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무엇을 연구한다는 것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너에게는 색다른 환경에 우선 적응하고 배우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아빠는 사실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엄마는 그런 면에서 참 존경스럽다.
내가 생각하는 배운다는 것은 이런 것일 거야.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시절 네게 이야기한적 있다.
수영을 배우려면 우선 물에 발을 담궈야한다.
그리고 몸도 적셔야한다.
이것이 아마도 시작일 것이다.
물가를 돌아다니며 아무리 물에 대해서 연구하고, 분석해도
또 수영 선수로부터 그의 경험담을 듣는다해도
수영을 배울 수는 없다.
다음 물에서 뜨는 법을 배워야한다.
힘을 뺀 상태에서 몸이 부양하는 느낌을 기억하고, 익혀야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호흡도 가능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제 손발을 어떻게 움직이면 전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숨쉬는지 연습한다.
나는 수영을 못하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가 물에서 뜨기까지 일 것 같다.
네가 6살 쯤인가, 바퀴 네개 달린 로울러스케이트를 탄적이 있다.
처음 너는 넘어져 울면서 나를 따라왔지....
내가 네 손을 잡아주지 않아 냉정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사실 마음은 아팠다.
그리고 얼마 후 너는 로울러브레드를 타고, 온갖 묘기를 내게 보여주었지...
그리고 너는 자전거도 잘 탔다. 그냥 타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잘 탔지....
그래서 나는 네게 항상 헬멧과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라고 잔소리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배우는 것이 이러한 과정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빠 선생님에 대하여 이야기 한적도 있다.
프랑스 유학파인 그는 대학시절 교수님이었고,
아빠 교수님의 친구이기도 했다.
아직도 어디서 구했는지 청자담배를 들고 다니시지.....
한 때 나는 그분에게서 참 많은 배움을 얻었다.
그렇게 되지는 못했지만 프랑스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두려워하고 있던 내게 새벽 3시까지 함께 술을 먹으며, 이야기해주셨다.
자신이 대한항공 장학생으로 처음 프랑스에 갔던 이야기였다.
출발 때 그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6개월 동안 그는 착실하게 불어 공부를 한 것이 아니었다.
친구를 쫓아다니며 술집에서 밤새 술을 마셨다고 했다.
당시에는 프랑스 유학생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게 모든 세상는 프랑스, 프랑스 사람들 그리고 프랑스어 그 자체였다.
그리고 6개월 후 잠시 귀국했을 때, 그는 한동안 우리말이 기억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배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에 뜨기만 하면, 넘지지 않는 방법 만 익히면
앞으로 갈 수 있다.
이제 수영 근육이 생기고, 자전거 근육이 생기고, 중국어 근육이 생긴다.
반문해보자.
너는 지금 물속에 있느냐? 물가에 있느냐?
오감을 모두 사용하고 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