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함과 자신감이 그의 내부에서 시시각각 자라났다. 그 다음 순간 이 사람은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무엇이 그를 이처럼 변화시켜 놓은 것일까?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죄와 벌 상』, 열린책들, p.275)
이 구절에서 나는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가 저지른 죄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였다. 어쩌면 그의 죄란 노파와 노파의 여동생을 죽인 때보다도 이런 순간에 더욱 분명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죄를 저질렀음을 은연중이나마 인정하고 괴로워 할 때에는 죄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지만, 자기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교만과 합리화에 빠져버리면 결코 그럴 수가 없다. 나도 이런 때를 자주 겪는다. 나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것은 매우 괴롭고 두려운 일이다. 남한테 피해를 끼쳤을 때, 그것은 그 사람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참 쉽고 편하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교만해지고 죄책감에 무뎌진다. 그래서 이 구절을 보며, 죄의 본질은 그 행위보다도 행위를 옹호하는데서 분명해진다고 느꼈다.
첫댓글 강새별 학우의 의견을 읽으며 저 또한 그랬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죄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 다시끔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회개가 없다면 구원을 받을 날도 영영 오지 않겠지요.. 공감되는 글 입니다.
죄의 본질은 행위를 옹호하는데 있다는 점이 참 공감됩니다. 누구에게나 있겠죠 이런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