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일차.141119.수. 용원휴요양병원-을숙도
서두르지도 않았는데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타고 종점까지 가서 다시 갈아
탄다. 환승을 위해 단말기에 카드
를 접촉하는데 약간 지체가 되었다고 운전기사가 ‘안 내려요!’하며 짜증이다. 그
양반 성질도 아니고 승질 되
게 급하다. 짜증을 내거나 말거나 나는 버스를 잘못 타는 덕분에 한 시간
반 동안 진해 시내 구경을 잘 했다.
안골포굴강에 오자 20여
가게마다 아주머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생굴 주변에 둘러앉아 생굴 까기에 바
쁘다. 한 아주머니가 다른
동료들에게 사진 찍는 나를 쳐다보라며 까르르 웃는다. 그 모습에 오히려 내가 당
황한다. 길 가던 젊은이가 승용차를 멈추며 백팩킹을 하냐며 부러운 듯이 묻는다. 오늘
저녁 서울에서 친구들
과 모임이 있지만 참석이 어려움을 통보한다. 두 발이 두 다리로 걷기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단다. 오늘 저녁
은 조카사위와 내일은 부산친구들과 만나고 전선생도 만나야 한다. 두발로가 걸으면서도 바쁘다. 부산신항에
도착한다. 엄청나게 쌓여있는 컨테이너 박스와 수 많은 화물차량 이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시간 넘게
굽힘 없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을 걷는다. 양쪽
어디에도 바다는 없다. 바다 냄새도 없다. 사람 그림자도
없다. 매연과 엄청난 소음뿐이다. 잘 나 있던 인도가 녹천대교를
만나면서 슬며시 사라진다. 잘못된 판단으로
녹천대교를 올라탔다가 혼 줄이 난다. 끝이 보이질 않는다. 다리 아래로는 원래 가려던 길이 잘 나있다. 중간
에 녹이 슬어 통화할 수 없는 비상전화기가 있다. 빨간 손수건을
아무리 흔들어도 세워주는 차는 없다. 대형
화물차가 지날 때마다 다리가 흔들린다. 하는 수 없이 지나간 길을 되돌아 나온다. 다리 위에서 왕복 30여분
간 지나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나보다 더 놀랬을 거다. 그리고
다시 인도를 따라 20여분 백을 한다. GPS 잘못
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다. 아무도 잘못한 게 없다. 고진감래! 고통스러웠던 한 시간이 지나고 오로지 산책
만을 위한 ‘갈맷길’이 나타나 평화스런 마음으로 걷는다. 일하던 한 아주머니께 인사를
건넸더니 ‘아이고 멋
지게 해가 가시네요’ 한다. 정말 멋있어 보였나? 아무튼 기분 좋은 말에 마음이 붕 뜬다. 조카사위와의 약속을
위해 열심히 걷는다. 을숙도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다. 3개월 전 상규와 자전거를 타고 찾아와 야영을 했던
곳이다.
아름다운 추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버스 전철 버스를 타고 용당동에서 조카사위를
만난다.
광안리해변으로 이동하여 저녁을 푸짐하게 얻어 먹은 후 아파트숙소에서 사람답게 편한 잠을 청하고
조카사
위가 내 대신 9일 동안 입고 다녔던 구질구질한 옷가지들을 세탁기를 이용하여 빨아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