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도시 경주 외2
햇살이 내려앉은
경주 들판
천년의 세월이
금빛으로 찬란하다
봉황이 날아 오르던
왕의 터전
첨성대 아래
별은 여전히 춤추고
동궁월지 물결엔
달빛이 고고(高高)하다
그 바람 속에는
아직 거친 숨결이 남아
화랑도의 혼이
살아 숨 쉰다
길 위에
쌓인 먼지조차도
역사의 무게를 품고
떨어지는 나뭇잎에도
천년의 흔적이 속삭인다
오늘도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는
천년의 빛
천년의 이야기로
황금의 도시임을 자존(自尊)하고 있다.
장작불
어두운 밤
장작이 타오르며
불꽃은 춤추고
재는 쌓인다
나무의 숨결이
불 속에 터져
열기가 허공으로 솟아 오른다
뚝뚝 떨어지며
타닥타닥 튀는 그 열정의 소리는
시간을 멈추게 하고
잃어버린 나를 돌아오게 한다
불꽃은
저마다의 색깔로 춤을 추다
재를 남기며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 멈추어선 나는
오래도록
마음을 녹이고 있다
재 속에서
타오르려는 작은 불씨를 보며
나는 다시
일어 설 힘을 생각한다.
현성산 삼소암
고요한 산자락에
오색단풍이 쌓이고
흐르는 물 계곡 사이로
찬 바람이 불어오면
어느새
겨울 그림자가 자리 잡는다
거기,
산과 하늘 바람과 물이 된
자연 속 부처가 있다
세상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그 모습
세상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애(無碍)의 얼굴이 있다
금강(金剛)의 빛이
해탈(解脫)의 귀향이
그냥 이루어진게 아니다
흙과 물과 바람과 불의 화두(話頭)를 안고
헤아릴 수 없는 겨울을
보내고 또 보낸
자연의 기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현성산 삼소암엔
겨울 숲 바람이 차갑다.
[양동주 프로필]
(현) 추적사건25시 국회출입기자.
[심사평]
‘한국신춘문예 2024년 겨울호’ 시 부문 당선작으로 양동주 씨의 시 ‘황금의 도시, 경주’ 외 2편을 선정한다.
시를 ‘문학의 왕’이라고 선자(先子)들이 말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소설이나 수필 등등 문학의 장르가 많지만 시 처럼 어떤 대상에 대해 짧은 문맥이지만 소설, 수필과 맞먹는 분량의 이야기를 서술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응모한 시 ‘황금빛의 도시, 경주’의 2연 -봉황이 날아 오르던 왕의 터전,/ 첨성대 아래/ 별은 여전히 춤추고/ 동궁월지 물결엔/ 달빛이 고고(高高)하다/ 그 바람 속에는/ 아직 거친 숨결이 남아/ 화랑도의 혼이/ 살아 숨 쉰다-에서 옛 신라의 역사가 훤히 보이고, 시 ‘장작불’에서 3연의 –뚝뚝 떨어지며/ 타닥타닥 튀는 그 열정의 소리는/ 시간을 멈추게 하고/ 잃어버린 나를 돌아오게 한다-에서 장작이 타는 모습을 보며 화자(話者)가 무언가 깨우치는 순간을 표현하고 있으며, 시 ‘현성산 삼소암’에서는 2연의 –거기,/ 산과 하늘 바람과 물이 된/ 자연 속 부처가 있다/ 세상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그 모습/ 세상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무애(無碍)의 얼굴이 있다-면서 불교의 정수
를 자연을 찾은 현장에서 그 느낌을 말하고 있다.
시작(詩作)을 부단히 해 온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우수작이다.
시는 대상을 꾸준히 탐구하듯 사색하고 잘 지으려는 노력을 하면 좋은 시가 저절로 나온다.
열심히 노력하여 지역 문단에서 대성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석정희, 신인숙, 윤미숙, 박태국, 엄원지.
[당선 소감]
한없이 부족한 제 시를 귀히 여겨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등대 같은 자리인 한국신춘문예에 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어 가슴 벅찬 기쁨과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이 순간은 지난날의 고민과 노력에 대한 작은 보답이자, 앞으로 더 큰 정진을 다짐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삶의 조각들을 기록하고 싶었던 마음에서였습니다. 시는 저에게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렌즈이자, 마음의 울림을 담아내는 소중한 도구였으며 이번 당선은 그 여정 속에서 얻은 뜻깊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 스승님 그리고 함께 글을 쓴 동료들의 응원 덕분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진실된 마음으로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고 삶과 자연의 아름다운을 시로 쓸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으며 제가 쓰는 시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과 빛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든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