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2 / 강봉수
칠성판 등에 지고 이어도 찾아 간다
김녕바당
두럭산
하도 밖
소섬 넘어
호
오
이
자맥질 소리
저승 다녀온
이승의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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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그만하면 / 박기섭(초대시조)
슬픔도 그만하면 앙갚음을 한 것 같고
기쁨은 기쁨대로 덤을 얹어 준 듯한데
갈수록 내 안의 빗장은 녹빛 짙어 가던가
수지 타산이야 애시당초 글러버린,
이식도 아니 남는 두어 뙈기 천둥지기를
모질게 붙들고 왔네, 그나마도 분복이라고
버력이건 감돌이건 이미 금이 간 목숨
종구라기 하나에도 다 안 차는 가을볕을
그 무슨 거랑금인 양 추켜들고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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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립 / 이지엽(초대시조)
공터에 내 놓은
폐휴지를 가져가면서
못한 일을 하다가 들키기라도 한 듯
노인은 나를 흘끔거린다
나는 그냥 꽃을 본다
... 치워도 화단은 늘 이리 지저분해
저런저런 팔손이도 손 내리고 푸석하네
뭐랬어 못 썩은 것들은 잠도 없이 설친다니까
지저분하다 싶으면
아무 때나 내 놓는데
잠시 후 나와 보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어딘가 마치 눈뜨고
주욱 기다린 것처럼
놓일 자리, 혹 말머리
요령을 안다는 것은
늙어가는 골목처럼 환해진다는 것
허름한 시간의 흰 뼈가
물빛인 양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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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 정수자(초대시조)
군말이나 수사 따위 버린 지 오래인 듯
뼛속까지 곧게 섰는 서슬 푸른 직립들
하늘의 깊이를 잴 뿐 곁을 두지 않는다
꽃다발 같은 것은 너럭바위나 받는 것
눈꽃 그 가벼움의 무거움을 안 뒤부터
설봉의 흰 이마들과 오직 깊게 마주설 뿐
조락 이후 충천하는 개골의 결기 같은
팔을 다 잘라낸 후 건져 올린 골법 같은
붉은 저! 금강 직필들! 허공이 움찔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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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 따라서 / 홍성란(초대시조)
발길 삐끗, 놓치고 닿는
마음의 벼랑처럼
세상엔 문득 낭떠러지가 숨어 있어
나는 또
얼마나 캄캄한 절벽이었을까,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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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야간 공사 / 서숙희(초대시조)
길게 누운 도시의 밤이 깊게 파헤쳐졌다
삽 하나로 뒤집을 수 없는 세상과 맞서서
땀 젖은 몸으로 쓰는 한밤의 노동사(勞動史)
저 생존의 문장에는 직유도 은유도 없다
어둠의 먹을 퍽퍽 찍어내는 강건체
핏발 선 에네르기만 일촉즉발로 솟구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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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을 향하여 / 이옥진(초대시조)
은행잎이 걸어간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은행잎이 야위어간다 유화에서 수채화로
제 갈 곳 아는 것들은 투명을 향해 간다
어머니 걸어가신다 검정에서 하양으로
어머니 날개펴신다 소설에서 서정시로
먼 그곳 가까울수록 어머니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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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초 : <실감, 실정을 잘 표현하려면>
실감, 실정을 잘 표현하려면 휴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인문주의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죠.
어떤 사물을 묘사할 때 사물의 겉모습만 그리는 게 아니라
구체적 상황을 디테일하게, 즉 세밀하게 적시해야 합니다.
세밀화를 그리는 것, 박진감 있고 동적인 표현을 해야 합니다.
정적인 표현은 하강구조, 내리막길, 처진 느낌이지만
동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시의 구조와 시의 이미지가 상승구조로 됩니다.
그래서 저는 시 문장을 구성할 때 역동성이 있는 동적 분위기 묘사에 중점을 둡니다.
박시교 : <직관적 표현과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 창작에 대하여>
시에서 시인의 직관은 아주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그런데 ...(중략) '직관적 표현'은 자칫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시에서의 직관적 표현은 설익은 맛을 보여주게 될 걱정이
먼저 떠오를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입니다.....(중략)
아나키스트를 사전적으로는 무정부주의자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은 번역의 오류입니다.
'기존의 잘못된 통념 즉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을 부정하고 과감히 새로운 틀을 짜려하는 자'로
정리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땅의 모든 시인은
아나키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시에서 직관은
어떻게 시로서 갈무리할 것인가?가 직관적 표현보다 더 알맞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우걸 : <참신한 작품을 쓰려면>
먼저 소재가 참신해야 합니다....(중략) 남과 다르게, 통념적인 소재를 벗어나
시대적 감각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두 번째로 주제가 새로워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면 시대에 걸맞는 주제가 필요합니다.
...(중략) 말은 작게 하되 의미가 깊어야 합니다. 조사나 표현하는 능력은 연습하면 되지만
자연스럽고 읽을수록 다른 의미가 우러나와야 합니다.
거짓말 하지 말고, 말을 아껴야 합니다.
짧아도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이 시조라는 그릇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편의 단수를 위하여 일생을 바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유재영 : <시조의 참신성과 파격에 대하여>
네 사람은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쓰느냐>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시조가 새롭지 않으면 시조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중략) 고시조를 추구하고 고시조를 종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있습니다.
'깨달음을 주는 시, 바르게 살라, 나의 갈 길을 가겠다'는 식의 시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시에서 결론을 내리려하는 사필귀정의 시들입니다....(중략)
한문 숙어 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시대와 동떨어진 소재는 난해해집니다.
꽃, 강물, 바람, 구름 등 자연적인 소재들은 변화하는 것이 아니지만
현대적 요소로 새롭게 구성하여 써야 합니다. 우리는 사실론적인 투쟁을 해 온 것입니다.
풍부한 상상력과 어휘력이 요구됩니다. 어휘는 절대 생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어사전을 베고 자야 합니다.
윤금초 : <사설시조다운 사설시조 쓰기에 대하여>
사설시조가 산문체의 자유로운 시조 형태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사설시조는 자유로운 서술구조를 가지면서도 일정한 규율을 지켜야 하는
독특한 형식 장치를 필요로 합니다.
말만 번드르하게 늘어놓는다고 해서 다 사설의 구성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는 없고
중장의 가락을 이음보 중첩(되풀이하여 겹침)을 유지하면서
내재율을 살려야 하는 것입니다.
3,4조의 가락을 타면서 '말 부림'과 '말 엮음'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가다가 한 번씩 엇박자를 밟아주는 것이 사설시조의 요체입니다.
- 이상, '<네 사람>이 들려주는 시조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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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소리를 듣다 / 권영오
풀벌레 언성이
높아진 것 같다
귀 얇은 초승달이
지붕을 넘는 동안
앞마당
풀을 죄 뽑고
숨어 듣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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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 이애자
둥근 것들의 소망은 스스로 구르는 일이다
부식이 진행 중인 장애 3급 무릎관절
어머니 수동식 자유 접혀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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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생각 / 이용상
해 저문 이 저녁엔
풀벌레도 오랜 벗
높낮이가 없는 소리로
방안 가득 평화로워
마음이 즐거워지면
세상 모두 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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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단을 개척해오신 대선배님들의 말씀, 가슴에 새긴다.
언제 들어도 꼭 꼭 필요한 내용...
이지엽 시인의 <미립> 1수 중장 첫구,
'못한 일'은 '못할 일'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수정하지 않고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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