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사도 성 대(大) 야고보가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직후, 그의 제자들이 야고보의 시신을 몰래 수습해 돌을 깎아 만든 배(石船)를 타고[8] 이베리아 반도의 갈리시아 지방에 도착했으나 거기에서도 로마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고난을 받던 중, 이 지역을 다스리던 토착민들의 지배자인 루파의 시험을 통과해 갈리시아 지방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게 되었고 거기서 제자들은 야고보의 유해를 제대로 매장하고 갖가지 이적을 행해 로마인들과 토착민들을 개종하는데 힘을 쏟았다.
세월이 흘러 8세기 경, 지나가던 주민들이 밤길을 걷다가 밤하늘을 비추어야 할 별빛들이 구릉지의 들판을 맴돌면서 춤을 추는 것을 목격하였고 그 곳을 조사하다 야고보의 무덤을 발견하면서 이 지역을 '빛나는 별 들판의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라 부르면서 성지로 추앙받게 되었다.
레콘키스타 기간 동안 해당 성역과 성 야고보의 존재는 이교도인 무슬림들로부터 이베리아 반도를 수호하는 수호성인으로 섬겨지는 동시에 타 종교인 상대로는 편견과 학살을 부추키는 매개가 되어 버리기도 했다. 레콘키스타, 즉 재정복 이후로부터는 성역과 순례길 자체에 대한 관심과 믿음이 소멸되어가기 시작했고 20세기 중반까지는 신심 깊은 순례자들만 사용하는 순례길이 되어 버렸지만 요한 바오로 2세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하면서 순례길의 재흥이 시작되었다. 이후 해당 순례길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다. 여러 개의 루트가 많은데 그중에서 유명한 건 '프랑스 루트'. 프랑스 루트는 총 4개로 투르의 길, 리모주의 길, 르 퓌의 길, 툴루즈의 길이 있다. 거기서 출발한 4개의 길이 생 장 피드포르에 합류한 다음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한 다음에 바스크 주, 아라곤 주, 나바라 주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갈리시아 지방으로 나가가는 루트이다. 근래에는 이 길이 워낙 유명해서 조용한 순례는 커녕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많은 스페인 주민들이 레저용으로 가기도 해서 공휴일이 많이 끼어 있는 4월에 마을 하나에 숙박하는 순례자가 400명이 넘기도 한다.
그 다음에 유명한 루트는 '스페인 루트'. 일단 첫 출발지인 푸엔테 라 레이나로 가는 임시 루트를 각각 아라곤의 길과 나바라의 길로 칭하며 푸엔테 라 레이나를 출발하여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는 루트이다.
그 밖에도 프랑스 남서부와 바스크 지방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북부의 해안가를 횡단하는 '해안가 루트'와 영국 남부에서 배로 출발하여 페로르나 아 코르냐에 내려서 가는 '영국 루트', 스페인 남서부에서 출발하여 고대 로마의 도로의 흔적을 따라 북쪽으로 종단하는 '은 루트', 리스본 또는 포르투에서 출발하여 파티마를 거쳐 종단하는 '포르투갈 루트'가 있다.
현재도 열혈 순례자(페레그리노·페레그리나/Peregrino·Peregrina)들에 의해 새로운 루트가 발견·조사 및 개발되어 가는 중이다. 일단 순례의 주요 증거물 중 하나인 순례여권[9]을 사려면(대개 3유로 정도) 순례가 시작되는 지점의 성당이나 순례자 사무소에 가야 한다. 이게 있어야 공·사립으로 운영하는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Albergue)나 레푸히오(Refugio)[10]에 묵을 수 있으며, 각 숙소나 성당이나 사무소[11]에서 세요(Sello)를 충실히 찍어 나중에 도착했을 때 순례의 증거를 입증할 수 있다.
순례길을 지나오면서 각 지역의 역사나 축제 등등을 잘 이해할 수도 있지만, 현지의 기상 상황에 맞추어서 걸어가야 악천후로 인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숙소의 경우에는 목욕이 가능하고 편히 잘 수 있는 곳을 엄선해야 하지만, 내부의 청결이 좋은 곳에 묵고 싶다면 그리 해도 된다. 딱히 청결이 나쁜 곳에 자려는 순례자도 많지만 순례자들 사이에서 빈대와 벼룩이 각 숙소로 옮겨다니는 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기 때문에 숙소의 청결여부에 신경을 쓰도록 하자.
식사의 경우 숙소에서 제공되기도 하나,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 그 지역의 바 또는 레스토랑에서 순례자용 할인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이 경우 보통 순례여권을 보여달라 하니,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고생을 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챙겨두도록 하자. 이것마저도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는 마을의 구멍가게나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 또는 요리 재료를 사야 한다. 대다수의 숙소가 주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 먹는 것보다는 간단한 취사를 통해 요리하여 먹는 것을 추천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와 식재료 가격이 비슷하다. 단, 지역 차이가 있어 스페인에서 저렴한 식재료와 비싼 식재료가 나뉜다. 스페인이 파에야를 비롯한 쌀 요리를 즐기는 나라라서 웬만한 티엔다나 슈퍼에서는 쌀을 1kg 단위로 판매하고 있으니, 쌀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다만, 들고 다니는 게 부담스러울 순 있다 여행 전에 파스타나 필라프, 리소토 등의 조리법을 익히고 갈 것을 추천한다.
거의 모든 지역의 알베르게는 전 순례자들이 벌리고 가거나 구비해 둔 식재료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운에 맏겨야 한다. 식용유의 경우 대형 슈퍼마켓에서 아주 작은 병 단위로 묶음판매하고 있으니 사 두면 편하다.
각 알베르게 주방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가는 그때 그때 다르다. 알베르게 특성상 물건이 망가지거나 사라진다. 그때그때 보충하지 않기 때문. 오히려 순례자들이 사비를 털어 갖다가 놓는 경우가 훨씬 많다.
갈리시아 주 수도인 루고와 대도시인 산티아고의 경우 모든 조리도구가 완벽해서[12] 이를 보았을 때 오 세브리오에 조리도구가 없는 것은 단순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안 비치해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의 공립 알베르게의 호스틸리어는 대부분 지역 주민로 보이는데 알베르게 취침시간 이후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며, 조리기구의 경우 냄비 정도는 빌려주기도 한다.(2018년 4월 기준 호스틸리어 왈, 그냥 조리해 먹지 말라고 한다. 전자렌지만 사용하라고 한다)
순례 도중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면 모든 대도시나 거점도시의 중국인 식료품점에서 컵라면, 라면, 고추장, 새우깡, 김치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판매하고, 포르토마린(Portomarín) 가는 길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에서도 다양한 한국 음식을 판매한다. 그런데 알베르게 주방을 쓸 때 제발 김치 같은 냄새 나는 음식은 참자. 하술되겠지만 다시는 안 올 곳이고 안 볼 사람들이니까 그냥 깽판치고 가겠다는 마인드로 순례길에 온 한국인들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혹은 아주 간혹 한국어 간판으로 된 한국 음식점도 있다. 보통 아주 구석진 곳에 있으며 현지인들만 가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또한 비야프랑카(Villafranca)에서 오 세브레이로로 가는 길에 자리한 트라바델로(Trabadelo)라는 마을 초입에 네덜란드인이 운영하는 숙소가 있는데, 한국 봉지라면을 끓여서 판다. 심지어 김치까지 직접(!) 담가서 소량 반찬으로 내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름. 부르고스 시내에 라면 파는 걸로 유명한 레스토랑보다 가격대비 만족도는 조금 높다. 단, 비수기에는 운영을 하지 않으므로 주의.(운 좋으면 비수기라도 라면 구입만은 가능하다) 가격은 따지지 않기로 하자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 그간의 혹사한 몸을 푼 뒤에 순례자 사무소에서 순례여권을 보여주고 순례 증명서(콤포스텔라/Compostela)를 받아갈 수 있다.
산티아고 알베르게들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엄청 떨어지니 각자 알아서 주의하자. 특히 공립 알베르게는 저 멀리 구석에 박혀 있다. 그런데 알베르게의 서비스 품질에 연연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호텔을 가는 게 좋다. 관광을 온 건지 순례를 온 건지 마음가짐을 분명히 하는 게 본인은 물론 본인을 맞이할 알베르게 관리인 서로의 정신건강에 좋다. 하술되지만 편안하게 관광을 즐기고 싶은 관광객 마인드로 순례길에 오르면 본인은 본인대로 만족하지 못해 욕이 나오고 외국인들은 외국인들대로 한국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생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매일 정오에 열리는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좋다. 미사 도중에 순례를 완수한 사람들을 호명하는 파트가 있기 때문.[13]
혹은 순례자 사무소에서 하는 영어 미사에 참여해도 재밌다. 그나마 알아먹을 수 있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