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3일 연휴의 가운데 날인 4일(토) 오후에 환상적인 가을날씨를 그냥 보내기가 무척 아쉬워 마음이 흔들릴 때 갑자기 남산을 가보기로 했다. 물론 가장 흔하고 쉬운 게 북한산이나 한강변이지만 이 좋은 날씨에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에 올라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을 내려다 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여겼다. 실은 남산공원길(둘레길) 중 북쪽길은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기에 그곳을 걸어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수도 서울은 우리 시대와 가장 가까운 조선왕조의 도읍으로 600년을 지내왔기에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근대화, 산업화, 정보화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시대들을 겪으며 급격한 변화와 가파른 발전 속에 잃은 것도 많지만 그래도 잘 보면 역사가 있는 것들이 산재해 있다. 초현대식 웅장한 건물들이 즐비한 대로변을 한 골목만 뒤로 물러나 들어가 보아도 이런 흔적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관심을 가지고 살피면 그만큼 보인다. 또 서울은 주변에 경관이 뛰어난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혜택을 받았고 여러 시대가 공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서울에 다른 점령군이 나타났다. 바로 국경절의 긴 연휴를 즐기려는 중국인 관광객들, 이른바 유커(游客)들이다. 우리가 패키지 여행으로 중국을 휩쓸고 다닌 적도 있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막강한 경제력과 외환보유고, 또 엄청난 인구에 상상을 초월하는 빈부격차 사회임에도 부를 거머쥔 중국인들이 허세를 떨 듯 마구 돈을 뿌려대는 모습이 우리를 덮친 지 오래다. 명동거리나 홍대 앞을 가면 언제나 사람에 밀려 제대로 다닐 수가 없는데 상당수가 중국인들이다. 시내 어디를 가나 이런 풍광이 흔한 일이 되었다. 전날 밤 뉴스에서도 이런 현상을 보도했는 바 이날 남산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리는 시대, 이러다가 정말로 점령당하는 건 아닌지 엉뚱한 생각도 미쳤다.
15시에 나가 서울역에서 402번 버스를 환승하고 세 정거장을 더 가니 남산도서관. 15:45부터 걷기가 시작되었다. 서울교육정보연구원(구 국립도서관, 그 전엔 어린이회관) 아래에서 북쪽순환로를 걸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의 친필을 새긴 비. 이로움을 보거든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쳐라!
그곳에서 올려다 본 남산의 N서울타워
전에 분수대가 있던 위쪽은 성곽발굴조사로 가림막을 친 상태이고, 이곳과 아래의 백범광장 이른바 야외음악당 자리는 층계를 내려와 자동차가 다디는 도로를 건너야 했었는데 이렇게 인공터널을 만들고 그 위를 공원으로 만들며 자연스럽게 연결하였다. 그 음악당은 없어지고 콘크리트도 모두 걷어냈으며 멋지게 조경하여 아름다운 공원이 되었다. 언제 했는지는 모르되 내가 와본 지가 오래 된 것을 반증한다.
조금 걸으면 자동차길과 남산공원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이 북쪽순환로. 원래 개방이 되었는지 권위주의 군사정부 시절에 막아두었다가 민간정부가 들어서며 개방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에는 중앙정보부(이후 안전기획부)가 있어 통행을 막았었나? ...
목멱산방. 산채비빔밥류와 전통차가 주를 이루는 한식집이다. 지나다가 가볍게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여느 시중 음식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블로그 등으로 여러 번 보았지만 실제로 가서 먹어보지는 않았다.
조지훈 시비. 파초우가 새겨져 있다.
산책길이 한쪽은 탄력이 있는 케미칼을 깔아서 만든 보행로이고 나머지는 관리용 차량이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길 옆은 이렇게 작은 개울을 만들어 흐르게 해놓아 운치가 있다.
돌고 돌아 장충동. 국립극장이 보이는 곳엔 국궁을 쏘는 석호정이 있다.
순환버스가 다니는 길로 오르지 않고 등산로를 이용. 이런 계단 몇 곳과 평범한 길을 오르고 또 올라
드디어 버스길과 만나면 곧 버스 종점!
날씨가 좋아서 예상은 했지만 사람들이 넘쳐났다. 일반 시민들도 그렇고 중국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줄을 서 있었다.
버스 종점에서의 조망.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씨로 시정(視程)이 엄청났다.
62분만에 남산 정상 도착. 역시 사람들이 바글댔다. 그만큼 온통 시끌벅적!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이는 시내 중심부. 북악산 아래 한 가운데 청와대도 보이네!
안산과 인왕산 사이로 멀리 보이는 은평구 일원. 저 길이 옛날 호랑이도 나왔다는 무악재가 있는 곳이고 의주로 향하는 길목이었지?
N서울타워. 맑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가을맛을 더한다.
팔각정. 과거 우리가 궁핍하던 시절엔 시골에서 서울에 오면 올라오는 곳이 남산이었고, 서울을 다녀온 징표로서의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살기가 괜찮아지며 사람들은 전국을 뒤지고 다니며 삶의 여유를 즐겼고, 그것도 부족하고 좁아 밖의 세상으로 진출하여 세계를 휘젓고 있는 의지의 한국인이 되었다. 반대로 외국인 이주자나 관광객들이 차지한 남산이 되어가는 모습...
봉수대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길거리 화가
봉수대에서의 시내 모습
팔각정과 N서울타워
팔각정에서의 모습
밀려다닐 정도의 사람들과 엄청나게 매달린 자물쇠
성동구, 광진구와 강 건너 송파구, 강남구쪽.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도 보이네!
이태원쪽과 건너편 반포 일원
위 사진과 상당히 겹쳤네. 용산쪽에 치솟은 주상복합아파트군들
또 위의 것과 많이 겹쳤네. 그래도 괜찮아! 여의도 방면
아차산이 보이지만 이것도 위의 다른 것과 겹쳤네. 안전 쇠난간이 방해가 되어 옆의 투명유리가 가려진 곳에서 찍으니 이렇게 되비치어 좀 상태 불량! 90장 정도 찍은 사진들 중에서 고른 것이여!
자물쇠로 나무를 만들었군! 요즘은 어딜 가나 셀카봉이 대세!
회전전망대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25분 머물다 계단길로 하산.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긴 줄도 있고, 이렇게 걸어서 올라오고 또 내려가는 사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길은 성곽을 따라 안쪽으로 나 있다.
기울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여의도 방향
중간에 도심을 줌인 하듯이 볼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 와 새로(?) 조성된 공원을 일부러 둘러 보았다. 김구 선생의 동상이 가로등에 가렸구나!
옆엔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냈지만 이승만 독재에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은 이시영 선생의 동상이 있다. 백사 이항복의 후손으로 한양에서 최고의 가문 중 하나였으나 나라를 잃게 되자 그 국권을 되찾는 일을 하고자 그 많던 가산을 팔아 정리하고 동생 5명의 집안과 함께 온 식솔들을 이끌고 만주로 이주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등 큰 일을 하신 분이다. 상해임정에도 간여하셨고 그 형제들과 가족들이 엄청난 고초를 겪으면서도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집안이다.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신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계셨기에 이 나라가 그나마 존재하였거늘 이 땅의 많은 애국자인양 하는 작자들이 보인 작태는 어떠한가? 육사 출신으로 군인이었다가 전두환 군부 등장 때 정치권에 들어와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지냈고 나중에 김대중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종찬씨가 그 동생 중 한 명인 이회영 선생의 후손이다.
잘 조성된 공원. 대리석이 깔린 곳이 원래 성벽이 있던 자리이구나!
서울성곽이 일부 복원되어 달라진 모습
성곽을 따라 난 길 또는 바로 아래의 나란한 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고,
이렇게 언덕을 왔가갔다 하며 낸 길을 따라 여유를 즐기며 걸을 수도 있다. 가을냄새가 물씬하구만!
교과서에 나오던 김유신 장군상이 이곳에 있는 줄 예전엔 몰랐네!
숭례문쪽에서 올라와 시작되는 남산공원의 들머리
남산순환로는 차량이 다니는 넓은 길이지만 이처럼 성곽을 따라 만들어져 있다. 무심코 지나기 쉬운데 바로 숭례문(남대문)까지 이어진다.
이날 일정을 마친 4호선 회현역. 17:55이었으니 2시간 10분이 걸린 남산 산책로 탐방 시간!!
2014.10.05
첫댓글 서울 남산에 올라가 본지가 가물가물한것을 보니 몇십년이 지난것 같네.
지금도 케이블카가 있나 모르겠네 ?
사진도 많이 찍어 자세하게 설명까지 곁들여 올리느라 고생 많았네.
케이블카야 여전하지~
다만 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중국인 등 외국 관광객이 많으니
규모가 크고 새로운 것으로 다시 바꿀 필요는 있을 것 같은데...
아마 그런 검토 말이 언젠가 언론에 나온 것도 같구만!
여러 번 오른 적이 있는 남산이지만
둘레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
도심에 이런 코스가 있는 것도 행운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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