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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약차와약술 원문보기 글쓴이: 이수경
토종종자의 현재와 미래 - 외국 보유 우리나라 토종유전자원 반환의 의의- 정만철(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1. 들어가는 글 최근 국제사회는 자원전쟁이라 불릴 만큼 자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가운데 농업유전자원은 내병해충성, 내한성 등 우수한 형질을 보유한 신품종의 육성, 또는 기능성 물질 등의 유전적 특성을 이용한 신물질 및 의약품의 개발 등 그 활용 가능성이 무한하다. 식물유전자원은 생명공학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식품산업분야 등 인간의 먹을거리 생산에서부터 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유전자원의 가치를 일찍부터 깨달은 선진국들은 세계 각지를 누비며 그 지역의 유전자원을 수집․보존․활용해 오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토종유전자원(또는 토종종자, 재래종자)*1)이란 오랜 기간 동안의 진화를 거쳐 그 지역 풍토 즉 환경에 적응해 왔거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 선발되어 대대로 재배되어 온 토착식물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중위도의 온대성기후대에 위치해 사계절이 뚜렷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 국토의 약 70%가 산지로 구성되어, 위도와 고도차에 따른 다양한 식생이 분포해 그야말로 유전자원의 보고(寶庫)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농업 국가였던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동안 농민들의 손을 거쳐 우리 환경에 잘 적응된 다양하고 유용한 토종유전자원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급속한 산업화와 농업근대화 과정에서 자생지가 파괴되고, 녹색혁명기간 동안의 육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상업화된 종자의 보급으로 토종유전자원은 차츰 소실되어 왔다. 또한 최근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와 인적 이동의 증가에 따른 외래식물의 유입, 유전자변형농산물의 도입 등으로 인해 기존의 안정되어있던 생태계가 교란되어 우리나라의 토종유전자원이 사라지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08년 5월 29일 일본 농업생물자원연구소 종자은행에서 보존해 오고 있던 한반도 원산 토종유전자원 32개 작물 1,546점이 우리나라에 돌아왔다. 약 100년만에 돌아오는 종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일본으로부터 반환을 받은 유전자원은 농촌진흥청 농업생명공학연구원 농업유전자원센터(종자은행)에서 보존 및 증식을 통해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2. 왜 지금 토종종자의 중요성을 말하는가 일반적으로 토종식물이라 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에 오랜 기간 적응해 오면서 토착화한 자생식물이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 우량종으로 선발되어 재배되어 온 재래종 작물 등을 일컫는다. 자연적이던 인위적이던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인간과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자원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토종유전자원은 농업 기술적 가치, 생태적 가치, 사회․문화적 가치, 경제적 가치 등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토종유전자원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첫째, 환경적응성이 우수한 우량형질의 유전자원 보존이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산업화에 따른 공해문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으로 지구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다국적 농약 및 종묘회사의 개량품종 개발 및 보급으로 토종식물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또한 최근 국제곡물가격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심각한 식량문제 발생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다수성 품종육성을 위한 유전자원 및 종자확보 노력이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생물다양성협약(’93.12) 및 FAO 농업식량 식물유전자원 국제조약(’04.6)의 발효로 세계 각국은 유전자원에 대한 배타적 권리주장과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환경적응성이 우수한 토종종자의 확보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임에 틀림없다. 둘째, 신품종 및 기능성 신물질 개발의 기본 재료 이용이다. 1960~70년대의 녹색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다수성 품종들의 기본 재료가 각국의 토종유전자원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지역의 녹색혁명을 주도하며, 우리 국민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한 ‘IR8호’와 ‘통일벼’ 등의 벼 품종은 반왜성 유전자를 가진 대만의 ‘대중재래종(Taichung Native: TN1)’을 교배해 육성한 것이다. 서구의 녹색혁명을 이룩한 밀 품종 ‘소노라 64호’는 국제옥수수밀연구소(CIMMYT)에서 일본의 ‘농림10호’를 활용하여 육성했다고 하지만, 소노라 품종 육성을 주도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보로그 박사는 이 품종의 기원이 우리나라의 ‘앉은뱅이 밀’에 있다고 하였다. 또한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동식물에서 인간에게 유용한 기능성 신물질 및 의학용 신물질을 찾아내고 있다. 셋째, 생태계 보전에 대한 기여이다. 토종자원은 기후와 토양 등 그 지역의 환경에 적응해 분포하면서 다른 동식물과의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따라서 토종 동식물이 많이 분포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생물다양성이 매우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환경적응성이 뛰어난 토종자원은 산업화와 개발 등으로 파괴된 자연생태계의 복원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밖에도 토종식물 및 작물의 뛰어난 환경적응성을 이용한 유기농업의 실천 등에 있어서도 토종유전자원의 진가는 크기만 하다.
3. 녹색혁명과 토종종자 인구폭발에 따른 인구증가와 이에 따른 식량부족 문제는 녹색혁명의 성과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단작화와 대량생산을 근본으로 하는 녹색혁명은 수량성이 높은 종자의 보급과 함께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등의 대량투입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이로써 대대로 지역 환경에 적합한 재래품종을 재배해 오던 전통적인 농민은 값비싼 신품종에 전면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되었다. 이러한 신품종의 개발과 보급은 대규모 다국적 농약회사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은 세계적인 유통시스템과 판매 전략을 구축하고 종자와 화학농약을 일괄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화학농약의 판매촉진을 위해 농약의 사용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색혁명은 작물재배의 지역적․환경적 특성을 무시한 채 신품종의 단작화를 통해 획일화된 주산지 형성을 부추기고, 이로 인한 병해충의 다발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대규모 다국적 농약회사는 자사가 개발․생산하는 농약, 가공, 유통에 적합한 종자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농민의 경제적 이익이나 소비자의 영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결과적으로 녹색혁명은 식량증산을 통한 제3세계의 빈곤 퇴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 지역에서 재배되어져 오던 토종종자(재래종자)의 소멸을 불러 일으켰다고도 할 수 있다**2).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종 이상의 다양한 생명체가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다고 한다***3). 오늘날 지구환경의 변화, 개발을 위한 파괴, 산업화에 따른 공해 등의 문제로 이들 생명체가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종자은행(진뱅크)을 만들어 사라져가는 유전자원을 보존한다는 명목 하에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 등의 이른바 제3세계 국가들의 토종유전자원을 마구잡이로 수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제3세계 국가들은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선진국으로부터 원래 자신들의 국가에 존재했던 유전자원을 구입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녹색혁명을 통해 인류가 가난과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녹색혁명의 결과 오랜 기간 동안 농민에 의해 선발되어 재배되어 오던 토종작물이 사라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토종자원은 소위 말하는 선진국의 전유물도 아니고, 기업의 자산도 아니다. 토종자원은 그 지역에 살면서 그것을 재배하고 보존하고 이용하고 있는 농민의 자산이어야 한다. 4. 우리나라의 토종 농업유전자원 현황 전통적인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에는 오랜 기간동안 우리 환경에 잘 적응된 다양하고 유용한 야생 및 재래 유전자원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와 농업근대화 과정에서 자생지가 파괴되고 상업화된 품종만이 주로 재배되어 오면서 농가에서 보유해 오던 토종작물의 상당량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나마 농촌진흥청에서 신육성 품종이 농가에 보급·확대되기 전인 1960년대부터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재래종 자원을 수집해 오고 있으며, 농진청 소속의 작목연구기관에서 이전부터 육종재료로 보존하고 있던 토종자원 등을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종자은행)에 보존하고 있다. 2006년 11월에 설립된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는 최대 약 50만점의 유전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세계 최고수준의 시설로서 농업유전자원 수집, 보존, 평가, 활용 및 유전자원 정보화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는 약 248천점(총 6,173종)의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480천점), 중국(380천점), 인도(340천점), 러시아(320천점), 일본(275천점) 등에 이어 세계 6위의 유전자원 보유국이다. 보유 유전자원은 크게 식물종자유전자원과 식물영양체, 미생물, 곤충, 가축유전자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에는 주로 식물종자유전자원을 중심으로 보존을 하고 있다. 2008년 1월말 현재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농업유전자원 현황을 보면 아래의 <표 1>과 같다. 이 곳에는 벼, 맥류 등의 식량작물을 비롯해 원예작물, 특용작물 등의 식물종자유전자원 1,777종 154,695점이 보관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는 식량작물이 117,275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특용작물이 18,617, 원예작물 14,984, 기타 3,819점의 순이다. 또한 과수 등의 식물영양체 자원 996종 25,802점을 15개 작목연구기관 시험포에서 보존하고 있다. 식물영양체 자원 가운데에서는 과수가 7,758점으로 가장 많고, 관상식물 5,091점, 채소 2,504점, 기타 특용·약용·서류작물 등이 10,449점 보존되고 있다. 이 밖에도 미생물 유전자원 3,040종 19,027점을 미생물보존센터에서, 누에 유전자원 335종 1,005점을 농업과학기술원에서, 그리고 가축 유전자원 25종 47,366점을 축산과학원 등에서 보존하고 있다. 한편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의 식물종자유전자원 가운데 우리나라의 순수한 토종이라고 할 수 있는 재래종자는 31,229점으로, 이 가운데 콩, 팥 등의 두류가 12,044점으로 약 40%를 차지한다. 이 밖에 수수, 기장 등의 잡곡이 5,552점, 땅콩, 참깨 등의 특용작물이 5,231점 등이 있다. <표 1>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의 식물종자 보유현황(2008. 1 현재) (단위 : 점)
5. 외국 반출 우리나라의 토종 유전자원의 귀환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 매우 많은 종류의 우리나라의 토종자원이 일본, 미국 등 해외로 유출되었다. 현재 미국에만 약 6,000여점, 일본에도 약 3,000여점의 한반도 원산 토종유전자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 및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수많은 우리나라 원산 토종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 미국으로부터의 반환 미국은 약 480천점의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자원보유국이다. 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은 콩, 맥류 등 총 167종 6,082점이다. 농촌진흥청은 2002년 12월 미국농업연구청(USDA-ARS)과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에 관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양 기관간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상주연구원 파견(2004. 4), ‘농진청 해외협력연구실(RDA-ARS Virtual Lab: RAVL)'개소(2006. 9) 등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의 반환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체결하고(2006. 11), 반환 대상 유전자원 점수 및 반환일정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로써 2007년 6월 12일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 가운데 한국에서는 이미 멸종된 국내 미보유 유전자원 34종 1,679점이 고향땅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다시 돌아 온 작물의 종류를 보면, 콩 901점, 돌콩 351점, 녹두 108점, 팥 107점 등 두류작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의 우리 유전자원 반환은 농촌진흥청과 미국농업청간의 농업과학기술 협력을 통한 최초의 국가간 공식적인 반환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1) 일본으로부터의 반환 일본은 약 275천점의 농업유전자원을 보유한 세계 5위의 자원 보유국이다. 일본은 츠쿠바시(筑波市)에 소재하고 있는 독립행정법인 일본농업생물자원연구소 진뱅크(종자은행)를 센터뱅크로 전국에 약 20여개의 서브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의 수는 39개 작물 2,734점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작물의 종류에 따라 츠쿠바의 종자은행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서브뱅크에서 분산 보관하고 있다. 이들 일본 보유 우리나라 원산 토종 유전자원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멸종되어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은 32개 작물 1,546점이 2008년 5월 29일 다시 고향땅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반환 경위 일본으로부터의 유전자원 반환은 필자가 2007년 10월 농업생물자원연구소 진뱅크를 방문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필자에게 진뱅크를 안내해 주었던 가와세 마코토 진뱅크 소장과 오오카와 이사 등에게 같은 해 6월에 있었던 미국의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의 반환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에서 보유하고 있는 북한지역을 포함한 우리나라 원산 유전자원의 반환을 요청하게 되었다. 일본은 1900년대 초부터 벼 등의 식량작물을 비롯해 수많은 우리나라의 토종유전자원들을 수집해 일본으로 가져갔다. 일제강점기에는 특히 많은 토종종자가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는데, 일본은 이러한 수집 경위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해 그 동안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것이다. 이번 일본에서 보유하고 있던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의 반환에는 농업생물자원연구소 진뱅크 소장인 가와세 박사의 힘이 컸다. 가와세 박사는 주위의 우려****4)에 대해서 한국과의 농업과학기술 연구협력관계 강화가 앞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가와세 박사가 없었더라면 이번 반환 자체가 성사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한 진행 과정에 있어서도 혹시 모를 일본 내의 여론을 의식해 한국에서 열린 반환행사를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양국 언론에는 알리는 일이 없이 비밀리에 추진하기도 했다. 처음 농업생물자원연구소를 방문한 후 수차례에 걸친 재 방문과 협의를 통해 한일 양국간 농업생명공학분야 연구협력 강화와 유전자원 반환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체결을 합의하고, 2008년 5월 29일 MOU체결 및 유전자원 반환행사를 열게 되었다. 어떤 유전자원들이 돌아왔는가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일본으로부터의 토종 유전자원은 반환은 ‘분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이 모두 돌아온 것이 아니라, 일반분양의 형태로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의 일부를 나누어 받았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반환 받기로 약속한 1,546점의 유전자원 가운데에는 1930~40년대 이전에 소실된 고유 토종재래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용조, 조조, 서경조, 조선재래유, 다다, 한천로조, 장립유 등의 벼 품종과 영월6각, 황금맥, 재래청, 조선백나, 흥양재래, 충청재래 등의 보리품종, 흑목태협, 백소태, 단천황, 회색대두, 적서목대두, 농다대태 등의 두류 작물 등은 모두 일제강점기 및 그 이전에 일본으로 건너간 종자들이다. 또한 아마(亞麻)*****5) 등과 같이 남한에서는 이미 사라진 북한지역 토종자원도 포함되어 있어 북한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의 토종 유전자원 확보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환목록에 포함된 북한지역 원산 유전자원으로는 1937년 농사시험장(권업모범장) 북선지장(현재의 함남 갑산)에서 보내진 아마와 농사시험장 서선지장(현재의 황해도 사리원)에서 보내진 밀(서선1호, 2호 등), 그리고 그 외 북한지역에서 수집된 귀리(삼수재래, 갑산재래), 조(평양조), 기장(황해재래)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잡곡류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멸종된 조(오십일조, 옥조, 봉산적기, 지나조 등), 수수(홍봉자, 반월당수수 등), 기장( 황해재래 등 지역 수집종), 피(수래첨, 조선종 등의 재배용 품종), 귀리 등의 재래품종이 포함되어 최근 웰빙․건강식품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토종잡곡의 복원도 가능해 질 것이다. ● 반환되는 토종자원의 유형 ○곡류 : 벼, 보리, 밀, 피(4작물 649점) ○ 잡곡류 : 귀리, 율무, 조, 기장, 옥수수, 수수 등(6작물 215점) ○ 두류 : 콩, 강낭콩, 팥, 녹두, 좀돌팥(5작물 446점) ○ 채소류 : 파, 배추, 고추, 멜론, 참외, 오이, 박, 무(8작물 29점) ○ 특용작물 : 아마, 땅콩, 들깨, 유채, 참깨, 차조기(6작물 202점) ○ 기타 : 오챠드그라스, 비수리, 블루그라스(3작물 5점) ※ 주요 반환 유전자원 : 보리(550점), 콩(229점), 팥(188점), 조(152점), 참깨(111점), 벼(66점), 들깨류 (49점), 밀(26점), 녹두(24점), 아마 (20점) 등 32작물 1546점 6. 맺는말 “農夫餓死 枕厥種子”(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잔다) 흔히 종자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많이 인용하는 속담이다. 그만큼 농부에게 있어서 종자는 소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곳간에 남은 종자를 마지막 한 톨까지 먹어치우고는 파종철이 되면 가까운 농약가게에 가서 화학약품으로 절여진 신품종(신제품) 종자를 구입해 파종한다. 굳이 종자를 받아 보관하거나 베고 자야할 이유도 필요도 없어진 것이다. 특히 몬산토 등 다국적 농약회사에서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는 터미네이터 종자*6)가 상용화 된다면 농민의 기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자신의 종자를 재생산 하려는 농민의 의지와 능력을 무시한 채 기업의 이윤만을 좇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들은 앞 다투어 세계 각국의 유전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3세계의 유전자원을 수집해 종자은행에 보관하며, 이를 이용해 개발한 신품종 및 신물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유전자원이 해외에서 보존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세계 각지의 유전자원을 수집․보존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곡물가격 급등과 지구온난화 등 기후 환경변화로 인한 식량파동이 심각화 하고 있는 가운데 식량문제 해결 등을 위해서도 토종 농업유전자원의 보존 및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으로는 환경재해, 핵전쟁 등의 지구의 종말적 상황에 대비하여 각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의 안전 중복보존을 위한 노력도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lobal Crop Diversity Trust)과 노르웨이 정부의 주도하에 건설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도 불리는 스발바드 국제종자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7)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네덜란드, 미국 등의 국가에서 총 60만점의 유전자원을 기탁하여 보존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보리, 참깨, 콩 등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종 및 육성종 작물유전자원 30작물 13,185점을 국제종자저장고에 기탁․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는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지정하는 유전자원 중복안전보존소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유전자원 중복안전보존은 세계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FAO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lobal Crop Diversity Trust)이 주도하고 있으며, 다양성 재단의 총재(캐리 파울러 박사)와 실무책임자인 제인 톨이 실사를 위해 국립농업유전자센터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아와 함께 식량생산을 위한 작물유전자원의 보존 및 지속적 이용, 이로부터 발생되는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규정한 국제조약인 FAO 식량농업 식물유전자원 국제조약(ITPGRFA)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ITPGRFA는 2004년 6월 29에 발효되어, 호주, 인도, 캐나다 등 111국이 가입하고 있다. 이 조약에 가입하게 되면 FAO 소속의 국제농업연구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자와 조약 가입국가간 유전자원의 상호이용이 가능하여 우리나라와 같은 유전자원 빈국은 다양한 종자활용이 가능하게 되어 종자산업육성에 매우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각 지역의 토종종자를 지키려 하는 노력이 국제적으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토종종자는 종자은행과 같은 저장고에서 냉장․냉동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재배되고 이용될 때 토종종자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최근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업인과 유기농업운동단체 사이에서 자가채종 운동이 작지만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토종종자 보존운동도 활발하다. 호주를 비롯해 유럽, 일본 등 외국에서는 자가채종 운동과 더불어 이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빼앗긴 우리나라의 종자주권 회복을 위해서도 자가채종 운동을 비롯한 토종종자 보존운동과 같은 작지만 확실한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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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약차와약술 원문보기 글쓴이: 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