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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Flowers of St. Francis
제16장 성녀 클라라와 실베스텔 형제가 성 프란치스코께 설교로써 세상 사람을 회개시켜야 한다고 조언한 일.
제3회(재속회)의 시작과 새들에게 설교하고 제비들에게 조용히 해주도록 명한 이야기
그리스도의 겸손한 종, 성프란치스코는 회개한 지 얼마 안되어 벌써 많은 동료들을 모아 형제회에 받아들였으나, 자기는 기도에만 열중할까. 그렇지 않으면 가끔 세속에 나가 설교도 해야할지를 결정짓지 못하여 매우 고심했다. 이 갈림길에 선 성인은 하느님의 성의를 알고 싶어하였지만, 마음속에 깃들인 겸손 때문에 자신이 결정하거나 또는 자기가 직접 기도하여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기도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보려고 하였다.
그래서 맛세오 형제를 불러 “클라라 자매에게 가서 내가 설교하러 나서는 것과 기도에만 전심하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좋은 가를 하느님께서 가르쳐 주시도록, 가장 훌륭한 동료 자매와 같이 정성껏 기도해 달라는 말을 내 이름으로 전달해 주시오. 또 실베스텔 형제에게 찾아가서도 그같이 이르시오”하고 보냈다.
이 실베스텔 형제는 세속에 있을 때에 성 프란치스코의 입으로부터 하늘만큼 높고 지구만큼 넓은 황금 십자가가 튀어나오는 것을 본 사람이다. 그는 매우 믿음이 깊고 성덕이 높아 그가 청하는 것마다 하느님이 다 들어주셨으며, 또 여러번 하느님과 이야기한 일이 있는 그러한 사람이므로 성 프란치스코는 남달리 그에게 신뢰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맛세오 형제는 부탁받은 대로, 먼저 성녀 클라라에게 달려가 말하고, 다음에 실베스텔 형제에게 가서 성 프란치스코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그 형제는 곧 엎드리어서 기도하였다. 기도중에 하느님으로부터 응답을 받고 맛세오 형제에게 돌아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이 곧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니, 그대로 프란치스코 형제에게 가 전하시오. 하느님께서 그분을 지금의 신분으로 부르신 것은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많은 삶들을 구원코자 하심입니다.”
맛세오 형제는 실베스텔 형제의 회답을 갖고 성녀 클라라에게 가서 하느님께 계시 받은 것이 있느냐고 묻자, 성녀는 자기와 그동료 자매들이 다 함께 실베스텔 형재가 받은 것과 똑같은 회답을 받았다고 대답하였다.
이와 같이 하여 맛세오 형제가 다시 성 프란치스코 앞으로 돌아오니 성인은 그를 큰 사랑으로 매우 정중히 맞아들여 발을 씻기고 식사를 차려내었다. 맛세오 형제가 식사를 다 마치자. 숲속으로 그를 불러 성 프란치스코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모자를 벗은 다음 십자가 모양으로 두 팔을 가슴에 앉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무어라고 명하셨습니까?”하고 물었다. 맛세오 형제는 대답하기를 “그리스도께서 실베스텔 형제와 클라라 자매와 그 동료 자매에게 대답하시고 계시해 주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뜻은 사부님이 세상에 나가 널리 설교하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사부님을 뽑으신 것은 사부님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른이들의 구원을 위한 것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 회답을 듣고 그리스도의 뜻을 알게 되자, 큰 열정에 북받쳐 벌떡 일어서서, “자, 주님의 이름으로 모두 나갑시다”하고 말하며 거룩한 두 형제, 맛세오와 안젤로를 동반하고 길을 떠났다. 그는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열렬한 충동에 못이겨 산길 발길 가리지 않고 무작정 걸었다.
마침내 간나리오라는 동네에 이르게 된 성 프란치스코는 설교하기 시작했는데, 제비떼가 시끄럽게 지저귀며 날아다니므로 우선 제비떼를 향하여 설교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니 제비들은 그 말에 순종하여 아무 소리 없이 날아다니기만 했다. 그러자 성인은 거기서 어찌나 열렬히 설교를 했는지, 그 마을 남녀들은 모두 다 성인을 따르고 싶어 마을을 박차고 성인을 따라 나서려고 야단들이었다. 그러나 성 프란치스코는 그것을 허락지 않고 “성급히 서둘거나 떠나지들 마십시오.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하여 무엇을 하면 좋은지 알려드리겠습니다”하고 그들을 진정시키며 말하였다.
성인은 이때부터 세계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해 제3회를 창립하려고 계획했다. 성인은 그 사람들을 깊이 위로하고 회개할 마음을 준비시켜 준 후에, 이곳을 떠나 간나리오와 베바뇨 중간 지점에 도착했다.
이와같이 변함없는 열정으로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데, 어느날 성 프란치스코는 길가 몇그루의 나무 위에 무수히 많은 새들이 한 떼 앉아 있은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동료들에게 “여기서 잠간 기다려 주시오. 우리 형제들인 새들한테 가서 설교를 하고 오겠습니다” 하고 말한 다음 풀밭으로 들어가 땅에 앉아 있는 새들한데 설교를 시작했다. 그러자 금방 나무 위에 있던 새들도 성인 앞으로 날아와서는 설교를 들으며 꼼짝않고 모두 다 그대로 있었다.(그 새들은 나중에 성인이 강복해 줄 때까지도 떠나지 않았다)
얼마 후 맛세오 형제가 맛사의 야고보 형제에게 말한 것을 보면, 성 프란치스코가 새떼가 앉아 있는 가운데로 들어가서 성인의 수도복이 새들에게 스쳤는데도, 한 마리도 움직이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의 설교 내용은 이러했다. “우리 형제인 여러분은 여러분의 창조주 하느님께로부터 모두들 끝없는 은혜를 입고 있으니, 언제나 어디서나 하느님을 찬미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여러분들에게 아무데나 마음대로 날아다닐 자유를 주셨고, 또 두 겹, 세 겹의 고운 옷을 입혀주셨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분은 여러분의 종족이 세상에서 몰살될까봐 노아의 방주 속에 여러분 선조들을 보호해 주셨고, 여러분이 공기로 된 생활 터전에 살도록 마련해 주셨습니다. 이밖에도 여러분은 씨뿌리거나 거두어들이지 않아도 하느님께서 먹여주시고 강과 샘물을 주어 마시게 하시며, 산과 골짜기는 피난처로 또 큰 나무는 보금자리를 치라고 거저 주십니다. 여러분은 바느질이나 길쌈을 할 줄 몰라도 하느님께서 친히 여러분과 어린것들에게 입을 옷을 주십니다. 이처럼 좋은 것을 많이 주시니 창조주께서는 여러분을 무척 사랑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 형제들이여! 배은망덕하는 죄에 떨어지지 말고 항상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힘쓰십시오.”
성 프란치스코가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새들은 모두 부리를 벌리고 목을 길게 빼고는 날개를 펴서 땅에까지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몸짓과 노래로써 거룩한 사부님의 말씀이 참으로 새들에게 크나큰 기쁨을 일으켜 주었음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성인은 새들과 더불어 즐거워하고 기뻐했으며 이 새떼가 엄청나게 큰 무리였고, 또한 그것들이 아주 예쁘고 가지각색의 종류요, 얌전하고 친숙함에 경탄하여 새들과 어울려 창조주께 경건히 찬미드렸다.
마침내 설교가 끝났다. 성인이 십자성호를 긋고 날아갈 허락을 주자 아름다운 노래를 재잘거리며 줄지어 하늘로 높이높이 날라 올랐다. 새들은 성 프란치스코가 그은 십자가의 금을 따라 네 패로 나누어서 첫 패는 동쪽으로, 둘째 패는 서쪽으로, 셋째 패는 남쪽, 네째 패는 북쪽으로 제각기 형언할 수 없는 목소리로 지저귀면서 멀리 날아갔다.
이것은 그리스도 십자가의 기수인 성 프란치스코가 새들에게 설교한 후 십자가의 표를 그었고 이 표에 따라 사방으로 새들이 갈라져 나아간 것처럼,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된 설교 역시 성 프란치스코가 형제들을 통해서 또다시 세상 곳곳마다 널리 전해질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 이 형제들은 새들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 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이 오직 하느님의 섭리 하나에 자신들의 생애를 맡기고 살아갔다.
그리스도께 찬미. 아멘.
제17장 성 프란치스코가 밤중에 기도할 때 그리스도와 동정 마리아와 그리고 여러 성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어떤 어린 형제가 본 이야기
성 프란치스코가 생존하여 있을 때에 순결한 한 소년이 형제회에 입회하여 어느 수도원에서 살고 있었다. 그곳은 매우 궁핍하였기 때문에 형제들은 맨땅에서 그냥 잤다.
하루는 성인이 이 수도원에 들렀는데, 늘 해오던 대로 다른 형제들이 잠자는 틈에 일어나 기도하려고 끝기도를 마친 후 곧 잠을 청했다. 그런데 그 소년은 성 프란치스코가 얼마나 성덕이 큰지, 밤중에 일어나 어디로 가 무엇을 하는지, 샅샅이 엿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잠들면 허사가 될까봐 이 소년은 프란치스코 곁에 누워 제 허리띠를 성인의 띠에 잡아매 놓아 그분이 일어나면 금방 알게 해놓았는데도, 성인은 이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밤중에 모든 이가 잠들자, 조용히 일어난 성 프란치스코는 허리띠가 붙들어 매진 것을 보고, 소년이 눈치채지 못하게 가만 가만히 매듭을 풀었다. 매듭이 풀리자, 성 프란치스코는 수도원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숲으로 가, 거기 있던 어느 헛간 속에 들어가서 기도했다. 얼마 후 소년이 잠을 깨어보니 매어놓은 것은 풀어졌고, 성인은 이미 일어난 것을 보자, 즉시 일어나 성인을 찾아나섰다. 마침 숲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져 있으므로 그리로 갔다고 믿고 자기도 숲속으로 들어갔다.
성 프란치스코가 기도하고 있는 장소에 가까이 가자 소년은 여럿이 큰소리로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래 뭐가 이렇게 들리는지 알아보려고 바싹 다가서니, 성 프란치스코의 주위를 신비로운 빛이 둘러싸고, 그 빛 가운데 그리스도와 성 마리아와 요한세자와 복음사가 성 요한과 무수한 천사의 무리가 성인과 더불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년은 이 광경을 보고 그 말하는 소리를 듣자 그만 기절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 거룩한 발현의 신비가 다 끝나 성 프란치스코는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도중, 길 위에 죽은 듯이 넘어져 있는 소년이 발에 채였다. 성인은 이 소년을 보자 아주 가엾은 생각이 들어서 두 손으로 끌어안고 마치 착한 목자가 어린양을 안듯이 잠자리까지 안고 갔다.
그 후 소년이 발현광경을 보았다는 말을 듣고 성인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해서는 안된다고 명했다.
이 소년은 하느님의 큰 은총과 성 프란치스코의 열성으로 점점 성장하여 형엦회 안에서도 뛰어난 수도자가 되었다.
그는 비밀을 지켰고 성 프란치스코가 별세한 뒤에서야 비로소 형제들에게 발현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스도께 찬미. 아멘.
제18장 성 프란치스코가 오천명이나 되는 형제가 참석한 놀라운 총회를 천사의 성 마리아 수도원에서 개최한 일
그리스도의 충실한 종 성 프란치스코가 천사의 성 마리아 수도원에서 총회를 연 적이 있었는데, 이 회의에 모여온 형제들은 오천명 이상이나 되었다. 여기에는 설교 수도회(성 도밍고회)총장이요, 창립자인 도밍고 성인도 있었다. 이분은 볼로냐에서 로마로 가는 도중에, 성 프란치스코가 천사의 성 마리아 수도원에서 총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수도회 형제 일곱명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이 총회에는 성 프란치스코를 대단히 존경하던 추기경 한분도 참석하였다. 성 프란치스코는 그분이 장차 교황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던바 훗날에 과연 그대로 되었다.
그 당신 교황청이 페루지아 지방에 있었으므로, 이 추기경은 아씨시에 일부러 온 것이었으며, 성 프란치스코와 그 형제들을 위하여 창미사도 드려주고 또 총회에 참석한 형제들 앞에서 강론도 해주곤 하였다. 그는 이 거룩한 모임을 찾아와서, 회의에 참석한 형제들이 천사의 성 마리아 수도원 부근 들판에 육십명, 백명씩, 혹은 이삼백명씩 떼를 지어 앉아서 모두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대해서만 말을 나누거나 오직 기도와 눈물과 자선행위에 몰두해 있는 것을 보게 되자 크나큰 기쁨과 신앙심을 느꼈다.
모든 이들이 너무도 침묵을 잘 지키고 예모있게 행동하였으므로, 무슨 불만이나 불평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또 이렇게 많은 대군중들이 비길 데 없이 질서정연한 데에 감탄한 나머지, 추기경은 눈물을 걷잡지 못하고 벅찬 신앙심에서 “진정 여기야말로 하느님 용사들이 모인 대 야영 진지로구나!”하고 탄복했다.
이때 군중 속에서 쓸데없는 잡담이나 농담하는 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고, 그 대신 형제들이 모이기만 하면 기도를 하든지, 성무일도를 합송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죄나 은인들의 죄를 눈물로 통회하고, 혹은 영혼의 구원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었다.
형제들은 이 벌판에서 나뭇가지와 돗자리로 얼기설기 엮어 숙소를 여러개 만들었고, 관구별로 각각 나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총회는 “나뭇가지 혹은 돗자리 총회”라고 불리었다.
그때 잠자리란 맨땅이고, 어떤이는 짚을 조금 깔아 쓰기도 했지만, 베개는 나무토막이나 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광경을 보거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형제들을 대단히 존경하게 되었고, 또 그 성덕에 대한 평판이 자자하게 퍼졌으므로, 페루지아에 있던 교황청과 또 스뽈레또 골짜기의 다른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러 왔다. 즉, 백작, 남작, 기사와 그 밖의 여러 귀족들이 많이 왔고 수많은 사람들과 추기경, 주교, 수도원장 그 밖의 성직자들이 몰려와서 일찍이 세상에 없었던 더없이 거룩하고 위대하며 또 겸손된 이 모임을 보려 하였다. 그들이 특히 보고 싶어 한 것은 이 성스러운 백성 전체의 지도자요, 참으로 거룩한 사부님이었다. 그처럼 훌륭하고 경건한 한 양떼로 모아서, 참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게 한 것이다.
총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전부 모였을 때에, 모든이의 거룩한 사부요, 총장이셨던 성 프란치스코는 성령의 불길 속에서,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널리 알리고 성령께서 시키시는 대로 소리 높여 설교하였다. 그 설교의 요점은 이러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께 큰 것을 약속하였지만 하느님은 더 큰 것을 우리에게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한 약속을 힘껏 지키고 하느님께서 약속해 주신 것을 굳이 바랍시다. 세상의 쾌락은 일시적이고 형벌은 끝이 없습니다. 현세의 고통은 잠간이고 내세의 영광은 영원합니다.” 성인은 이런 말로 열렬히 설교하며, 거룩한 어머니이신 교회를 존경과 순종으로 받들고, 형제들은 서로 사랑하고 하느님의 모든 백성을 위하여 기구하며, 어떤 세상 환난을 만나도 인내하고, 행운을 만날 때는 삼가 자중하며, 천사들처럼 청순하고 정결할 것과, 또한 하느님과 사람과 제 양심에 화합하고 평화를 유지할 것이요, 참으로 거룩한 가난을 사랑하며 또 실천하라는 말로 형제들을 격려하고 간곡히 권고하였다. 그리고 또 말씀하시기를 “거룩한 순종으로 여기 모이신 여러분에게 명합니다. 여러분은 먹고 마시거나 그밖에 육신에 필요한 것에 대해 조금도 걱정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기도와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에만 전력을 기울일 것이요, 육신을 위한 걱정은 모두 하느님께 맡겨드리면 그만입니다. 그 까닭은 그분께서 특별히 여러분한테 마음을 써주시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거기 있던 모든이들은 기쁜 마음과 즐거운 낯으로 이 명령을 듣고, 성 프란치스코의 설교가 끝나자 모든이들은 전부 기도에 몰두했다.
거기에 참석하여 있던 성 도밍고는 그렇게 큰 회중 속에서 육신에 필요한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할 형제 하나도 세워두지 않고, 무분별한 방법으로 일 해가는 성 프란치스코의 명령과 생각에 크게 놀랐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 목자이시며 복되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양떼와 가난한 이를 얼마나 각별히 돌보시는지 보여주시고자, 즉시 페루지아, 스뽈레또, 폴리뇨, 스펠로, 아씨시 그 근방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 거룩한 모임에 음식을 가져다주려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주셨다.
그래서 엄숙한 이 장소에는 별안간 사람들이 당나귀와 말과 수레에다 그리스도의 축복받은 가난한 이들에게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되는 먹을 빵과 포도주, 콩, 치이스 그밖에 좋은 음식을 싣고 줄줄이 이어왔고, 그밖에도 주민들은 이 대군중에 필요한 밥상보와 단지와 컵 들 여러 가지 그릇을 가져왔다. 여기서 남보다 많이 가져온 이와 남보다 더 정성되이 대접한 사람들은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었다.
이쯤 되니 처음에는 그저 구경하러 왔던 백작, 남작 그 밖의 신분 높은 이들까지도, 깊은 겸손과 존경심을 품고 형제들의 시중을 스스로 들었다.
성 도밍고는 그와같은 것을 모두 보고 나자, 진정으로 하느님의 섭리가 이 형제한테 세심한 주의를 기울리고 있음을 확실히 깨달았고, 자기 자신이 프란치스코 성인더러 분별없는 명령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겸손되이 뉘우쳤다. 그는 성인 앞에 끓어 자기 잘못을 겸허하게 고백하고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 “참으로 하느님은 이 작고 가난한 성스러운 사람들을 특별히 돌보고 계시는데도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지금부터 복음의 거룩한 가난을 지킬 것을 약속하며, 내 수도회 안에서 개인 소유물을 갖고자 하는 우리 회 형제들을 모두 하느님의 이름으로 저주합니다.” 이같이 성 도밍고는 참으로 거룩한 프란치스코의 신앙과, 이처럼 크고 질서정연한 모임의 순종과 가난과 또한 하느님의 섭리와 여러 가지 놓은 것들이 풍성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바로 이 총회 때 여러 형제가 맨몸에 고복을 두르고 쇠띠를 띠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가 병이 들었고 죽은 자도 몇 명 되어 기도할 수 없게 된 이도 많다고 성 프란치스코에게 여쭌 사람이 있었다. 그 말에 성 프란치스코는 참으로 자상한 아버지처럼 거룩한 순종으로 명해서 고복과 쇠띠를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은 모두 벗어서 자기 앞에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였는데 철로 만든 고복이 오백이나 되고 팔과 허리에 띠었던 쇠띠는 훨씬 더 많았다. 이런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산더미를 이루었다. 성 프란치스코는 그것을 전부 그 자리에 남겨두게 하였다.
총회가 끝난 다음 성 프란치스코는 이 악한 세상에서 죄에 물들지 말도록 꾸준히 선행하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하느님의 강복과 자신의 축복을 주어 각각 넘치는 영혼의 기쁨을 가득 안고 자기 관구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리스도께 찬미. 아멘.
제19장 성 프란치스코가 기거하고 있던 리에티의 한 신부님 댁에 많은 사람이 성인을 보려고 몰려오는 바람에 그 신부님 소유의 포도원이 짓밟혀 포도송이가 다 떨어졌으나, 성 프란치스코는 기적을 행하여 오히려 포도주가 다른 어느 해보다도 더 많이 나오고, 또 성 프란치스코가 세상을 떠나면 천국에 있게 되리라고 하느님께서 계시해 주신일 .
한번은 성 프란치스코가 심한 눈병을 앓고 있었는데, 형제회의 보호 추기경이었던 우고리노께서는 성인에게 따뜻한 애정으로 편지를 보내어 리에티로 오면 유명한 안과의사가 있으니 치료하라고 권유했다.
성 프란치스코는 추기경의 편지를 받고 먼저 성 다미아노 수녀원으로 가서 거기 있던 그리스도의 정배 클라라를 좀 위로해 주고 바로 추기경께 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성 다미아노 수녀원에 도착한 날 밤부터 눈병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성인은 눈앞이 캄캄하여 아무런 빛도 볼 수 없었다. 그 모양으로는 도무지 길을 떠날 수가 없어서 성녀 클라라는 갈대로 독방을 만들어 거기서 사부님이 좀 편히 쉬도록 했다. 그렇지만 눈이 쑤시고 두더쥐떼가 쏘다니며 법석을 치는 바람에 성 프란치스코는 밤이나 낮이나 한 순간도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이와 같은 번민과 고통으로 고생하고 지내는 것이 여러날 동안 계속되었으므로, 성인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런 것은 자기 죄에 대한 하느님의 징벌임을 깨닫게 되어, 성인께서는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하며, 그는 소리높여 부르짖기를 “내 주여, 이 고통뿐만 아니라 더 심한 고통도 받아 마땅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착한 목자시여, 당신은 육체적 고통과 고난 속에 부당한 우리 죄인들에게 자비를 보여주셨으니, 당신의 어린양인 저에게 성총과 힘을 내려주시어 어떠한 병이나 고난, 고통 중에서도 당신을 떠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주소서.” 이 기도가 끝나자 하늘에서 한 음성이 들려와 말하기를 “프란치스코야, 내게 대답하라. 만약 땅이 온통 황금이고, 모든 바다나 강이나 샘이 전부 향유하고, 온갖 산과 언덕과 바위가 모두 보석이라고 하자. 그런데 황금이 땅보다 낫고, 향유가 물보다 귀하고 보석은 산이나 바위보다 값진 것과 같이, 내가 이 모든 것보다도 훨씬 귀한 보물을 또 하나 발견하였다고 하자. 그리고 그 귀한 보물을 이 병의 대가로 받게 된다면, 너는 그것으로 크게 만족하고 또한 진심으로 기뻐하지 않겠느냐?” 이에 프란치스코는 대답하여 “주여 저는 그런 귀중한 보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입니다” 하니, 하느님의 음성이 말씀하시기를 “기뻐하라! 프란치스코야, 너를 위해 내가 보관하고 있는 것이 영원한 생명의 보배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그것을 네게 내러 주겠노라. 네 병과 시련은 그 지극히 복된 보배의 보증이니라.”
이같이 영광된 약속을 들은 성 프란치스코는 기쁨에 도취되어 자기의 동료를 불러 “자 추기경님께 갑시다”고 말하고는 신심에 가득찬 말로 성녀 클라라를 위로한 후, 겸손되이 기도해 주기를 부탁하고 리에티로 향해 길을 떠났다. 목적지에 가까이 가니.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마중나왔기 때문에 십리 가량 떨어진 한 성당으로 갔다. 시민들은 성인이 그 성당에 있음을 알고, 떼를 지어 성인을 보려고 많이 몰려오는 바람에 포도밭은 모두 짓밟혔고 소담하게 달린 포도도 사람들이 다 따 없앴다. 그래서 이 성당의 주임 사제는 몹시 마음이 상하여 성 프란치스코를 자기 성당 안에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였다. 그런데 그 사제의 생각을 하느님께서는 그대로 성 프란치스코에게 알려주셨으므로, 성인은 사제를 불러 “신부님, 제일 잘되는 해에 이 포도밭에서는 포도주가 얼마나 납니까?”하고 물었더니 “열 두 통”이라고 대답했다. 성 프란치스코는 “부탁이 있습니다. 신부님, 제가 며칠만 더 이곳에 있도록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 있으면 조용하게 푹 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과 불쌍한 저를 사랑하시는 뜻으로 신부님의 포도를 저 밭에서 모두들 따먹게 내버려 두십시오. 그렇게 하면 저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금년에는 수무 통의 수확을 올리게 할 것을 신부님께 약속합니다”하고 말했다.
성인은 그곳에 오는 사람들이 영혼에 엄청난 이익을 받고 있음을 자신이 목격하였으므로, 위에 말한 대로 거기에 머물렀다. 그 중에는 하느님의 사랑에 취하여 세속을 버린 이도 많았고, 많은 이들이 돌아갈 때는 하느님의 사랑에 도취해서 천상적 동경으로 회심하였을 뿐 아니라, 세속을 잊어버린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신부님은 성인의 약속을 믿고 무수한 발길에 짓밟혀서 엉망이고 포도란 포도는 다 따가고 떨어지고 하여 겨우 몇 송이밖에 안 남았다. 아! 참 이상도 하지. 포도를 딸 때가 오자. 그 사제는 얼마 안되는 포도송이를 따 큰 술통에 넣어 짰더니 성인의 약속으로 최고급 포도주가 스무 통이나 나왔다.
이 기적에서 우리가 분명히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성 프란치스코의 공로를 통해 벌거숭이가 된 포도밭에서 넘치도록 포도주를 짜낸 것처럼 죄 때문에 덕행의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 그리스도교인들도 성 프란치스코의 공로와 가르침에 의하여 참된 회개의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 찬미. 아멘.
제20장 형제회를 떠나려던 한 젊은 형제가 아름다운 환시를 본 이야기
신분이 높고 품위있는 청년 하나가 성 프란치스코 형제회에 들어왔다. 얼마쯤 지나자 마귀의 유혹을 받아 자기가 입고 있는 수도복이 아주 싫어져서 흡사 낡은 푸대라도 입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거추장스레 긴 옷소매는 신경질이 날 정도였고, 고깔 같은 모자는 지긋지긋하고, 수도복도 길고 거칠어서 견딜 수 없는 짐과 같았다. 형제회를 싫어하는 마음이 더욱더 커져, 마침내 그는 수도복을 벗고 세속에 돌아가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청년을 담당한 수련장은 그에게 예수 그리스의 성체가 모셔진 제대 앞을 지나갈 때는 경건히 무릎을 꿇고, 모자를 벗고, 가슴에 손을 십자가형으로 얹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그는 늘 그렇게 하곤 했다.
수도원을 떠나려 마음먹은 바로 그날 밤, 그는 수도원 제대 앞을 지나갈 일이 있어 평상시와 같이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예배를 드렸다. 그 순간 뜻밖에도 탈혼에 빠져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놀라운 환시를 보여주셨다. 곧 수많은 성인들의 무리가 모두 아름답고 값진 옷을 두르고, 耭?나란히 자기 앞을 행렬지어 지나갔다. 성인들의 얼굴과 손은 태양처럼 빛나고 천사들의 노래와 환호 속에 걸어가고 있었다. 그 성인들 중에서도 두 사람은 다른이들보다 더 훌륭한 옷을 입고 찬란한 빛에 싸여 있어서 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행렬 거의 끝에 마치 다른이들에게 특별히 추앙을 받는 새로운 기사처럼 보이는 한 사람을 보았다. 이런 발현을 본 청년은 다만 놀랄 뿐 그 행렬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감히 묻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행렬이 다 지나가자. 그는 용기를 내서 맨 마지막 사람에게 뛰어가 좀 겁을 먹은 채 다음과 같이 물어보았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이 엄숙한 행렬에 참석하시는 저 위대한 분들은 누구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들은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들은 모두 작은 형제들이며 지금 천국의 영광에서 오는 길이다”하고 대답하였다. 재차 “다른 분들보다 유달리 더 빛나는 저 두 분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 두 분은 바로 성 프란치스코와 성 안토니오다. 네가 보는 바와 같이 매우 존경을 받고 있는 제 맨 끝의 사람은 요즘 죽은 거룩한 형제인데, 유혹과 용감히 싸워 최후까지 참고 견딘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지금 승리의 노래를 높이 불러 그를 천국 영광으로 데려가는 도중이다. 우리가 입고 있는 이 아름다운 옷은 우리들이 형제회에 있을 때에 꾹 참고 입은 거친 수도복 대신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고, 또 네가 우리에게서 보는 영광의 찬란함은 우리가 죽기까지 지켜온 겸손과 통회, 보속과 가난, 순종과 정결에 대한 대가로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아들아, 이러한 훌륭한 열매를 맺는 보잘것없는 수도복을 몸에 걸치는 것을 싫어해서는 안된다. 너는 지금 프란치스코의 푸대 같은 옷을 입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위하여 세상을 천히 여기며 육신의 사욕을 고행으로 누르고 용감히 악마와 싸우면, 너도 우리와 똑같은 옷과 영광의 빛을 얻으리라.”
이 말을 듣고 청년은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발현에 큰 힘을 얻어 그 유혹을 모두 물리치고 수도원장과 형제들 앞에서 자기의 죄를 고백하였다. 그때부터 새 사람이 된 그는 힘든 고행과 거친 수도복을 좋아하며 뛰어난 성덕 중에서 수도생활을 마쳤다.
그리스도께 찬미.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