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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콰르텟 - Quartet >
여기,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레이스를 짜듯 섬세하고
촘촘하게 엮여져 있는,
'비첨하우스' 음악가들의 하모니 < 콰르텟 > 이
있습니다.
전설의 마에스트로 '토마스 비첨' 경의 이름을 딴
비첨하우스의 은퇴한 노음악가들은,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과 함께 살고 있지요.
젊은 음악도를 위한 강좌를 열기도 하고,
명성을 떨쳤던 전성기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게을리하지 않는 연습으로 정기적인
연주회를 열기도 합니다.
특히 연례 갈라(Gala) 콘서트를 통해서 모금한
돈은 비첨하우스의 운영에 크게 기여하고 있죠.
영국의 내로라하는 연주가 혹은 성악가들이
입주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장점도 될 수 있겠습니다만,
때로는 젊은 시절 경쟁관계에 있던 경우에는
다소의 긴장감도 엿볼 수 있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지요.
영화는 베르디의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중 '축배의 노래'(Brindish)로 그 막을
열어갑니다.
비첨하우스는 때마침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맞아, 갈라 공연 연습이 한창이지요.
한데,
비밀리에 모신, 새로운 게스트의 등장은
침체된 콘서트 분위기를 단번에 고양시킬 수
있는 빅카드가 됩니다.
모든 것을 변화시킬 뉴 페이스는 바로
오페라계 레전드 소프라노 '진 호튼'
(매기 스미스 분)이죠.
안하무인 격의 위풍당당한 프리마돈나,
그녀는,
"선생님은 B동에 있는 멋진 방을 쓰실거에요"
라는 친절한 안내에도 그저 심드렁히 답할
뿐입니다.
"무슨 감옥같이 들리네..."
열렬히 환영하는 입주 음악가들에게도
사뭇 도도하게 쏘아 붙이죠.
"음악가의 집이 아니라 완전 정신병원이구만!"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열정뿐 아니라 특유의 유머감각
과 혈기왕성한 인간미로 가득한 베이스 바리톤
'윌프'(빌리 코놀리 분),
또한, 가끔 오락가락하는 치매 증상으로 걱정을
안기기도 하지만, 여느 소녀처럼 순진무구한
메조 소프라노 '씨씨'(폴린 콜린스 분)...
이들에겐,
몇년 전 국제무대에서 홀연히 사라졌던
최고의 디바이자, 옛 동료인 진의 재등장이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사랑의 상처를 아직도 간직한
테너 레지날드(톰 커트니 분)만은
씁쓸하고도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지요.
둘은 오래전 결혼하리만큼 사랑했던 사이였지만,
겨우 '9시간' 을 함께 한 끝에 치명적인 오해와
어긋남으로 인해 헤어졌던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노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회한 진과 레지...
"그땐 철이 없었다" 며 후회하는 진은 레지가
살고 있는 비첨하우스에 들어가기로 결정하면서,
그와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사과의
말을 미리 연습하기도 합니다만...
나이가 들어 완고해져서 그럴까요,
레지는 대화 자체를 꺼리고 맙니다.
"난 음악도 사랑했고, 인생도 사랑했다오.
그런데 진, 당신은 음악만 사랑했어.
당신이랑 다신 노래하지 않을거야..."
하지만,
'97년에 헤어졌다'는 말을 '97년만에 만난 거야' 로
알아듣는 천진난만한 씨씨, 그녀와
바람둥이 분위기 메이커, 윌프의 우정어린
중재로 진과 레지의 심적 거리는 조금씩
좁혀지게 되죠.
어쨌든, 진의 입성은 재정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비첨하우스 원장 시드릭
(마이클 갬본 분) 에게는 복음 같은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한껏 들떠, 자칭 '굉장한(?) 아이디어' 를
제안하지요.
"진과 레지로부터 윌프, 씨씨에 이르는
최고의 성악가들이 30년 만에 환상의 콰르텟
드림팀을 결성해서,
전성기 시절 클래식 팬들을 사로잡았던
< 리골레토 > 3막의 4중창 ‘아름답고 사랑스런
그대여' 를 부르는게 어떻겠냐" 고 말입니다.
그러나, ‘커튼 콜을 12번 이하로 받은 적이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진,
그녀는 이미 음악을 접은 상태...
은퇴 후 자신감을 잃은데다 비평에 대한 부담감
이 밀려와서 노래를 더이상 부르지 못하겠다는
진의 고백에,
그래도, 옛 동반자 레지는 위로어린 격려의
헌사를 건네지요.
"예술은 영원히 외로운 길이고,
비평은 그 발꿈치도 못따라간다..."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는 윌프와 씨씨 또한, 진의 합류를
설득하려 나섭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완곡하게 거절하던 진은,
끔찍히도 싫어하던 오폐라계의 평생 라이벌
소프라노 앤 앵리(귀네스 존스 분)가 이번
공연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열받아(?)하며,
맘을 돌려 연주회에 전격 동행하기로 결정하죠.
드디어 공연하는 날,
대기실에서 무대에 오를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그만 돌발상황이 벌어집니다.
치매 증상의 씨씨가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서
갑작스레 공연장 밖으로 나가려 했던 것이죠.
생뚱맞게도 처음 만난 것처럼,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고 진에게 물어보는 씨씨...
진은 그런 그녀에게 셰익스피어의 희곡
< 뜻대로 하세요 > 구절인,
"제 2의 유아기가 온 것은 아니야" 라고
다독이며 상황을 재치있게 수습합니다.
갈라 연주회의 오프닝에서 상냥한 여성 주치의
(셰리든 스미스 분)가 참석자들에게 전하는
인사말이 인상적으로 울려오지요.
“비첨하우스 직원들은 멋진 음악가들을
모시는 데 자부심을 느끼지요.
이 공연을 기다리며 이 분들은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덕분에 젊게 사시죠.
공연 시작 전 한 말씀만 더 드리죠.
비첨하우스 직원들은 이 분들께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주시며, 삶에 대한 사랑을
전파시키고 희망을 주시니까요.
진심입니다.
감사합니다!”
유명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최근 음악의 유행에 관심을 가지고,
젊은 음악도 '조이'가 들려주는 랩을 듣고는,
"오페라와 랩은 결국 다를 것이 없으며,
어떤 나이에나 예술을 즐길 수 있고, 그 형태
또한 다양할 뿐이다" 라고 설명하는,
레지의 '오페라 강의' 장면처럼...
'나이듦의 의미' 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콰르텟>은 따뜻하고 유쾌하면서도 상큼합니다.
때론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지요.
연륜 깊은 배우들의 연기는 실제 삶이 투영된 듯
진솔함이 배어납니다.
콘서트 종반,
앤 앵리가 부르는 푸치니 오페라 < 토스카 >
2막의 은유적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Vicci d'arte, vicci d'amore)에 이어,
드디어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전설의 콰르텟,
칠순의 그들' 은,
첫 프로포즈처럼 황홀한, 그리고 아직 남은 것이
더 많은 인생 3악장의 하모니,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가씨여'(Bella figlia dell' amore) 를 고혹적으로 노래하며 그 피날레를
마감하지요.
공연 직전에서야 아스라한 젊은 날의 오해가
비로소 풀린 진은 회한의 말을 에둘러 건넵니다.
" 우리도 이제 늙었군요..."
레지는 주저없이 화답합니다.
"그래요, 그러니까 결혼합시다!"
어느덧, 엔딩 크레딧...
화면은 영화 속 등장한 음악가와 배우들의
젊은 시절 사진, 그리고 그들의 빛나는 경력을
조용히 비춰주고 있습니다만,
감독 더스틴 호프만은 예술에 평생을 바친
그들의 삶에 대한 오마주를,
그렇게, 헌정하고 있는 게지요.
1. 영화 < 콰르텟 - Quartet > 예고편
https://youtu.be/wl2z6C4S87c
더스틴 호프만은 말했습니다.
" 영화 대본을 비행기에서 읽어보았는데,
아내가 울고 있는 나를 보더니 왜 우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아내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했지요.
저는 평소에 잘 울지 않아요.
특히 대본을 읽을 때는 굉장히 냉정한 편이죠.
누군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몸이 늙어갈수록 마음도 연약해지고…
하지만 저는 인간의 영혼과 정신은 더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난 거의 75세이고,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다음 세 가지 중 하나가 되죠.
인간으로서 성장하거나 혹은 퇴행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그대로 머무르거나…
저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은
퇴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성장하는 것은 반드시 가능합니다.
이 작품에 담긴 삶에 대한 관대한 시선과
나이듦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는 제가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하게끔 만들었죠.
이 영화 속에는 인생을 관조하는 유머와
예술가들의 영혼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하여,
더스틴 호프만은 배우를 넘어선 감독으로,
예술을 향한 4중주의 서사 < 콰르텟 > 을 통해,
반세기 연기 인생이 녹아있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아우르며,
비록 은퇴했지만 오히려 더욱 뜨거운 열정으로
음악과 호흡하는 음악가들의 모습을,
따스한 인간미와 유쾌함, 수다스러움, 또한
명징스런 코미디 감각으로 직조해냈습니다.
영화 < 콰르텟 > 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다름아닌
'음악'이지요.
< 어톤먼트 > 의 다리오 마리아넬리 음악 감독은,
< 콰르텟 > 의 화면을 아름답고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으로 장식하는 것은 물론,
삶과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주인공들의
감성을,
'Wilfs decent', 'Jean arrives', 'Not upset',
'Over my dead body ' 등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감싸주고 있죠.
먼저 베르디의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중
1막 ‘축제의 노래’로 경쾌하게 시작하는 오프닝은
무언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줍니다.
이어지는 생상스의 < 동물의 사육제 > 중
‘백조’, 보케리니의 '미뉴에트',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슈베르트의 '실비아에게'
등 친근한 클래식 곡이 귀를 즐겁게 하지요.
영화 표제에 걸맞는 테마적 미장센이라 할 수
있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String 'Quartet') '일출',
그리고, 베르디, 로시니, 푸치니의 주옥같은
오페라와,
설리반의 코믹 뮤지컬 속 아리아들도 화면을
미려하게 수놓아줍니다.
더스틴 호프만은 배우가 되기 전 약 5년 간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음악을 공부한 적이
있다고 하지요.
그러니 애초 배우가 될 때의 상황과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작품의 상황이 기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 콰르텟 > 에선 극 중 내내 실제로 은퇴한
오페라 가수들과 음악가들이 인생을 노래하고,
또 삶을 연주하지요.
하여,
화면 속엔 음악에 평생을 바친 그들의 눈부신
열정과 예술혼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진 호튼’의 숙명적 경쟁자 ‘앤 랭리’역을 맡아,
비첨하우스에 새로 입주한 진과의 미묘한
갈등을 잘 살려낸 바그네리안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
그녀는 강조하지요.
“나에게 음악이 없는 삶이란 가치 없는 인생이죠.
음악과 사랑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고,
그 기쁨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극 중 탁월한 실력으로 주목 받는 트럼펫 연주자
로니 휴즈 또한 공유의 메시지를 건네죠.
“ < 콰르텟 > 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인
'당신은 삶을 즐기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You are never too old to live your life') 를
충분히 공감합니다.
나는 아직도 트럼펫 연주를 즐기고 있으며,
그것이 나의 삶이지요.”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잭 허니본 역시
음악가로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음악가들에게는 은퇴라는 개념이 없지요.
어떤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죽기도 하고요,
전 집에 죽치고 앉아서 TV나 보는 삶을 살기는
싫습니다.”
더스틴 호프만이 < 콰르텟 > OST 앨범의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영화는 단순한 음악 스코어의 나열적 편성이 아닌,
실제 뮤지션들의 '악기(Instruments)' 연주와
오페라 가수들의 '노래(Vocals)' 에 조명된,
진솔한 삶의 서사로 다가옵니다.
그는 음악가들에게 이 현장이 세대를 초월하는
환상적 경험이 되기를 바랐던 것일런지요.
음악이 그에게 그러하였듯 말입니다...
2. 베르디 오페라 < 리골레토 - Rigoletto >
3막 4중창 '아름답고 사랑스런 그대여'
('Bella figlia dell'amore')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소프라노 존 서덜랜드
바리톤 세릴 밀른즈,
메조소프라노 아이솔라 존스
: 리차드 보닝 지휘 메트오페라, 1988
https://youtu.be/l6S_kx0gDzc
영화 < 콰르텟 > 은,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 피아노 >, 그리고
바즈 루어만의 < 오스트레일리아 > 각본을 썼던
로날드 하우드가,
1999년 자신의 동명 연극을 직접 각색한
작품이지요.
“인생이라는 것은 어떨 땐 참을 수 없이
웃기면서 동시에 슬픈 것이고, 나는 그것을
이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 콰르텟 > 은 황혼의 나이에 접어든 음악가들이
말하는 인생의 단 맛과 쓴 맛으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1980년대 스위스의 다큐멘터리 '토스카의 키스'
에서 소재를 찾았다는 로날드 하우드,
그가 “인간의 목소리를 위해 쓰여진 노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이라고 극찬했던,
베르디 오페라 < 리골레토 > 속 3막 4중창
'아름답고 사랑스런 그대여'...
곱추 광대 리골레토로부터 만토바 공작의 살해를
청부받은 스파라푸칠레는 술집을 겸한 여인숙을
운영하는데,
자객인 그에게도 매력적인 여동생 맛달레나가
있지요.
리골레토는 딸 질다에게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의
위선적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
그 선술집 안에서, 만토바가 맛달레나를 노련한
솜씨로 유혹하는 광경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리하여,
오페라 4중창 중 첫 손에 꼽히는 불후의 명곡으로,
< 리골레토 > 이전에는 일찍이 없었던 콰르텟
(Quartet)인,
'아름답고 사랑스런 그대여' 가 불리워지지요.
집 안에서는,
새로운 매력녀를 향한 사랑 놀음에 여념이 없는
만토바와,
이런 공작의 호색한적 행동에 한껏 뜸들이며
밀고 당기는 감정유희를 탐닉(耽溺)하는 맛달레나.
집 밖에선,
이를 마주하고 가슴 아파하며, 괴로움에 탄식하는
순정녀 질다,
그리고, 슬퍼하는 딸을 보며 분노의 복수심으로
불타는 리골레토...
이렇게 네 명이 서로 분리된 공간에서
각기 다른 상념을 품은 채,
4인 4색의 사랑과 애증의 감정선을 노래하며,
또 절규하고 있습니다.
- 만토바 공작 -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아가씨여,
그 사랑스러움에 이 몸을 바친다
단 한마디만 베풀어 준다면
위로받는 이 내 괴로움
와서 들어라,
이토록 사납게 고동치는 내 가슴 소리를'
- 맛달레나 -
'아, 이상하다,
정말로 그런 농담은 찌꺼기 같아
당신의 장난이 몇 푼이나 되는지,
잘 생각해 보고 다시 오세요
그 정도는 익숙해.
근사한 양반,
판에 박은 듯 뻔한 말투'
- 질다 -
'아, 저 같은 사랑의 말을,
들은 내가 부끄럽다
배반당한 가슴이
너무 큰 고통으로 터져나갈 것만 같다
어째서 그토록 경솔하게도
저런 파렴치한 인간을 사랑했을까'
- 리골레토 -
'더 말하지 마라,
울어도 소용없다
저놈이 거짓임은 틀림이 없다
더 말하지 말라,
반드시 이 복수를 해낼 길이 있을 테니
준비만 되면 꼼짝 못하게 놈을 해치울 수 있다
자, 집에 돌아가 돈을 갖고
준비해 둔 남장을 한 뒤 베로나로 떠나라
나도 내일이면 그곳에 도착할 것이다'
깨끗한 서정성과 유장함의 울림, 파바로티도
좋지만,
디바 존 서덜랜드의 고혹적으로 뻗어가는,
콜로라투라 '하이 F'의 고음 발성과, 기막힌
피아노시모는 가히 천상의 목소리로 울려옵니다.
천하의 명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나
디아나 담라우 도,
이 4중창의 피날레에선 안정적인 내림 음으로
마무리하는 걸 알 수 있지요.
- 마이클 메이어 프로덕션,
미셀 마리오티 지휘 메트오페라, 2013
: 테너 표트르 벤첼라,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바리톤 젤리코 루치치,
메조 소프라노 옥산나 볼코바
https://youtu.be/ipf3VMQmKDg
- 장 피에르 포넬 연출, 1982년 필름
리카르도 샤이 지휘 빈 슈타츠오퍼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
바리톤 잉그바르 빅셀,
메조 소프라노 빅토리아 베르가라
http://www.youtube.com/watch?v=DYRZOEzoOgQ
< 리골레토 > 3막의 하이라이트인,
이 4중창의 특징은,
실내에 있는 '만토바와 맛달레나, 두 사람' 은
자신들의 노래밖에 들리지 않지만,
바깥에 있는 '질다와 리골레토 두 사람' 은
네 명의 노래가 다 들리는 것으로 설정된다는데
있습니다.
해서,
이 콰르텟은 각기 다른 멜로디와 내용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멋진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지요.
네 명 등장인물들의 결을 달리하는 성격과
복잡한 감정 상태를,
유기적으로 절묘하게 얽어냄으로써 그 극적인 효과
또한 뛰어납니다.
19세기에는 오페라가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그에 따라 오페라 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는
오페라 패러프레이즈(Opera Paraphrase) 기법이
발전되었죠.
패러프레이즈는 원곡을 그대로 피아노 악보로
옮긴 트랜스크립션(Transcription)과 달리,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기교적인 화려함을 더한
편곡기법을 말합니다.
리스트가 처음 패러프레이즈를 시도했을 때에는
단지 오페라 곡에서 사용된 멜로디를 가져오는
것뿐이었지만,
점차 비르투오소적인 화려함을 갖춘 오페라
패러프레이즈로 발전했지요.
베르디의 오페라 < 리골레토 > 중 4중창을
편곡한 리스트의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Paraphrase de concert sur Rigoletto,
S. 434)는,
이러한 비르투오소적인 화려함도 갖추면서
특정 장면에서 원곡의 멜로디를 잘 살려
패러프레이즈한 곡입니다.
노래가 겹쳐지고 이어지는 모양새,
그것도 서로 다른 입장을 동시에 노래로
얘기할 수 있는 신선함,
오페라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는 절대 꿈꿀 수 없지요.
바로 베르디의 오페라 < 리골레토 > 속
4중창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가씨여' 가,
이와 같은 중창의 묘미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평가됩니다.
'피아노의 파가니니' , 리스트...
그는 피아노가 아닌 다른 장르의 작품을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다시 풀어내는 걸 즐겼지요.
그의 눈에 베르디의 이 드라마틱한 4중창이 들어왔고,
그는 그것을 피아노 선율로 재탄생시킵니다.
그것이 바로 리스트의 연주회용 편곡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Rigolletto Paraphrase)이지요.
각기 다른 4명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가 소화해 내는 이 곡은,
감미로운 유혹, 사랑의 기쁨과 슬픔, 배반감,
분노 등의 감정을 모두 표현해야 합니다.
연주자로서는 드물게 뛰어난 외모와 세련된 옷차림,
거기에 듣는 이를 홀리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천재성까지 갖춘,
천부적인 바람기의 소유자였던 리스트...
그런 그가 천하의 돈 후안 만토바가 등장하는
오페라 < 리골레토 > 에 흠뻑 빠졌다는 점이
재미있지요.
더 흥미로운 것은 리골레토 부녀를 그렇게
울렸으면서도 만토바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입니다.
그에게 홀딱 빠져버린 또 다른 여성 맛달레나의
도움(?) 덕분이었을 터,
유혹적이고 화려한, 그러나 애잔한 '리골레토'
피아노 선율이 나오게 된 결정적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 리스트의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Rigolletto Paraphrase) S.434
: 드미트리 스구로스 피아노
https://youtu.be/WuC4J5DIMPk8
3. 베르디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1막
'축배의 노래'(Libiamo ne'lieti calici : Brindisi)
- 라 스칼라
https://youtu.be/YVyqvNAlLXs
감독 더스틴 호프만은 출연진에게 부탁했다고
하지요.
“우리 모두가 인생의 3막을 시작하는
사람들입니다.
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하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진솔하게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영화 속에 담고 싶은 것이죠."
이에,
메기 스미스와 톰 커트니, 빌리 코놀리,
폴린 콜린스, 그리고 마이클 갬본 등 5명의
명배우들은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삶과 예술을 향한
뜨거운 열정의 캐릭터에 그대로 녹여내며
화답했습니다.
예민하고도 자존심 강한 예술가들에 대한
유머러스한 묘사와 함께,
도중에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해피 엔딩을 맞는
레지와 진의 애틋한 로맨스,
아울러, "오늘 이런 저런 거 해볼까?" 라는 식의
윌프의 귀엽고 짓궂은 '19금(禁)' 농담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삶의 4중창 '콰르텟'
으로 하여금,
예술과 음악이 얼마나 삶을 찬연히 빛나게
만드는지를 흔연스레 설파해주지요.
4. 슈베르트의 가곡 '실비아에게'(Was ist Silvia,
saget an) D.891, Op.106 - 4
- 테너 프릿츠 분델리히 / 후베르트 기센 피아노
https://youtu.be/hmKKIJlLEwQ
'아, 실비아 말해주오,
그대를 찬미함을
아름답고 연약한 그대,
하늘에서 주신 그대
이 세상의 모든 것,
그대 앞에 있네'
5. 베르디 오페라 < 리골레토 > 3막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https://youtu.be/xCFEk6Y8TmM
6. 길버트와 설리반(Gilbert & Sullivan's)의
뮤지컬 < 미카도 - The Micado> 중 아리아
- 'The flowers that bloom In the spring,
tra la'
https://youtu.be/FgiFK8f254M
19세기 영국 뮤지컬 코미디의 아버지로
일컬어진 설리번의 1985년 작품 < 미카도 > 는,
당시 유럽에 일본 열풍을 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았죠.
다섯 명의 주인공이 함께 부르는 이 노래는
풍성한 선율과 패러디적인 요소가 독특한
조화를 이룹니다.
- 'So please you, Sir, we much regret'
https://youtu.be/igY0z7g96S8
두명의 소프라노, 한명의 메조 소프라노와
바리톤, 그리고 여성 코러스가 차례로
등장하며,
흥겹고도 위트있는 분위기로 노래하지요.
- 'On a tree by a river little Tom Tit
(Oh, Eillow, Tit Willow)'
https://youtu.be/t4oOU8hcyQU
코믹하면서도 서정적인 바리톤 아리아 입니다.
- 리바이벌 Trailer
: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
https://youtu.be/W-zZm8o2duo
- 'Three little maids from school are we'
: 오스트레일리아 오페라, 멜보른 2011
https://youtu.be/VyEJZ9yODB8
7. 생상스의 < 동물의 사육제 > 중 13곡 '백조'
(Le Cygne : The Swan) - 클래식 오디세이
https://youtu.be/jPBZBr27mTY
9. 보케리니의 현악5중주 E장조, Op.13-5 중
3악장 '미뉴엣'
https://youtu.be/E9DCwgLRBFs
10. 하이든의 교향곡 100번 G장조,
'군대' 3악장 미뉴엣(모데라토)
: 아담 피셔 지휘 오스트로- 헝가리안 하이든
오케스트라
https://youtu.be/Wt8zAFor2i8
'파파 하이든'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대작곡가
요제프 하이든,
그가 1794년 런던 체류 당시 작곡한 일명
'런던교향곡' 세트 중 하나로,
3악장 미뉴에트는 리드미컬한 악상이 플루트와
오보에에 의해 풍부하고도 경쾌한 리듬을 타며
펼쳐집니다.
11. 하이든 현악 4중주 B플랫 장조, Op.76, 4번
'일출'(Sunrise) - 아마데우스 사중주단
https://youtu.be/biyy2tzMb8M
하이든이 65세 되던 1797년 에르되디 백작을
위해 작곡한 '에르되디 4중주집' 에 수록된
4번째 곡으로서,
점차 고조되는 초반의 짧은 도입부가 일출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일출'(Sunrise)이란
제목으로 불리워졌죠.
13. 베르디 오페라 < 리골레토 > 2막 아리아
'그리운 그 이름'(Gualtier Malde, Caro nome...)
-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메트오페라 2017
https://youtu.be/QC2i2vHAX88
-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
: 파르마 레지오 극장, 2013
https://youtu.be/KitDiBV0TEc
14. 로시니 오페라 < 세빌리아의 이발사 > 2막
'아! 정말 뜻밖이군요'(16번 Terzetto: 'Ah! qual
colpo inaspettato!')
'린도르'로 알고 있던 연인이 알마뷔바 백작임을
알게 된 '로지나'는 놀라움과 벅차오름에 크게
기뻐하죠.
이에 백작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피가로가 탈출을 서두르는 장면에서 함께
부르는 3중창입니다.
15. 세미 페인의 'Are you having any fun'
- 토니 베넷(대니 마틴 듀엣)
: 콜럼비아 레코드, 2012
https://youtu.be/-P-Lz36TaXo
192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롱런을 기록한
뮤지컬 < 조지 화이트의 스캔들 > 중 아리아로,
새미 페인의 음악과 잭 얠런의 가사를 토대로 한
뮤지컬 스탠다드 넘버입니다.
16.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
- 칼 리히터의 파이프 오르간
https://youtu.be/Zd_oIFy1mxM
17. 푸치니 오페라 < 토스카 > 2막 아리아
'노래에 살고, 음악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 -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 리카르도 샤이 지휘 라 스칼라, 2019
https://youtu.be/jgLQ-9C1H90
- 李 忠 植 -
첫댓글 런던 필하모닉과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립한 영국의 지휘자
토마스 비첨 경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비첨하우스' 는,
영화 속 주요 공간적 배경으로 자리하지요.
과거 명성을 누렸던 음악가들이 은퇴 이후
여생을 보내는 곳으로,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가
1896년에 밀라노에 세운,
‘Casa di Riposo per Musicisti’가
실제 모델입니다.
베르디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여겼던 이 음악가의 집은,
실제 젊었을 때 빛을 보지 못한
음악가들이나,
성공했지만 재정적으론 힘겨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음악가들이,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었다고 전해지지요.
영화 < 콰르텟 > 의 중간 중간,
이들 원로 음악가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어린이, 젊은이들과 함께 아우르는 장면들을
마주할 수 있지요.
이러한 시퀀스들은 삶과 예술에 대한 애정과
포용이,
단지 노년에서만이 아니라 어느 세대에서든
열려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일 것입니다.
하여,
< 콰르텟 > 화면 속엔 음악에 평생을 바친
그들의 눈부신 열정과 예술혼이 오롯이 살아
숨쉬고 있지요.
세계 최고의 바그네리안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에서부터,
최고령 트럼펫 연주자인 로니 휴즈와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잭 허니본,
또한 현재 활동 중인 랩퍼 주마인 등이
출연하여 뛰어난 연주를 들려줌은 물론,
영화 속 캐릭터들과 호흡하며 생동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ipf3VMQmK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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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YRZOEzo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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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6S_kx0gD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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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콰르텟 - Quartet > 예고편
https://youtu.be/wl2z6C4S8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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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익조틱 메리골드 오페레타' 격인
< 콰르텟 - Quartet>...
표제 자체가 '콰르텟' 인지라,
'현악4중주'(String Quartet) 로
착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영화에선 베르디의 오페라 < 리골레토 >
3막 '4중창' 을 일컫고 있지요.
< 콰르텟 > 의 주제음악 격으로 쓰이고
있는 '아름답고 사랑스런 그대여'
(Bella figlia dell'amore) 와
하이든의 현악4중주 '일출'(Sunrise)...
제목부터 중의적입니다.
비록 몸은 늙고 병들어,
은퇴한 분들이지만,
예술적으론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스런',
일몰(Sunset)이 아닌 '일출'(Sunrise)의
음악가들로 품격있게 자리하는 게지요.
하여,
영화 < 콰르텟 > 은 한편의 오페라 갈라
공연을 보는 듯한 재미와 감동으로
가득합니다.
나이들어도, 아파도,
예술로 아우르는 경륜이란!
곱게 늙으면 '콰르텟의 화음' 도
고운 걸까요...
로시니 오페라 < 세비야의 이발사 -
Il Babiere d Siviglia > 속 3막 3중창
'아! 정말 뜻밖이군요, 이게 꿈인지,
생신인지'('Terzetto: Ah! qual colpo)
- 지안드레아 노세다 지휘 취리히 오페라
https://youtu.be/kx8VXA6qayA
'린도르'로 알고 있던 청년이 알마뷔바
백작임을 알게 된 '로지나'는 놀라움과
벅차오름에 크게 기뻐하죠.
이에 백작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피가로가 탈출을 서두르는 장면에서
함께 부르는 3중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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