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巖錄(벽암록)에 대하여-10
손가락 하나 치켜세워
【제019칙】 한 점 티끌 일어도 온 대지가 포함되어 있고, 꽃 한 송이 피어도 온 세계가 일어난다. 티끌이 일어나지 않고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에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옛말에도 한 타래 실은 한번만 자르면 모두 끊어져 조각이 나고, 한군데만 물들여도 모두 물들고 만다고 하였다. 지금 그와 같이, 온갖 갈등을 끊어버리고, 참된 자기의 보배를 이끌어내며, 높고 낮음에 두루 응하고, 앞뒤에 차이가 없으면, 본래 면목 스스로 이룰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아래의 글을 잘 살펴보아라. 〈본칙〉 구지스님은 묻기만 하면 오로지 손가락 하나만을 세워 보였다. 〈송〉구지화상의 손가락 불쑥 치킨 깊은 사랑 온 우주 통틀어도 그 같은 이 다시없네.
일찍이 넓은 바다 띄워놓은 널빤지 하나 캄캄한 밤바다에서 눈먼 거북 건져 줬네.
*맹구부목 盲龜浮木_ 캄캄한 북극 밤바다에서 널판지에 뚫려진 하나의 구멍으로 눈먼 거북이가 우연히 머리를 내밀다는 - 지극히 만나기 어려운 깨달음과 정법의 인연을 설한 얘기. -까페지기 각주
서쪽에서 온 뜻은 없다 (달마조사 西來意)
온 산 봉우리에도 담장의 돌 위에도 참 진리 가득하다. 망설이거나 우두커니 꾸물대면 정녕 헛수고일 뿐이다. 혹 개중에 썩 나서서, 바다를 뒤집고, 수미산을 걷어차며, 할로 흰 구름 걷어내고, 허공을 쳐부수며, 당장에 어떤 때 어떤 곳에서도, 모든 사람의 말문을 막고, 그 누구도 가까이 하기 어렵게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자, 말해 보아라. 옛부터 어떤 사람이 그러할 수 있었는지를... 〈본칙〉 용아스님이 취미스님에게 물었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취미스님이 말했다. “나에게 선판을 가져오너라. 용아스님이 선판을 가져다가 주자.
취미스님은 받자마자 그대로 후려쳤다. 용아스님이 말하였다. 치려면 마음대로 치십시오. 그래도 조사께서 오신 뜻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용아스님은 다시 임제스님을 찾아가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임제스님이 말했다.
내게 방석 좀 갖다 주게 용아스님이 방석을 가져다 주자, 임제스님이 받자마자 방석으로 후려쳤다.
용아스님이 말하였다. 치는 것은 마음대로 치십시오. 그러나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없습니다. 〈송〉 용아산 속 용에겐 눈이 없구나 썩은 물이 어찌 고풍을 드날리리
선판이고 포단이고 다 쓸 줄 모르니 노행자나 불러다 주어야 하리
(저 늙은이 이것으로 끝내기에는 미진한 것이 있어 다시 한 게송 덧붙인다.
노공에게 주어야 무슨 소용 있으랴 앉아서나 기대서나 불조의 맥 이을 생각 없다네
저녁 구름 돌아와도 산 감싸기 미흡하나 먼 산은 첩첩 한없이 푸르구나
피기 전엔 연꽃, 핀 다음엔 연잎 |
첫댓글 늘 고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