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넷째주 업종 브리핑
기사입력 : 2009년 07월 27일
2예전에 모 일간지 기자가 한국의 금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대서 특필한 적이 있다. 그 기사는 꽤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치재의 소비가 크게 늘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요지였다.
그러나 당시 금수입은 내수 목적보다는 중개무역이나 고금리하에서 돈을 융통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편법 금수출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당시 금수입이 증가하는데 비례해서 금수출도 증가했었다.
당시 기사는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전문성이 없어서 만들어진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귀금속이나 보석이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꽤 좋은 소재인지라 종종 방송이나 일간지에서 견강부회한 기사들을 많이 보게된다.
지난 7월 21일 모일간지 기사는 한국의 금수출에 대해 비교적 전문적인 시각으로 다뤘다.
“국내 금값이 싸지자 무더기 유출” “탈세 부추기는 과세제도도 한몫” “세금 없애고, 한은의 금 보유 늘려야” 등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듯 했다.
해당기사는 『올해, 우리는 금 수출국이 됐다. 올 상반기 수출한 금이 52.3t, 15억 달러어치다. 수입량(15.8t)의 세 배가 넘는다. 지난해 수출량(46t)도 훌쩍 넘어섰다. 올해 수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이기도 하다. 금광에서 캐내는 금덩이라곤 한 해 200kg 남짓이 고작인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중략- 다른 속사정은 없을까』 라고 운을 뗀 뒤,
『세금이 많이 붙으면 최소한 세금만큼 물건값이 비싸진다. 이를 뒤집으면 세금을 떼먹을 수만 있다면 그만큼 이문이 남는다는 얘기다. 갑자기 금 수출국이 된 이면에도 이런 메커니즘이 작용했다. 어떤 물건의 국제시세가 급히 오르거나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국내 시세와의 차이가 순간적으로 커진다.
올 상반기 국내 금값이 그랬다. 그랬더라도 세금을 정상대로 내고 수출했다면 1g(약 4분의 1돈)당 1000원을 남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때 등장한 게 ‘폭탄업체’들이다. ‘뒷금’을 모아 수출한 뒤 폐업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떼먹었다. 1g당 약 8000원씩 남겼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상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 것일뿐 금수출의 긍정적인 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상반기 금수출이 최정점에 올랐을 때는 마치 우리나라가 외환위기가 오기라도 한 것처럼 매순간 긴장의 순간이었으며 해외자본이 물밀듯이 빠져나가 달러화 환율이 1,600원을 근접했을 때였다. 더군다나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안전자산인 금에 모든 투기 수요가 집중되던 때였다. 환율과 국제 금값이 합작한 국내금값은 천정부지로 뛰었으며 소비자들은 이기회를 놓지지 않고 가지고 있던 금을 내다 팔기에 바빴다.
당시 매일매일 시세변동이 극심했으며 특히 환율의 영향으로 하루에 돈당 2만원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당연히 급증하는 고금 공급은 주얼리 소비수요가 당해내지 못했다. 따라서 당시 제때 금공급이 해소되지 못했을 때는 국내금값과 국제금값의 차이가 돈당 3만원이 나던 때도 있었다.
따라서 금수출은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경제 현상이었으며 국내의 고금 공급 적체를 제때에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올해 초 매달 발표되는 무역수지의 결과에 정부가 목을 메고 또한 무역수지의 결과에 따라 환율과 증시가 요동치던 매우 어렵던 시기에 금수출이 국제무역수지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우리업계가 칭찬받아 마땅하지 욕을 먹을 일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해당 기사에서 ‘뒷금’을 모아 수출해 세금을 떼먹었다고 하는데 본 편집장이 이해하기론 올 상반기 금수출은 소비자 인적 사항을 좀 과장한 측면은 있었으나 어디까지 고금매집에 의한 정상적인 수출이었지 예전의 면세금 수출과 같이 부가세를 환급 받거나 관세를 편법적으로 환급 받는 비정상적인 수출이 아니었다.
또한 해당기사는 『금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금을 돈으로 대우하는 거다. 돈을 주고 받는데 부가세를 물릴 이유가 없다. 탈세의 실익이 없으니 밀수도 줄고 거래도 양성화돼 세금도 더 많이 걷힐 것이다. 무역 마찰을 푸는 데도 좋다. 마침 한국에 큰 적자를 내고 있는 두 나라 중 미국은 세계 최대 금 보유국(8133t)이고 중국은 최대 생산국이자 5위의 금 보유국이다. 두 나라에서 금을 사면 그만큼 수입액이 느는 ‘착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지난 97년 IMF 경제 위기 직전 국내 대기업들의 금수출에 의한 매출실적 올리기와 비슷한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 수 없다. 96년 53억불, 97년 61억불어치의 금을 수출했다. 당시 일부 대기업들은 페이퍼 수출로 전체 수출의 10~20% 가까이를 금수출로 채웠다. 재벌간 매출경쟁과 고금리 하에서 이자놀이에 금을 이용한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과 중국에서 금을 수입하자는 의견도 현실성이 없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8,133톤의 금이 민간차원에서 거래가 되는 지도 의문이지만 금거래가 물류비와 지리적인 여건, 가격 등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지 ‘무역 착시효과’를 위해 그렇게 하자는 것은 독자들을 꽤나 호도하는 얘기이다.
또한 중국이 2007년부터 남아공을 제치고 세계 1위 금생산국이 되었지만 중국에서 생산되는 연간 270톤의 금은 중국 내수 금수요를 충당하기에도 벅찬 양이다.
어디까지나 잉여생산물을 수출하는 것이지 자기들도 쓸 것이 모자른데 수출이 가능한 일인가?
더군다나 중국은 금을 팔기는 커녕 앞으로 꾸준한 금매집을 통해 달러보유고를 헷징하고 궁극적으로 막대한 금보유고를 앞세워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해당 기사말미에 『이참에 외환보유액 중 금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물론 2000년 초부터 귀경에서도 주장해왔던 말이지만 이미 예전 말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현재 고환율과 금값이 역대최고치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보유고를 늘린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김태수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