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 한수풀 해녀학교
해녀의 숨비소리를 듣다
21세기 들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노인인구로 제주는 고령화사회에 점점 접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생업에 뛰어들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령의 해녀들은 있지만, 새로운 세대들은 우리 제주가 지켜나가야 할 중요문화유산인 해녀라는 직업에 쉽게 뛰어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우리에게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해녀들을 우리 시대의 코드에 맞게 양성하는 귀덕 2리 포구에 위치해 있는 한수풀 해녀학교 및 해녀체험장이 주목받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읍장 강영호)과 한림읍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양정권), 한림읍귀덕2리어촌계(어촌계장 임명호)에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해녀문화 보존과 전승 및 새로운 해녀를 육성하는 한수풀 해녀학교 및 해녀체험장 설립사업을 올해 초부터 전개해 왔다.
해녀체험장에서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과 체험자들이 현대적 감각에 맞게 디자인과 색상을 바꾼 해녀복을 입고 해녀들과 함께 직접 바다 속에서 소라와 전복 등을 채취할 수 있다.
해녀의 부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림읍 관계자들은 이런 색다른 체험관광의 기회를 통해서 지역주민들의 소득이 상당부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제주의 전통문화와 해녀들의 삶을 체험하는 과정은 제주관광 홍보에도 한몫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수풀 해녀학교에서는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해녀가 되려는 시민들을 모집해 일정기간 전문 강사를 통해 물질작업의 이론과 실기를 습득하고, 단기간 내에 해녀로서의 전문적 기술을 연마시켜 주고 있다.
서울에 사는 남성과 필리핀 이주여성도 학생으로 등록하여 열심히 물질을 배우고 있는데, 해녀 양성과정은 16주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3시~5시에 이루어지며, 해녀들이 갖고 다니는 도구의 사용법 및 잠수·호흡법, 수영법 등의 이론 교육을 받게 된다.
일일 체험과정을 받던 양영광 씨는 어머니가 해녀여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재미있기도 하지만 힘드네요. 잠깐 동안의 체험이었지만 우리 어머니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며 저희들을 키웠다는 게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해 오네요.”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러면서 “제주 해녀들의 삶이 TV에서 볼 때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그저 해녀 분들이 뿌려둔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4~5분씩이나 바닷속에서 물질하시는 해녀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임명호 교장은 “제주해녀는 점점 고령화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젊은 세대들이 해녀의 삶과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해녀학교를 개설했습니다.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서 졸업한 뒤 진짜 해녀가 될 분들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라며 해녀학교의 의미에 대해 말해주었다.
해녀의 인구는 1970년대 1만 4000여명, 1980년대 7800여명, 1990년대 6470여명, 2006년 5406명 등으로 급속하게 줄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이 34.5%, 60대 37.9로 60, 70대 해녀가 전체 해녀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50대는 17.6, 40대 8.8%, 30대는 0.9%에 불과하다.
해녀로서의 삶이 고되지 않았냐는 물음에 양경아 씨는(해녀촌 부회장) “이곳은 쪽파를 많이 재배해서 농사일, 집안일, 물질을 다 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 하려면 몸은 힘들지만 이런게 제주해녀의 일상이라고나 할까요? 저뿐만 아니고 제주어머니들은 그렇게 저희들을 키웠지요.”
강미생 씨는 (해녀촌 회장) “해가 갈수록 사라져가는 제주해녀를 볼 때마다 가슴 한 편이 시려왔는데, 해녀 양성과정을 통해 해녀의 맥이 이어지길 바라죠.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 잘될 것이라 믿고 열심히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요.”라고 말해 주었다.
바다의 어멍이라 불리던 우리 제주의 해녀들, 척박한 땅을 넘어 거친 파도를 헤치며 우리네 삶을 꾸려왔던 강인한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옛 전설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그들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억하려는 정신은 우리의 생각보다 강인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강인한 정신력이 우리의 핏속을 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