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확산되는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동네 슈퍼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나들가게’를 키우고 있고, 서울시는 ‘슈퍼 닥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나들가게에 선정되지 못한 가게의 상권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슈퍼 닥터’는 운영초기 준비 및 홍보부족 등으로 인해 참여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억제 불가능= 우선 기업형 슈퍼마켓, 슈퍼마켓이란 단어에 슈퍼라는 말을 하나 더 붙인 이른바 ‘SSM 논란’은 진출을 억제하는 관련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면서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대기업의 진출을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관련법안은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 줄여서 상생법 등 2가지다.
유통산업발전법은 3,000㎡이상 대규모 점포만 시·군·구에 등록토록 돼 있다. 이 때문에 1,000㎡ 이하의 기업형 슈퍼마켓은 아무런 제한없이 주거지역까지 진입할 수 있다.현재 전국적으로 500여곳,서울에만 140여 곳이 있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 등 3곳이 시장을 3등분 하다시피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SSM은 규모가 1,000㎡ 이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생법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통과가 됐지만 지난 4월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처리가 무산됐다. 정부내에서 통상마찰의 소지가 있는 만큼 지경위나 법사위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통상당국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6·2지방선거에서 SSM 문제를 정책공약으로 채택한 구청장이 상당하지만 기초단체장은 법률적인 권한이 없고, 판매식품의 유통기한 경과 등을 적발해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로 업체를 압박할 수는 있는 것이다.
◇SSM 대항마 중기청 ‘나들가게’, 서울시 ‘슈퍼 닥터’= 중소기업청이 추진하는 나들가게는 기존 동네 슈퍼의 장점을 살리면서 SSM이 가진 장점 즉 점포의 정보화와 조직화를 살려서 동네슈퍼에게 비용절감이나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4월말 200곳에서 사실상 영업에 들어갔고, 서울에서는 30곳이 지정됐다.
그러나 SSM의 대항마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여론이다. 지원내용을 보면 간판 설치와 포스 기계, 매대 정도가 전부다. 시설 개보수를 원하면 대출지원을 한다는 것이지만 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기청은 올해 나들가게 2,000곳을 시작으로 내후년까지 모두 1만곳을 육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나들가게로 선정되지 못한 가게의 상권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통상마찰의 소지도 남겨놓고 있다. 동네에서는 재래시장의 청과나 야채, 정육까지 영향을 미치고 FTA와 관련해 EU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확산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에서는 ‘슈퍼를 치료하는 의사’,즉 ‘슈퍼닥터’ 운영 방안을 마련, 지역 중소 슈퍼마켓을 상대로 점포 특성에 맞는 ‘진단-처방-치료’를 하고 있다.
중소 슈퍼들의 경영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시는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 80곳을 대상으로 1차 무료 진단을 실시했다.
슈퍼닥터는 경영이나 유통, 특히 소매업 등의 경력이 10년 이상이거나 이에 준하는 전문가 38명이 활동하면서 2인 1조가 점포당 컨설팅을 최대 5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슈퍼닥터들은 이 과정에서 경영 환경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교육이 필요한 점주는 고객서비스 기관 등과 연계를, SSM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업체는 연리 2.5∼3%, 최대 2억원의 대출을 지원한다. 일단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서울시내 중소 슈퍼마켓 수가 8,50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1차 무료 진단 건수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시행초기 홍보부족과 SSM과 1㎞ 이내 슈퍼 등 제한적인 대상 선정, 슈터닥터 인력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