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홍농성당 진도 관매도 친교 여행
오늘은 사목회가 주축이 되어 관매도와 조도 등 섬 관광을 하기로 한 날인데 일기예보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한다. 7시 20분경 성모상 앞에 모여 신부님의 기도를 시작으로 축성을 받고 버스에 올라 출발한 시간이 30분이 되었다. 안기현 유스티노의 진행으로 신부님의 인사말이 끝나자 오늘 일정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오늘 동행할 교우들은 어린이 2명을 포함하여 모두 26명이다. 가는 도중 간식을 싣고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듯 하늘도 추적추적 눈물을 뿌린다. 차창 밖에는 며칠 사이에 황금 빛 보리밭이 모내기로 파란 물결로 바뀌고 있다.
8시 10분경 함평천지 휴게소에 도착하여 해우소에 들른 후 다시 출발하였다. 멀리 산등성이 마다 유월을 웅변하는 밤나무 꽃이 뿌옇게 면적을 넓히고 있다. 의자를 눕혀 피곤을 더는 교우, 차창밖에 눈길을 던진 교우, 묵주기도를 하는 교우,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교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9시 20분 버스가 멈춘곳은 명량해전이 있었던 전라우수영에 도착하였다. 비수기인 탓인지 우수영 앞에 자리한 주막과 활쏘기 장, 곡물창, 대장간 들이 이름표를 단채 굳게 닫혀 있다. 우수영 옆으로 현수교인 진도대교가 멋지게 늘어서 있고, 일행은 우수영 내를 돌아 나와 버스에 올랐다. 가는 길 우측으로 명량해전의 접전지인 울돌목이라는 표지판이 스친다.
1592년 10월 25일(음력 9월 16일) 당시 일본의 구루시마 미치후사와 도도 다카토라가 수군 133척을 몰고 침략 했을때 이순신 장군은 단 13척의 판옥선으로 적을 궤멸시키고 구루시마 미치후사의 목을 돛대에 매달아 아군의 사기를 높였던 곳이다.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유스티노는 이동하는 중에 비옷을 준비할 것을 안내하였다. 10시경 배종순 장군 사당이라는 표지판을 지나 10분 후 우리는 평목 항에 도착하여 표를 끊고 승선 하였다. 막걸리 한 박스에 오리 튀김을 들고 배에 올라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배안에는 누워서 쉴 수 있도록 바닥도 따끈하였다. 3층에는 햇빛 차광막 사이로 빗 방울이 날려 의자와 탁자 위에 물이 고여 있다. 신부님이 모두 올라오라고 하여 튀김 안주에 막걸리를 한 순배 돌리자 흥이 나는지 어깨춤에 노래 부르며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조도에 도착하니 11시 였다.
어류포대합실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 25인승 버스에 올랐다. 손님은 현지인 세분 외에 우리가 전부였다. 버스를 타고 들어가니 조그마한 유람선이 기다리고 있다. 선주는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방송을 마친 뒤 15분쯤 유람선이 출발하고 가늘어 지던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진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들이 스쳐지나가고 상조도와 하조도를 잇는 다리가 보인다. 30분경 섬 산등성이로 전보대가 보이고 곰솔 가매마을 양식장과 구성바와 방아섬을 지나며 선주는 관매 팔경인 이곳의 전설을 설명하는데 소리가 윙윙거린다. 45분경 관매도 관호마을에 도착하자 빗줄기가 점점 사나워져 비옷을 꺼내 걸치고 배낭에도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 커버를 덮었다. 막걸리를 마신 탓에 모두들 화장실 앞에 줄을 늘어 선다. 배낭은 마을 어귀 육모정에 두고 발길을 재촉했지만 선두와 후미가 멀어져 기다렸다가 하늘다리로 출발하였다.
하늘 한 귀퉁이가 조금씩 밝아지며 빗줄기가 가늘어 진다. 섬 특유의 털머위가 보이고 인동덩굴이 금은화를 활짝 피우고 있다. 길옆으로 톳과 다시마를 말리는 망이 여기저기 바닥에 깔려있다. 잠시 후 ‘돌묘와 꽁돌’ 이라는 팻말을 따라 집채만 한 둥근 바위가 보인다. 날씨가 좋아지자 신부님은 날씨의 은총을 받았으니 식사를 하늘다리에서 하신단다. 남자들 몇이 육모정에 둔 배낭을 가져오고 아이들 두 명을 데리고 온 울바노씨 가족도 짐을 가지고 하늘다리로 향했다. 하늘다리를 지나니 12시 45분 다리 바닥이 투명하게 천 길 낭떠러지가 보인다. 모두 모여 식사할 넓은 장소가 마땅치 않아 바닷가 바위로 내려가 대여섯 명씩 자리를 잡고 둘러 앉아 싸온 반찬 들을 하나씩 내어 놓으니 진수성찬이다. 안동 소주가 한 순배 돌고 국순당이 한 사발 도는 사이 배가 불룩해진다. 식사를 마치자 신부님은 다음엔 베드로회에서 청산도를 갈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1시 반경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고 모두 짐을 챙겨 오던 길을 되짚어 왔다.
1시 55분쯤 풍광이 뛰어난 곳에서 막걸리를 비우고 사진도 찍으며 잠시 쉬다가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들어가니 파도에 톳과 덕자를 닮은 생선이 밀려와 있다. 생선은 크고 입에는 깔다구(농어새끼)가 들어 있었단다. 헬레나 씨가 들고 있는 사진을 찍었다. ‘돌묘와 꽁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바닷물이 빠져 선착장에서 승선해야 되기 때문에 타이탄에 두 번 나누어 타고 선착장을 향했다. 3시경 우리는 오던 길을 되짚어 조도를 향했다. 뱃전 뒤로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파도를 일으키며 섬들 사이를 지난다. 승객중 우리말고 섬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관매도에 대해서 지나치며 설명을 한다. 관매도는 매가 나는 듯 날렵하다하여 붙어졌으며, 또 매화나무가 많아 매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단다. 관매도는 조도 6경중(상조군도, 하조군도, 가사군도, 성남군도, 거차군도) 하나로 관매도에는 관매 팔경이 있으며 제1경은 동서로 3km에 이르는 백사장의 고운 모래와 청정해역의 맑은 물인 관매도해수욕장이란다.
제2경은 방아섬(남근바위)로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으며, 정상에는 남자의 상징처럼 생긴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진단다. 제3경은 돌묘와 꽁돌로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꽁돌을 두 왕자가 가지고 놀다가 지상으로 떨어뜨려 하늘장사에게 가져오게 하였으나 거문고 소리에 매혹되어 넋을 잃고 말았단다. 그러자 두명의 사자를 시켜 하늘장사를 데려오게 하였으나 사자마저 거문고 소리에 매혹되어 옥황상제가 진노하여 그들이 있던 자리에 돌무덤을 만들어 묻어 버렸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서북쪽 방향의 산등성을 넘어 해변에 이르면 비 오는 날이면 할미도깨비가 나온다는 할미중드랭이굴이 제4경이고 제5경 하늘다리로 바위산 중심부를 칼로 자른 듯이 똑바르게 갈라져 그 폭이 3∼4m이고 그 주변은 기암절벽의 절경이다. 이곳에는 옛날 방아섬에서 방아찧던 선녀들이 날개를 벗고 쉬었다는 전설이 있단다.
그리고 제6경 서들바굴 폭포로 방아섬에서 방아를 찧던 선녀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밥을 지어먹었다고 하여 이곳 주민들은 7월 백중에 여기에서 밥을 지어먹고 폭포수의 물을 맞으면 피부병이 씻은 듯 낳는다고 한다. 제7경은 다리여로 서들바굴을 지나면 구렁이 바위가 있는 다리여가 나온다. 제8경은 하늘담으로 매년 청년을 제주로 추대해 당제를 올렸는데 그 전 후 1년 동안에는 여자를 만나는 것이 금기되어 있는데 그 기간에 전부터 사귀어온 처녀를 만나 벼락을 때려 한쪽 섬 전체가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었고 그 후 이곳을 하늘담 또는 벼락바위라고 부른단다. 잠시 후 3시 30분경 우리는 조도에 도착하여 어류포 대합실에서 기다렸다가. 3시 50분경 평목행 배에 올랐다.
비가 멎고 구름 낀 하늘 한곳이 언뜻언뜻 푸른색으로 보인다. 베트남 하롱베이를 방불케 하는 멋진 섬들이 그림처럼 지나가고 4시45분경 우리는 평목항에 도착하였다. 평목항 대합실 앞에서 버스를 타고 수품항에 내렸을 때엔 5시20분경 우리는 진도 수산시장을 둘러보고 이곳에서 특산물인 전복이며 건어물을 사고 나서 활어 회에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광어와 숭어회에 매운탕을 곁들여 소주를 마시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버스에 올랐다. 하나둘 전등불이 켜지며 즐겁게 휘청거리는 밤 버스는 홍농을 향했다. 그리이스와 축구 장면이 TV에서 방영되자 모두 마음을 모아 응원을 하는데, 지하터널 구간을 달릴 때 마다 화면이 가끔 멈추어 애간장을 녹인다. 수밀도 높은 하루의 친교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성당에 도착 하였다. 오늘 신부님과 친교여행을 위해 애쓰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