서회)
/율곡(栗谷) 李珥(이이)
子半一陽動(자반일양동) : 동짓날 자시에 한 양(陽)이 움직이니,
天心妙難議(천심묘난의) : 하늘 마음 미묘해서 말하기 어려워.
若識無中有(약식무중유) : 만약 무(無) 중의 유(有)를 안다면,
雷聲殷大地(뇌성은대지) : 천둥 소리에 대지가 흔들릴 제
中宵點新火(중소점신화) : 한밤중에 새 불 켜놓고
耿耿坐不寐(경경좌부매) : 그대로 앉아 잠들지 않은 채,
及此夜氣淸(급차야기청) : 이 밤기운 맑은 시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