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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진 날씨 탓인지, 입도 봄을 탄다. 점심메뉴 고르는데도 한참이 걸리고, 회식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던 삼겹살도 괜히 실증이 난다. 뭔가 입맛 돋울 음식 없을까 하던 참에 아련한 와사비향이 머릿속을 스친다. 뽀얀 생선회 한 점 집어 비율 제대로 맞춘 와사비소스를 콕 찍어 먹는 그 맛. 뿐인가? 얼큰한 매운탕에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면 푸짐한 행복감에 절로 웃음이 난다. 이쯤 되면 꼴딱꼴딱 넘어가는 군침에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 분들 많을 터, “오늘 회 한사리 하실랍니까?”
▒ 쫄깃 회 한 점 ‘꿀꺽’ ▒ 매콤한 물회는 ‘후루룩’ ▒ 얼큰 매운탕은 ‘캬~아’
짭조름한 바다 맛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남구 삼산동에 위치한 천우정횟집. ‘하늘에서 도울 운’이란 좋은 뜻을 지닌 이곳은 10년 경력의 베테랑 주방장 배상진씨가 야심차게 준비한 믿을만한 맛집이다. “다년간의 연구와 실험결과를 통해 생선회 고유의 맛을 살린다”는 게 이곳의 경영방침. 천우정횟집은 방어진에서 직송한 싱싱한 횟감은 물론 훌륭한 맛 덕택에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 괜찮은 맛집으로 소문 나 있다.
싱싱한 모듬회가 상 위에 오르고, 개불, 해삼, 소라, 가오리무침, 튀김, 생선구이, 초밥 등 20여 가지가 넘는 곁반찬(쯔끼다시)이 줄지어 등장한다. 한상 떡 하니 차려진 푸짐한 메뉴는 천우정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곁반찬 종류가 많다보니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들 좋아하세요. 곁반찬을 먹다보면 정작 회를 남기시는 손님들도 더러 있을 정도니까요(웃음)” 오랜 경력만큼 음식 하나하나 손맛이며 솜씨가 대단하다. 어느 것부터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두툼하게 썬 농어를 한 점 집는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그만이다. 부드러운 목 넘김도 좋다. 쫄깃쫄깃 씹는 맛이 일품인 게르치는 입에 착 감긴다. 귀하다던 감성돔 한 점에는 콧노래가 절로 난다.
천우정에서 메인으로 선보이는 모듬회는 광어, 우럭, 돔, 농어, 감성돔, 게르치 등 횟감의 종류에 따라 상차림이 달라진다. 고급상(小-60000원, 中의-70000원, 大-80000원, 特大-10만원)의 경우 돔, 농어, 감성돔, 게르치가 환상의 하모니를 자랑하고, 일반상(小-40000원, 中-50000원, 大-70000원, 特大-80000원)은 광어와 우럭이 짝을 이룬다. 다른 횟집에서는 광어와 우럭을 반반씩 섞어 내놓는 모듬회가 보통 kg당 6~8만원하는 것에 반해 이곳에서는 4가지 횟감을 담은 8만원짜리 고급상차림이 성인 4~5명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회는 어떻게 뜨느냐에 따라 맛과 질감이 달라져요. 씹는 맛을 느끼고 싶을 때는 조금 두껍게 뜨는 것이 좋죠. 목 넘김이 부드러운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얇게 뜬 회를 선호하시구요”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회를 내놓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각종 야채와 회를 넣고 비벼 먹는 물회(10000원)도 별미다. 갓 잡아 올린 활어를 회쳐서 배, 오이, 마늘 등을 비밀의 양념장과 비벼준다. 여기에 얇게 간 얼음 슬러시를 부어주면 사계절 내내 속을 뻥 뚫어주는 칼칼한 물회가 탄생한다. “얼음을 잘게 갈아서 넣는 것이 특징이죠. 시원한 맛은 물론 회의 육질까지 탱탱하게 만들어줘서 씹는 맛이 더욱 좋아집니다” 배 사장은 비밀 양념장이 깊은 맛을 내면서 생선회 특유의 비린내를 단번에 잡아준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싱싱한 회로 적당히 배를 채웠다면 이번에 얼큰한 매운탕으로 마무리 할 시간. 남은 생선뼈와 살집으로 끓인 매운탕은 그 자체를 독립된 메뉴로 인정해도 좋을 만큼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10년 넘게 칼을 잡아 왔지만 아직도 연구할 게 많아요. 손님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팔자는 게 저의 철칙입니다”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로 똘똘 뭉친 배 사장의 뚝심에 더욱 배부른 한끼다. 문의(265-85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