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집사는 어머니 주일 예배를 드릴 때는 언제나 울었다. 찬송을 할 때도, 그리고 설교를 들을 때도 눈물이 쏟아졌다. 그래서 교회에 나갈 때 미리 손수건을 챙겨서 가지고 갔다. 어머니가 운명하시던 마지막 순간에 남편인 박 서방의 손을 잡고 희미한 목소리로 교회에 나가라고 당부하셨다. 그는 그 때는 ‘예’라고 대답했지만 교회는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신 첫 주일에는 교회에 참석했다. 그 때 기념으로 관주 톰슨성경과 해설 찬송가를 사주었었다. 그는 음악에 소질이 있어서 어느 찬송이나 잘 불렀었다. 그래서 찬송가책은 낡았으나 성경책은 쓰지 않아 말끔한 새 책으로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성경책은 일 년에 꼭 한 번 교회에 나갈 때 들고 갔었는데 그것은 어머니 주일 때였다. 이날만은 아내의 권유를 거절하지 않았다. 윤 집사는 그것이 더 슬펐다. 남편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가라고 하던 어머니의 음성이 귀에 쟁쟁한데 가신 지 5년이 되어도 남편을 전도하여 교회에 나오게 하지 못한 것이다. 안 믿는 남편과 결혼하겠다고 날뛰며 어머니 가슴에 못 박았던 것이 가슴 아팠다. 꼭 전도하고 구원받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결혼했는데 교회 나가는 사위를 못보고 떠나시게 한 것이 죄스러웠고 유언으로 남기신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남편은 임종하던 날의 장모를 생각하여 어머니 주일에만 교회에 나와 주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와 딸들이 교회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와주고 늦을 때는 자기가 저녁도 하고 설거지도 거들 곤 했다.
나는 네가 교회 나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교회 안 나가는 것을 너는 반대하지 말라. 나는 과학도다. 식물이 어떻게 땅에서 수분을 빨아올리며 태양 에너지를 받아 성장하는지 과학적으로 식물의 성장을 설명할 것이고 너는 하나님이 식물을 기르신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네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너는 내 과학적인 설명을 옳다고 인정해야 한다. 식물의 성장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은 고도가 다르게 공중을 나는 비행기 같이 충돌 없이 자유자재 날 수 있는 것이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 과학은 신앙의 원수가 아니다. 과학 없이는 우주의 질서를 설명할 길이 없다.
이것이 남편의 변론이었다. 윤 집사는 그의 생각이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세상의 질서를 보고 자기는 천국의 질서를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윤 집사는 남편의 외고집에 진력이 났다. 좀 멍청하게 믿고 따를 수는 없는가?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탈이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은 다 신비한 하나님의 영역이라고 믿어왔거든. 그러기 때문에 과학이 그 베일을 벗겨내면 하나님의 영역이 줄어졌다고 말하고 하나님이 구석에 몰리게 되는 것이야.”
어머니날이었다. 윤 집사는 목사님이 일 년에 한 번만 출석하는 남편에게 그를 변화 시켜줄 만한 메시지를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설교는 ‘아들을 변화시킨 어머니의 기도’라는 제목이었다. 미국에 짐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늘 홀로 된 어머니가 새벽마다 아들을 위해서 드리는 기도 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주일날 교회 나가자는 말이었다. 그는 그 소리를 듣다못해 가출하여 선원이 되었다. 그러나 선원 생활을 하던 중 그는 무서운 풍랑 속에서 자기 생명을 구해준 친구가 있었다. 그 후 그 친구의 권유로 그렇게 싫어하던 교회에 나가게 되고, 거기서 어머니의 기도를 기억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요지였다. 그 때는 짐의 어머니는 벌서 세상을 떠난 뒤의 일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목사님은 여러 번 목메어 설교를 계속하지 못했다. 이것은 바로 자기 남편에게 꼭 맞는 설교였다. 그때 짐이 지은 찬송이 275장 ‘날마다 주와 멀어져…’라는 것인데 모두 함께 부르자고 했다. 윤 집사는 너무나 감격했다. ‘어머니 기도 못 잊어 새 사람 되어 살려고 나 집에 돌아갑니다.’라는 구절을 부를 때에는 이 말이 남편의 마음에 사무치기를 빌며 불렀는데 윤 집사는 결국 목이 메어 흐느끼느라 찬송을 다 마치지 못하였다. 이 설교로 남편이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월 초하루 0시 예배 때가 생각났다. 이 때 다가오는 새해에 바라는 소원을 두고 통성으로 모든 교인들이 기도하는 순서가 있었다. 윤 집사는 남편이 돌아오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뒤 같이 따라 나온 딸에게 아빠가 하나님 앞에 나오게 해 달라고 너도 기도했느냐고 물었었다. 그때 그녀는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었다. 당황하여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딸은 지난해에도 그렇게 기도했었는데 하나님께서 안 들어주시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금년에 또 안 들어주시면 하나님과 아버지를 원망해야 하는데 너무 속상한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아, 이번만큼은 남편이 하나님 앞으로 돌아와 준다면…
예배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차 속에서 윤 집사가 물었다.
“오늘 설교 어땠어? 난 너무 은혜스러웠는데.”
“아, 그 275장?”
“그래. ‘나 집에 돌아갑니다.’라는 구절에서 나는 너무 눈물이 나서 계속 부를 수가 없었어. 당신, 어머니 앞에 약속했던 것 금년에는 지킬 수 있어?”
그녀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말했었다. 그러나 그는 거의 감격이 없었던 것 같았다. 예수를 영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허망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 찬송 짐이라는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니고, 리지에 데아몬드라는 여자가 지은 것이야”
“그걸 어떻게 알았어?”
“찬송가 해설에 다 쓰여 있지 않아?”
윤 집사는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구 속이 뒤틀렸다.
“짐이면 어떻고 여자면 어때? 어머니께 돌아왔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야? 찬송은 안 부르고 그런 해설이나 읽고 따지고 있으니까 은혜가 안 돼는 거 아니에요?”
“틀린 것을 어물어물 적당히 믿어버리면 진리이신 하나님은 못 믿고 잘못된 허상을 믿는 것이 되는 거야.”
“아무튼 당신은 틀렸어요. 너무 알면 은혜가 안 돼. 좀 과학의 세계를 버리고 믿음의 세계로 들어오면 안 돼?”
“과학을 버리면 안 돼지. 과학의 세계를 아우르는 더 큰 세계라면 모르지만.”
“맞아 더 큰 세계야. 그것이 천국이야.”
“그 천국이 교화라고? 그래서 나더러 교회에 나오라고 하는 거야?”
“맞아 교회가 이 세상에 있는 작은 천국이지.”
윤 집사는 의기양양하여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이 윤 잡사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뭘 제대로 알고나 믿는 거야? 세상 모든 사람에게 길을 막고 물어봐. 교회가 천국인지.”
남편 전도는 역시 어렵다고 윤 집사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