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걸쳐 교회밭에 콩을 심은 꾼은 영수형의 밭으로 향했다. 큰 산 밑에 있는 밭이라 두꺼비, 꽃뱀, 개구리들이 득시글거렸다. 꾼은 이년차 호밀사이갈이 농사법을 구사하는 중에 이 밭이 가장 성공적인 밭이라 생각했다. 작년 빼빼로데이라고 하는 젓가락이 네 개 겹치는 11월 11일에 호밀을 뿌려 불그죽죽한 잎이 겨울을 나더니 새 봄에 푸른 잎으로 변하고 얼마전까지도 꾼의 키보다 많이 자라 있었다. 꾼은 일주일간 퇴근 후 저녁시간에 하루 이백평 정도를 얼마전 구입한 예초기로 뎅겅뎅겅 잘랐다.
선무당이 장구탓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2년차 농사를 맞은 꾼이 욕심부린 것이 있다면 남들이 잘하지 않는 짓을 한다는 것이다. 쓸모있다고 생각되는 농사기구들을 열심히 사들였다. 삽, 호미야 농부의 필수품이지만 조금 편하게 농사짓자고 작년에는 풀밀어세트를 샀다. 풀밀어세트는 귀농운동본부에서 보급하던 농기구로 네델란드의 그것을 보고 개량하여 만들었다고 했다. 긁쟁이와 딸깍이와 함께 한 세트를 구성한 풀밀어세트는 동생네 밭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풀을 베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꾼은 아예 동생에게 줘버렸다.
금년에는 엔진달린 등짐분무기를 샀다. 작년에 수동식 분무기를 써 보니 팔과 어깨 아프게 하루종일 작업해 보니 안 결린 곳이 없었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로빈>이라는 일본상표로 나온 엔진분무기가 꾼에게 눈웃음치고 있었다. 좋아할 만하면 독도가 즈그네 땅이라고 헛소리를 하여 얄밉긴 해도 기술을 믿기 때문에 일제를 선호했다. 국산도 <계양>의 기술력이 많이 높아졌지만 비싸고 기계가 무겁다는게 문제였다. 앞뒤 가릴 것 없이 25만원에 샀다. 엔진분무기는 몇해 동안 꾼의 농사에 단짝친구가 되었다.
두 번째로 구입한 것이 예초기였다.
동생네 것과 교회에서 사용하는 예초기를 메고 작업할 때 처음에는 손이 떨리는 수전증이 고약했다. 사철가든 안 주인이 커피를 줄 때 반은 쏟았던 것 같았다. 그 후에도 예초기 작업이 힘들어 풀깎는 작업을 할 때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우거지상을 하기 일쑤였다.
<그래, 가벼운 예초기가 있다고 하니 사 보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예초기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배부식과 견착식이 있었다. 견착식이 좀 가벼웠지만 한쪽 어깨에 걸치고 작업을 하는 것이기에 별로 가볍다 할 수 없었다.
배부식은 대부분 배기량 40cc였고 가벼운 것들은 25cc였다. 배기량 40cc는 10-12kg였고 25cc급은 7kg였다. 예초기는 사용연료로도 구분했다. 휘발유, 부탄가스와 충전지를 사용하는 것 세가지였다.
“충전지 쓰는 것은 절대 사지 말게. 일전에 아들이 사왔는데 힘이 없는데다 두어시간 쓰고 기계가 서버리니 그냥 두세 번 쓰고 처박아 두었더니 아예 망가져 버리더군.”
일전에 처외삼촌의 이야기를 듣고는 전기식 예초기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예초기는 휘발유를 넣느라 손에 묻기도 하고 번거로움에서 해방되어 좋은 점이 있지만 기계가 너무 약하여 비추합니다.>
인터넷 글을 읽고는 부탄가스 예초기에 대한 생각도 접었다.
KMC
꾼이 선택한 예초기 상표였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무게가 6.5kg밖에 안된다는데 애착이 갔다. 물건은 받아 본 꾼은 적잖이 당황했다. 물건과 함께 동봉된 그림을 보고 조립해야 하는데 예초기 대는 연결했지만 날조립과 어깨끈 매는데서 막혔다. 대리점에서 구입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형님 예초기 조립이 안되요. 좀 도와주세요.”
“가져 와 봐요. 안되면 만들어서라도 붙이면 되지요.”
기계치인 꾼은 일찍이 단골카센타 형님을 의형으로 맞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가져가자마자 3분만에 예초기가 완성되었다.
“완전히 장난감 같군. 이걸 갖고 일이나 제대로 하겠어요?”
형이 사용하는 십년 이상된 예초기라며 보여주는 혼다 예초기와 비교해 보니 몸체가 반 절 정도인데다 연료통도 작아 보잘것 없어 보였다. 그러나 형의 예초기를 지고 일어나려면 끄응 하며 힘을 써야 하는데 작은 예초기는 힘을 쓸 것도 없이 수월했다. 예초기가 등에 붙는 둥 마는 둥 가벼워 좋았다.
“형님, 제가 워낙 약골이잖우. 그냥 만족합니다.”
“쓰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내것 가져가서 써요.”
언제나 마음 따뜻한 형이었다. 기계와 마누라는 딴 사람에게 절대 빌려주지 말라는 소신이었으나 꾼의 생각과는 달리 마음씨 푸근한 형님이 좋았다.
형의 카센타에서 조립한 예초기를 들고 교회콩 심은 밭으로 갔다. 둑에 자라난 것들을 잘랐다. 밭둑에는 쑥이며 가시를 날카롭게 세운 엉겅퀴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부아아앙 부르르르
경쾌한 엔진소리에 풀들이 쓰러져 갔다. 꾼이 밑둥에 갖다대자 녀석들은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신났다. 한시간을 했는데도 어깨를 내리누르는 하중이 없었고 예초기대가 가벼워 돌 주위에 난 풀들도 바짝 깎을 수 있었다.
“낫을 가져와야 할 것을... 쯧쯔.”
밭둑에 자란 풀들을 거의 깎았는데 아까시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었다. 날을 대 보니 튕겼다. 꾼이 사용하는 날은 원형 초경날이었다.
<녀석들을 베어버려야 할 텐데.>
털퍼덕 주저앉아 궁리하기 시작했다.
61부에 계속합니다.
구입당시에는 25만원이었으나 지금은 57만원이더군요
첫댓글 예초기가 사람에게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죠,항상 회전을 하는 공구라서 안전에 주의 하세요.
그럼요 예초기 돌리면서 돌에 수없이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