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감동의 작가 채인선이 들려주는 상큼 발랄한 저학년 동화
까만 열매 줄까? 빨간 열매 줄까?
민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창밖으로 버린 찰흙 가구를
다람쥐네 식구들이 가져다 잘 쓰고 있대요.
다람쥐 오 남매가 고맙다며 민지를 초대했지만,
덩치 큰 민지가 어떻게 다람쥐네 구멍 집에 들어가겠어요.
어림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글쎄요? 세상에는 우리가 모를 일이 많잖아요.
자신감이 부족한 민지를 찾아온 귀엽고도 엉뚱한 손님
민지는 찰흙으로 요것조것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만큼 솜씨가 따라 주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올 여름방학 때는 가구 만들기에 도전했는데, 어째 만드는 것마다 영 마뜩치가 않습니다. 이번에 만든 물고기 탁자만 해도 파도가 출렁출렁 물고기가 굼실굼실하는 것이 밥상을 차리면 그릇이 둥둥 떠다닐 지경입니다. 미술학원 선생님이 잘 만든 작품은 큰 전시회에 출품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래서야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네요.
민지는 물고기 탁자를 제 방 창틀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뜯어보다 창밖으로 툭! 실패작은 늘 그렇게 처리했던지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아마도 뒤뜰에는 민지가 버린 실패작들이 수북할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뒤뜰에서 소곤소곤하는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도 민지 방 창문 바로 아래에서요. 민지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보았더니…… 글쎄, 다람쥐 남매가 낑낑대며 물고기 탁자를 나르고 있지 뭐예요! 민지는 혼비백산 달아나려는 다람쥐 남매를 불러 세웁니다. “거기서 기다려. 내가 너희 집까지 옮겨다 줄게.”
다람쥐 남매의 집은 민지네 집 뒤 언덕 꼭대기에 있는 나무 구멍이랍니다. 구멍 집 앞에는 남매의 엄마와 세 동생이 마중을 나와 있습니다. “네가 버린 가구는 우리가 가져다가 잘 쓰고 있어.덕분에 우리 집은 별 다섯 개짜리 호텔처럼 호화로워졌지.” 다람쥐들의 인사를 듣자니 구멍 집 안이 어떤 모습일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아, 한번 구경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민지는 아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정말 그러면 좋을 텐데. 우리도 보여 주고 싶거든.” 다람쥐 오남매도 아쉽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정 그렇다면…….” 하고 엄마 다람쥐가 불쑥 나섭니다. 정 그렇다면? 무슨 묘책이라도 있다는 소릴까요?
현실과 환상을 능청스럽게 엮어 낸 글,
가장 사실적인 묘사로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한 그림
채인선은 현실이라는 씨실과 환상이라는 날실을 능수능란하게 엮어 ‘소박하지만 완전한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작가입니다. 이 세계의 주인공들은 타자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습니다. 민지만 해도 사람처럼 말을 하고 사람처럼 옷을 걸친 다람쥐 남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건네고 기꺼이 도움을 줍니다. 민지의 열린 마음과 태도는 누구도 해 보지 못한 경험과 누구도 갖지 못한 비밀, 그리고 어떤 일에도...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