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팔경에 숨어있는 보석들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어느덧 6월 중순의 주말이다. 주말은 나에겐 늘 행복을 안겨준다. 왜냐하면, 주말마다 내가 좋아하는 등산을 하러 가기 때문이다. 한 해의 분수령인 유월도 절반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살금살금 찾아온 여름이 무르익어가기 시작한다. 따라서 더위도 함께 익어간다. 보름만 더 지나면 젊음을 불사를 낭만의 계절 7월이다. 더위와 땀을 동반한 여름은 머지않아 장마가 온다고 일기예보에선 떠들어 댄다. 장마가 오기 전에 어디론가 떠나보자. 해피 가족의 둘레길 멤버 12명은 충북 단양의 8경 중 하나인 단양 선암골 생태유람 길 탐방로(探訪路)라는 곳으로 쉼을 하고파 떠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그러나 이름 자체가 매우 신선함을 준다. 장선덕 사진작가의 안내로 이곳을 가는 것이다. 언제 이곳을 답사했는지 몰라도 늘 좋은 장소를 먼저 탐험하고 와 알선을 해준다.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승용차 2대에 나누어 탔다. 봉사하기를 좋아하는 목사님이시며 이 산악회 고문이신 이원갑 고문과 간드러진 웃음으로 모든 사람을 기쁨으로 몰고 가는 강영희 부회장께서 쾌히 오늘 하루 차를 봉사하신다. 두 분께서 직접 운전을 하며 출발을 했다. 새로운 고속도로가 많이 탄생해 필자는 어느 고속도로 가는 줄도 모르고 따라만 간다. 몸은 늙어도 영혼은 늙지 않는다는 말처럼 마음은 이팔청춘이다. 그래서 12명의 가족은 오늘 하루 영혼을 살찌우며 마음과 몸을 신나게 불사를 것이다
길을 잘 몰라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10시 30분경 상선암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분이 상쾌하다. 제일 먼저 신선한 바람이 공기를 싣고 살랑살랑 불어온다. 그리곤 잘 오셨다고 향기로운 공기를 내뿜어 환영해 준다. 싱그러운 자연도 기다렸다는 듯 파란 치마를 펄럭이며 어서 오라 한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도로가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주위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정성을 들여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다. 이곳은 월악산 단양 탐방 소에 속한다. 상선암 출렁다리도 건설해 놓았다. 작은 바위들이 올망졸망 깔린 개울엔 파란 물이 맑은 소리를 내며 졸졸 흐른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위로는 특선암이 있다고 한다. 탐방로(探訪路)의 양옆엔 잔디밭으로 잘 다듬어 놓았다. 탐방객(探訪客)들이 즐겁게 놀며 쉼 할 수 있도록 정자도 지어놓고 수도시설까지 갖추어 놓았다. 개울에 깔린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신선한 물엔 가재가 금세 기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흐르는 물에 잘 다듬어진 바위가 앙증맞게 모여 정겹게 대화하고 있는 개울로 내려갔다. 바위란 놈 오랜 세월 흐르는 물과 친구 되어 놀다 보니 윤기가 흐른다. 미인들은 바위에 앉아 호호 하하 하며 사진찍기 바쁘다. 신께서 빚어낸 작품이지만 혀를 찰 정도로 아름답다. 신선함과 아름다움이 배어 나온다. 물소리까지 정겹게 들린다. 맑은 물이 흐르며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 같은 애교스러운 소리로 들린다. 그 소리가 이토록 아름답고 신선하게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참으로 자연은 물 흐르는 소리까지 놀랍게도 신비로움을 던져 준다. 하늘이 품고 땅이 낳은 단양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한 선인들이 여덟 곳의 명승지를 골라 단양팔경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시문과 그림을 통해 많은 분이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단양 팔경을 나열해 적어 본다. 제1경-도담삼봉, 제2경-석문 제3경-구담봉, 제4경-옥순봉 제5경-사인암, 제6경-하선암, 제7경-중선암 제8경-상선암이다. 우리는 오늘 8경 중 상선암과 중선암 하선암의 3경을 볼 것이다.
상선암(上仙岩)은 단양팔경(丹陽八景) 중 하나로 미남 미녀처럼 빼어난 절경이 지상 최고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경천벽, 와룡대가 있는가 하면 일사대, 명경단이 있고 학주봉 등의 기암괴석과 옥계 수가 어우러져 으뜸가는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상선암(上仙岩)은 삼선구곡(三仙九曲)의 상류에 있다. 수암 권상하(權尙夏;1641~1721) 선생이 명명한 것으로 알려진 상선암은 옛부터 신선이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다. 그 경관이 뛰어나 조선 시대 많은 문인이 이곳의 경치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우리 해피가족 12명도 오늘은 신선 되어 이곳 상선암의 빼어난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감상하고 음미하며 즐길 것이다. 6명의 미인은 마냥 즐거움을 참지 못해 얼굴엔 웃음꽃이 환하게 피었고 웃음을 가득 담은 입은 꽃봉우리처럼 벌어져 있다. 어쩜 저리도 표정들이 밝고 순수해 보일까? 그러면서 눈길이 가는 곳마다 신선하고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사진에 담기 바쁘다.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다. 큰 사업을 한다는 황윤복 대표가 함께 간다. 오늘 처음 보는 회원이지만 미남이면서 믿음직스럽다. 그런데 나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참 반가웠다. 반가운 사람과 추억의 기념사진도 함께 몇 카트 찍었다.
상선암(上仙岩)에서 신바람 나도록 즐기다 중선암(中仙岩)으로 왔다. 이곳까지의 거리는 약 800m이다. 이곳도 역시 돌 하나 나무 한 그루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품고 있다. 이 아름다움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나의 머리로서는 감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자연의 신비로움이 깔려있다. 신께서 내려준 이 신비롭고 아름다움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감상할 뿐이다. 그토록 아름다움을 보기만해도 귀태가 흐르는 정창희 산악대장과 늘 해피가족을 위해 봉사하고 자연미가 넘처나는 김명순 총무 그리고 아무리 미인이라 해도 나보다 더 한국적인 아름 다움을 간직한 미인이 있으리오 하는 심명자 부회장이 있다. 또 오늘 처음보는 정혜자 회원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얼굴이 가냘푼 미인이다. 이 네 분의 미인이 함께 어울리니 중선암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중선암(中仙岩)은 조선 효종조의 문신인 곡운 김수중이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도 역시 미인들은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이미경 미인은 몸이 얼마나 유연하고 날렵한지 포즈를 취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멋진 포즈가 나온다. 액션 탤런트나 모델로 활약했으면 대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박재강(바오로) 고문과 김미자(카타리나) 자매님이 오늘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이 부부는 늘 함께 산행한다. 언젠가는 내가 글에 남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비로소 이 원앙 부부를 글에 올리게 되어 나 자신 감격스럽다. 서로가 아끼고 챙겨 주는 모습은 하늘에서 내린 천사와 같은 부부다. 박재강(바오로) 고문은 타의 모범이 되려고 늘 노력하는 분이시며 김미자(카타리나) 자매 역시 그런 분이시다. 필자와 같은 성당을 다니는 형제자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 부부는 남을 도와주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것도 왼손이 한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부부다. 두 분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오늘 선암골 생태유람 길에 참석한 모든 회원들은 축원해 줄 것으로 본다.
중선암(中仙岩)은 삼선구곡의 중심지이며 암계류에서 쌍용이 승천하였다 하여 「쌍용폭」이라 한다. 이곳엔 큰 바위에 옥렴대(玉廉臺) 각자(刻字)를 해설해놓은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水三江四(수삼강사) 石仙山郡(석선산군) 이라고 큰 글씨로 새겨 놓았고 옆에는 崇楨九十年 丁酉秋觀察使 尹憲柱書라고 옥렴대(玉廉臺)에 새겨 놓았다. 큰 글씨는 "사군의 강산이 아름답고 삼선의 수석이 빼어나다" 는 뜻이다. 예로부터 단양, 영춘, 제천, 청풍 네 개의 군을 사군이라 했으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일컬어 삼선이라 했다. 작은 글씨는 "숭정 90년인 정유년 가을에 충청도 관찰사 윤헌주가 썼다. 는 뜻이다. 숭정은 중국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중의 연호인데 이 해를 서기로 환산하면 1717년이다. 윤현주(1661~1729)의 본관은 파평, 시호는 함경감사, 한성판윤, 평안감사, 형조판서, 공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이인좌의 난을 평정한 공로로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에 쓰인 이 글씨는 크고 화려하여 중선암의 상징이 되고 있다.
중선암에서 하선암(下仙岩)까지의 거리는 약 5km이다. 하선암(下仙岩)을 보기 위해 5km를 뙤약볕을 받으며 걸어야 한다. 회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행복마을"로 이름을 지은 가산1리가 나온다. 이 마을 입구엔 조그마한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막 지나자마자 산비탈의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따가운 볕에 시달린 풀잎에선 강한 풀 내음을 풍긴다. 얼마 걷지 않았을 때 길옆에 검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린 뽕나무가 손짓한다. 가지마다 까맣게 익은 오디가 우리를 유혹한다. 어서 와 보약 중의 보약인 자기를 따먹으라고 한다. 회원들은 오디를 보자마자 벌들이 꽃에 달려들듯 뽕나무 가지를 하나씩 휘어잡고 오디를 따기 시작한다. 오디를 따면 입으로 들어가기 바쁘다. 웃음꽃이 피어있는 강영희 부회장 입에선 아이고 맛나다는 소리가 연발 튀어나온다. 김명순 총무는 여기서도 역시 같이 온 회원을 주려고 손에 가득 오디를 담는다. 오디를 따는 회원들의 손은 검정 물이 들었고 입은 검정 루주를 바른듯하다. 입술은 붉고 검은색이 혼합되어 마치 아프리카 흑인의 입술로 변해간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순수하고 소박한 재미가 또 어디 있을까? 서울에 가서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자랑삼아 할 것이다.
드디어 하선암(下仙岩)에 도착했다. 단양팔경(丹陽八景) 중 하나인 하선암(下仙岩)은 삼 층으로 된 넓은 바위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얹혀있어 그 경관이 수려하며 삼선구곡(三仙九曲)을 이루는 심산유곡의 첫 경승지이다. 하선암(下仙岩)은 단양 남쪽 4km 지점인 단성면(丹城面) 대잠리(大岑里)에 있다. 불암(佛岩), 선암(仙岩)이라 불리기도 하는 하선암은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져, 그 절경을 더하여 조선 시대 많은 문인들이 이곳의 경치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이곳 선암계곡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바위들이 있는데 이름하여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라고 하는데, 그중 하선암은 단양팔경의 제6경으로 3단으로 이루어진 흰 바위다. 넓은 마당 같은 바위로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러니 앉아 있는 형상이 미륵 같다 하여, 부처 바위(佛岩) 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양팔경 중에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잇는 계곡을 삼선구곡(三仙九谷)이라고 한다. 퇴계 이황이 '속세를 떠난 듯한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고 극찬했던 명승지다. 상선암은 기묘한 암반과 맑은 계류, 울창한 숲이 어울려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하며 경천벽, 와룡암, 차일암, 일사대, 명경담 등과 벗해 있어 아름다움에 빛을 더한다. 중선암은 두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쌍룡폭포와 명경대, 옥렴대 등 희고 큰 바위를 중심으로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피서의 명소다. 하선암은 거울처럼 맑은 계류 옆으로 100평 넓이의 하얀 암반이 있고, 그 암반 위에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다. 조선 성종조 임재광 선생이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 하여 「선암」이라 명명하였는데 거울같이 맑은 명경지수가 주야장천 흐르고 있고 물속에 비친 바위가 마치 무지개같이 영롱하여「홍암」이라고도 하며 마치 신선들의 연회장과도 같다. 봄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가을에는 단풍이 어우러진 장관은 속세를 떠난 별천지이며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교통이 좋고 주위엔 나무가 우거져 있으며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다. 어린이들이 물놀이하며 놀기에 가장 적합한 웅덩이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장소다. 아마도 가족 여행으로는 최고의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해가 저물어 간다. 회원 여러분의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2018년 0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