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서 바야흐로 결혼식철이 되었다. 주말이면 한 두 건씩 축하해 주는 일이 많아졌다. 여수에서는 결혼식장에 축의금 봉투를 들고 가면 접수하는 분이 "식사를 하시겠습니까?"하고 묻는다. 고개를 흔드면 하얀 봉투를 내민다. 그게 바로 결혼식에 오신 것에 대한 답례인 촌지(?)이다.
봉투 속에는 은행에서 막 바꿔온 아주 깔깔한 만원짜리 한 장과 천원짜리가 혼주의 감사 편지와 함께 들어있다. 10여 년 전에는 만원 한 장이 들어있었는데 여기에 천원이 한 장, 두 장, 세 장하다가 이제는 5 장까지 되었다. 5 장이 되면서 5천원권이 들어있다.
그 금액은 식권 즉, 손님이 식당에서 대접 받을 식사 요금에 맞춰져 있다. 식사가 백반 또는 불고기 백반에서 부페로 바뀌면서 그 촌지 금액도 조금씩 높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촌지는 가까운 순천지역에서도 통용되지 않는 여수만의 결혼 풍습이 아닐까 한다.
해산물 요리가 풍성한 여수에서는 자기 집에서 하객을 접대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28년 전 내가 결혼 할 때는 결혼은 예식장에서 하고, 손님은 한참 떨어진 우리 집에서 식사 대접을 하였다. 그런 결혼 문화가 식당으로 변했고, 잠깐 우산과 그릇 같은 답례품으로 바뀌는 듯 하다가 10여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선택형으로 바뀌었다.
식사하실 분은 식권으로 그렇지 않은 분은 촌지로 제시되었다. 아마 이렇게 된 것은 식당에서 똑같은 가격인데도 단체로 가면 어수선하고, 혼잡스러워서 서비스도 미흡하고, 식사의 질도 떨어져 짐짝 취급 받기 마련이다. 자식을 혼인 시키는 부모 입장에서는 대접 잘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워낙 몇 백 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고, 그것도 다른 손님과 겹칠 때는 불가항력이다.
결혼식장에서 촌지를 받아든 손님은 여럿이 보태서 인근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가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반긴다. 또, 바쁜 분들이 대신 축의금을 보냈을 경우에도 촌지를 받을 수 있어 전달했다는 증거도 되고, 감사의 표시도 할 수 있다. 동시에 몇 건의 결혼식이 있어도 식사를 할 필요가 없이 촌지를 받으면 된다. 또, 결혼식 끝나고 따로 감사의 편지를 보낼 필요가 없다.
어떤 곳은 아예 식당이 함께 딸리지 않는 그런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고, 모두에게 촌지를 돌린다. 지금도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도 없진 않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합리적이긴 하지만 너무 삭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꼭 돈 내고, 돈 받는 것 같아 야박스럽다고 한다.
흔히 축의금으로 조금 친하지 않으면 두 말 없이 3만원을 봉투 속에 넣는다. 그런데 다시 촌지로 만 삼천원 또는 만 오천원을 받으면 기껏 얼마 되지 않아서 5만원으로 상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짝수를 싫어하는 우리 사회에서 만원을 올려 4만원으로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수에서 유명한 해산물 부페로 접대를 하면 3만 원이 넘는다.
결혼식철을 맞아서 귀한 시간에 축하해 주기 위해 방문을 하는 손님들에게 어떻게 정성스럽게 대접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해도 손이 빠질 수 있어서 여수처럼 손님이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 어쩜 좋을 수 있지만, 마음이 끌리지 않았을 때는 도리가 없다. 어떤 곳에서는 인근 식당 모두에게 통용되는 식권을 발행하여 주변 경기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 대접을 받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가 안 좋은 올 봄에 결혼을 하는 가정에서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참석한 손님들의 축하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행복한 결혼식이 될 것 같다. 올 봄에 결혼하는 모든 신랑, 신부, 가족 여러분께 축하를 드린다. 그 때 그 마음으로 되돌렸으면 하는 우리들 마음을 담아서... |
출처: 여수앞바다 원문보기 글쓴이: 여수앞바다
첫댓글 홀수를 맞출려면 3만원 아님 5만원인데 늘 생각하는거지만 여기 글쓴이의말이 맞다.쌩유~~~~동상Lee
외국에 비하면 한국은 짧은 시간안에 언능해야하는 절차상 결혼식. 식장의분위기는 늘 쫒기는 분위기지 언능해야 다음차례가 하니...식장분위기도 한국은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