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보물같은 곳이 여럿 있다. 더우기 무더운 여름날이면 울진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기 위해 떠나는 대표적인 피서지로 두 군데를 뽑을 수 있는데, 울진 왕피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왕피리 계곡과 불영사계곡의 발원이 되는 소광리일대의 계곡이 그것이다.
왕피리계곡은 고려말 홍건적의 난을 피해 공민왕이 숨어 들어갔다는 이름처럼, 구비구비 아찔한 박달재고개 비포장 산길을 넘어서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외지인들에게는 꼭꼭 숨겨진 절경을 산너머에 감추고 있다. 반면에 울진군 서면 소광리일원은 산을 넘지는 않지만 구비구비 이어진 계곡을 따라 거슬러 흙먼지 일으키며 비포장길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북 봉화에서 울진방면 국도상에 있는 통고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5㎞쯤가면 "소광" 이정표 보이는 광천교 앞에 서게 된다. 길은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때때로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흙길, 자갈길이다. 계곡의 모습도 산 모퉁이를 돌아서면 한가로이 흐르던 모습에서 어느새 우렁찬 소리를 세차게 쏟아붓는 소와 폭포의 모습으로 바뀌곤 하길 여러번, 그렇게 물길을 따라 광천교 입구에서부터 약 4㎞를 들어가면 작은 마을이 하나 나타난다.
마을에는 민박농가가 여러곳이 있고 인심은 후덕하기 그지없다. 마을을 지나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길을 따라가면 폐교된 2층 건물의 삼근 초등학교 소광분교를 지나 자수정광산으로 알려진 소광2리 울진 달우 자수정광업소로 갈 수 있다. 이 곳에서는 해마다 자수정줍기 행사가 열린다. 찾아가는 길이 비포장도로에 흙과 돌가루 투성이고 다소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숨겨진 보석 자수정을 찾아내는 것처럼,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찾아가서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나와 오른쪽길로 소광천 계곡을 죽 따라가면 간간이 나타나는 농가가 눈에 띄며 여전히 깨끗하고 아름다운 암반 계류가 계속 이어진다. 삼거리에서 약 8㎞를 더 들어가면 소광리 끝마을 대광천 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과거 화전민 이주정책에 의한 화전민 이주단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휑하니 남아 있는 집터와 폐가만이 여행객들을 맞이할 뿐 당시의 분주했던 모습은 적막강산 속에서 상상으로 그려볼 수 밖에 없다. 이 곳에서 다시 길이 두갈래로 나뉘는데 두 길 모두 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왼쪽길로 2㎞ 가량 나아가면 세계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다고 알려진 울진 금강소나무 천연보호림지역이 나온다. 흔히 불리워지는 적목이라는 표현은 일본인들에 의해 붙여진 잘못된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금강송 또는 황장목이 맞다. 봉화의 춘양지방의 이름을 따서 춘양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보존상태이니만큼 울진군당국에서 이 소나무숲에 쏟는 관심도 각별하다.
특별한 학술조사나 연구 등의 목적이 아니라면 일체 차량통행을 금지시키고 소나무 숲의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도보로 임도를 따라 1㎞지점에 위치한 약 3,000평 규모의 금강소나무 관찰림을 구경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화기물이나 음식물 등의 반입은 자제하며 울창한 천연림을 눈으로 감상하는 것으로만 만족하고 숲의 어떤 것도 훼손치 않고 보호하도록 신경써야 한다. 임도 시작지점 의 바리케이트 앞에는 수령이 500년 이상이나 되는 거대한 금강소나무가 우뚝 서 있으며 마주편에는 탐방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울진군 산림과에서 만들어 놓은 소나무전시관 이 조촐하게 마련되어 있다.
갈림길 오른쪽길로 해서 산을 넘어가면 광산터를 지나 국내 최고의 비경 삼척용소골로 내려 설 수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차량은 통행이 불가하고 걸어가기엔 민가가 있는 덕풍 마을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가 도상거리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험하기로 소문난 협곡인 용소골 계곡를 통과해야 하므로 단순히 탐승을 위해서 준비없이 찾아가기는 힘들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찾아가야 하고 비좁은 비포장길은 때때로 차량의 교행조차 힘들다. 따라서 울진군이 숨겨놓고 있는 소광리 일대는 외지인들의 때를 덜 탄 까닭에 그만큼 조용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다.
8월의 더위를 피해 소광리 개울가에서 발담 그고 물장구치며 놀거나 소나무 숲에서 내뿜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삼림욕도 하면서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 역시 이 일대의 숨겨진 보석처럼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계곡미와 숲의 아름다움이 파괴되지 않고 간직될 수 있도록 신경써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