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5년 7월11일 발행, 447페이지
작가 소개
파울로 코엘료는 194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1987년 <순례자>로 등단했으며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삶의 본질적 측면을 다루는 소설을 써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대표작은 <연금술사>(1988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998년), <11분>(2003년),
<오 자히르>(2005년), <포르토벨로의
마녀>(2006년) 등이 있다.
줄거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출생하여 유명작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나”는 어떤 가수의 노래가사를 몇 개 써주고 그 노래가 유명해지자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 결혼으로 정서적 안정은 얻었지만, 지독한 권태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세번의 결혼과 이혼을 한다. 꿈을 추구할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었지만 책을 쓸 용기는 없었다. 어느 날, 나를 인터뷰하러 온 예쁘고 지적이고 수다스럽지 않은 여기자, 에스테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전처들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갈등이
되풀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관계가 훨씬 오래 지속되었다.
그렇게 2 년이
흘렀을 때, 에스테르는 “당신은 나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해. 하지만 자기 자신과 홀로 마주하는 건 싫어하지. 당신은 중요한 걸
잊기 위해 늘 모험을 찾아 헤매.” “중요하다는 게 대체 뭔데?” “책을
쓰는 것.” 내가 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한, 그녀는 나를 떠나게 될 거라고 했다.
‘첫 문장’을 쓴 페이지들이 쌓여갔다. 나는 아직 한 문단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분주한 척, 자기 책임을 인식하고 있는 척, 세상이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는
척은 그만 하고, 잠시 여행이라도 떠나.”라는 에스테르의
권고로 나는 여행을 떠났다. 삼십팔일 동안 걸어서 산티아고의 길을 순례했다. 콤포스텔라에 도착하자, 내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그곳임을
알게 되었고, 나는 에스테르와 대양을 가로 놓고 마드리드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책을 쓰려고 하지만 책
쓰는 일은 매번 다음날로 연기되었다. 다시 에스테르를 만났을 때, 그녀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했기에 내가 꿈을 좆도록 나를 떠나 보낸 한 여인을 바라보며 첫 문장이 나왔고, 그때부터
이틀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그렇게
산티아고의 길 이야기가 탄생되었다. 나는 그녀가 존재하기에 책을 쓸 수 있었다.
산티아고의 길을 순례하면서 평범한 사람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우주가 자신만의 언어인 “표지(標識)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향해 눈과 정신을 활짝 열어놓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문학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작가로 인정 받았으며 명에도 얻었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고 있을 때, 에스테르가 종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전쟁에서
인간은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니까. 그곳에선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자기 한계에 도달하면, 사람은 다르게 행동하지.”
8년을 함께 살았는데, 어느 날 돌연 에스테르가 떠난다는 말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고, 나는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1 년 뒤 어느 날, 나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잠에서 깨어난다. 한
번 만지거나 보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고, 우리의 머릿속을 완전히 장악해 광기로 몰아가는 무엇, 자히르. 나의 자히르, 그것은
이름을 갖고 있었다. 에스테르라는.
“찢어버릴 시간, 꿰맬 시간”이 출판되고, 책
사인회에서 미하일이라는 청년에게서 에스테르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가 카자흐스탄의 스텝의 어느 마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미하일과 함께 에스테르를 찾아 바람과 사막과 초원을 건너는
구도의 여정을 떠난다.
나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찾은 것이야말로 가장 달콤한
꿀맛이라는 걸 깨닫기 위해 그녀를 잃어야만 했다. 나는 에스테르가 왜 이곳에 오기로 결심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스텝처럼 텅 비기 위해서였다. 나를 비우자. 나 개인의 과거사로부터 해방되자. 아코모다도르를 파괴하자.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능력이 내게 있음을 깨달았다. 세월은 오직 혼자서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없는 자들의 발목만을 잡을 뿐이다.
3년만에 만난 에스테르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지만, 그녀와
함께 파리로 돌아간다
*****
자히르(Zahir)는
원래 아랍어로, 어떤 대상에 대한 집념, 집착, 탐닉, 미치도록 빠져드는 상태, 열정
등을 가리킨다. 이것은 부정적으로 편집증일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는
어떤 목표를 향해 끝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원일 수도 있다.
무언가 원칙을 정해놓고, 질문을
던지지 않고 무작정 따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일상적인 자히르에 굴복하는 방식이다. 원칙이라고 믿었던 것, 불변의 사실로 확신하던 것이 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된다고
소설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본문중에서
-자유는 책임의 부재가 아니라, 나에게
최선인 것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사소한 습관들로 이루어진 자신들의 우주가 그 변화로 인해 뒤흔들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잠시 멈춰 서서 인생이 단지 이것뿐일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본 적은 없나요?
-언제 한 생의 시기가 끝에 이르렀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한 주기를 마감하고, 문을 닫고,
한 장을 끝마치는 것. 그걸 뭐라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완결된 생의 순간들을 과거 속에 놓아두는 것이다. 뒷걸음질
할 수 없다는 거, 어떤 것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나는 서서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코모다도르 : 살다보면 어느 순간인가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정신적 외상, 쓰디쓴 실패, 사랑에 대한 환멸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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