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협 안동농협조합장 대담
“새 도청 시대, 안동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센터’ 농협으로 거듭날 터”
● “새 도청 웅도경북의 도운(道運)상승을 위해 농협인으로서의 각오 다짐”
● ‘애호박의 승리’ 권 조합장, 평소 지극한 경로사상과 남다른 ‘장유유서’ 선비정신으로 ‘칭송자자’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4선 연임 및 이번 단독출마 무투표로 당선된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권순협 안동농협조합장을 찾아 그의 뛰어난 농협 경영 수완과 몸에 밴 듯한 향토 농업인 사랑 마인드를 들어 봤습니다. 본지 김부환 논설주간이 직접 조합장실에서 대담을 나눴습니다. -편집자 주-
▶ 우선 4선 연임을 축하드립니다. 첫 당선땐 지역 국회의원들이 미는 막강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너끈히 당선돼 ‘애호박의 승리’라는 화제도 불러 왔는데, 이번에는 단독출마와 무투표로 당선되었습니다. 소회가 어떻습니까?
1973년 8백여명의 조합원과 약 80만원의 출자금으로 법흥동 영농지원센터(구, 군조합 창고)에서 임원6명과 직원 4명으로 어렵게 농협이 탄생됐습니다(당시 권환추 조합장). 열악한 여건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오직 조합원의 공동이익을 창출코자 굳은 신념으로 달려온 선배 임직원의 피나는 노력으로, 38년이 지난 지금, 안동농협이 전국 최고의 농협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번 무투표 당선은 지역민과 조합원을 더욱 섬기라는 의미로 받아 들이겠으며, 조합원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안동농협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머리 숙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다시 뵈니 농업인들의 수익을 위해 직접 트럭을 몰고 애호박을 일일이 거둬서 대도시로 위탁판매 하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조합장으로 하면서 힘들었던 일, 보람된 일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것들은 감수해야 할 일들이므로 오히려 보람된 일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안타까웠던 일들은 가축분뇨 자원화 시범사업 추진 시, 저희들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다소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들이 떠오릅니다.
보람된 일들은 1999년부터 조합장으로 일하면서 협동조합방식의 이용고배당 정책을 통해 조합원은 물론 지역민을 전속고객으로 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금융, 유통, 문화, 복지사업 등을 통해 ‘지역종합센터농협’으로 기반을 구축하고 조합원 실익 중심의 장기계획수립 및 추진으로 협동조합 본연의 정체성을 확립, 안동농협의 경영성과를 극대화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업적평가 2001, 2002, 2009년 도시형 전국 최우수농협 및 2006년 전국 최초 새농협상 수상 등)
그 외에도 2006년 지역농협 최초로 ‘안동농협사랑카드’사업을 개시해 안동시민의 농협이용을 촉진(안동시민의 절반이 카드회원)한바 있으며 조합직원을 대상으로 지역봉사단체나 시민단체 등에 ‘1인 1단체 가입운동’을 전개해 지역밀착경영을 촉진했고 또한 직원전담제를 통해 조합원관리카드를 작성(2011년 6월 ‘조합원 농가경제 및 삶의 질과 실태 조사’)해 조합원에 대한 맨투맨 방식의 밀착지원체제를 구축 운영한 점 등등이 커다란 보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합원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의견개진과 난감한 민원도 숱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동농협의 조합원 자격과 규모 및 조합원들의 공통된 희망사항 등등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안동농협의 조합원 규모는 현재 약 6천명(1천 제곱미터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자)이며 안동농협을 이용하는 준조합원은 7만 6천 여 명으로 지역경제의 중심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신규조합원의 경우 이사회가 가입 자격 심사를 하며 매년 조합원자격을 확인하는 등 조합원제도를 엄격히 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의 자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이용자 조합원의 동질성을 유지하고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고 공동행동을 촉진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안동농협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 명실공이 지역밀착형 경영으로 지역경제, 문화, 복지 등 지역미래를 책임지는 지역종합센터로서 역할도 다할 것입니다.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농협의 여수신 고객 구성 및 영업상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시중은행고객은 자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단순한 거래를 위하여 은행을 이용합니다. 농협도 조합원, 준조합원, 비조합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지만, 농협을 이용하는 조합원, 준조합원에게는 협동조합의 고유제도인 ‘이용고배당제도’를 통해 잉여금 일정금액을 반드시 배당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은 이용고객에게 배당을 하지 않고 주주에게만 배당하지만, 농협은 사업이용량에 따라 조합원과 준조합원 모두에게 배당한다는 점이 중요한 차별 중에 하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곧 신도청 시대를 맞이하여 안동농협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경북농협이라든지 조합명칭 변경과 더욱 확대된 기능, 위상제고 등의 복안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하시지요?
2014년 경북도청 이전에 대비, 안동농협의 기본 틀을 바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지역 농산물을 멀리 대도시를 통해 유통시켰으나 신도청 시대에 걸맞게 가능한 우리지역 자체에서 소비되도록 대비할 것입니다.
특히 시대와 사회적 여건에 부응하는 친환경농업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생산자(농가)조직의 단계적 발전을 이뤄나간 뒤 안동지역의 지역단위 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동조합의 공공성을 전제로 협동조합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농업활성화와 지역공동체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전력을 쏟을 예정입니다.
새경북도청의 시대는 우리고장의 새역사를 쓰는 일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켜야만 웅도경북의 도운(道運)을 상승시켜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안동농협이 앞장서 나아 갈 각오입니다.
▶ ‘백진주 쌀’, ‘생명의 콩’, ‘안동한우’는 안동지역 3대 명품브랜드입니다. ‘안동한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백진주 쌀’이나 ‘생명의 콩’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데 미래성장 예측이나 경영전략을 소개해 주신다면?
‘백진주 쌀’ 명품화사업은 2002년부터 우리농협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 년 2천톤을 생산 판매해 완전 명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안동 생명의 콩’은 2008년 두부가공사업으로 시작해 하루 1.8톤의 콩으로 두부 약 1만모(420g)를 생산, 전국 1,500여 학교 등 농협판매장을 통하여 판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동 생명의 콩‘은 가동 8개월 만에 위해요소중점관리우수식품(HACCP)으로 지정받는 쾌거를 올렸으며 위생안전관리에 철저를 기하며 15종류의 두부를 생산, 전통식품품질인증과 경북우수농산물로 지정받았습니다.
한우사업은 퍼머스마켓과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년 8백두를 도축해 판매해 오고 있으며 다방면으로 새로운 경영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관행재배 및 사육방식으로 재배해 왔습니다만, 올해부터는 ‘약정조합원제도’(농가와 농협 간 약정을 체결, 위반 시 제재와 벌칙부여)를 통하여 백진주 벼와 생명의 콩은 미생물과 곤충을 이용한 유기농으로 생산토록 하여 더욱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향후 ‘약정조합원제도’를 더욱 시스템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 옥동 이마트 입점이후 안동농협 파머스마켓이 위축될 것이 우려됐으나 오히려 매출이 늘여내는 실적을 보여 시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에 구 터미널부지에도 홈플러스가 입점 됩니다. 잇따른 대형할인마트 입점에 상인들의 근심이 많습니다. 대응전략이 있다면 밝혀주시지요.
대형유통업체가 지역에 들어온다면 지역경제에 여러 가지로 파급효과가 미칠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농협의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우리지역민과 농업인들이 여러 가지로 함께 고심해야 할 사항으로 생각됩니다. 우리지역민들의 공동이익이 되도록 의사결정이 도출 되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민과 농업인의 상생이 이뤄지도록 지역 농-공-상의 연대를 통한 지산지소(地産地消), 로컬푸드 운동 등으로 지역 협력 체제를 갖추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대책과 전략이 있겠습니다만 다 얘기해 버리면 실무자들이 곤란해질 우려도 없지 않겠지요. 하하하. 농업인들과 상인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충분한 대응전략을 세울 것입니다.
▶ 조합장님은 조합원의 복지 및 소득향상과 친환경농업생산과 관련한 스마트경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복안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조합원의 복지 및 소득향상을 최우선으로 두고 경영하겠다는 의지로 봐도 무방합니다만 이제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 농업인과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잘 살게 되는 것에 최우선가치를 두고 경영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이제는 ‘꿈과 희망을 주는 어메니티 안동’이 실현되고 유통이 견인하는 친환경농축산물 생산단지조성사업을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반드시 지정 받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울러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임을 명심하고 농촌 일자리 창출과 고령친화 실버농업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 안동농협의 경영방침에서 엿보면 유달리 경(敬)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요?
안동농협 임직원 모두는 안동인으로서 선비정신과 문화, 선비정신의 근저인 유학정신을 탐색하고 이해를 넓히며 현대사회에 그 가치를 새롭게 구현하기 위해 경(敬)을 자발적으로 확산하자는 의도에서 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敬)에서는 저 자신뿐만 아니라 안동농협의 구성원은 우리사회의 양심이며 지성이며 각 시대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책임감으로 무장, 선비정신을 체득하여 인간의 도덕성을 조직 전체로 확산하는 계기를 수시로 실천하려는 의지를 반영키도 합니다.
▶ 올해 유난히 잦은 집중호우 등을 겪으며 곧 추석을 맞고 있습니다. 농협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겠지만 지역농산물가격안정에도 농협이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안동은 농업이 산업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생명산업인 농업, 농사가 풍년이 돼야 균형적이고 안정적인 가격이 형성되며 지역경제가 원활이 돌아갈 것인데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전국을 강타한 폭우와 태풍이 안동지역을 비껴나가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올 농사도 이제 막바지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농협의 많은 역량을 집중시켜 풍년농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권순협 조합장님을 뵈면 ‘장유유서’ 그러니까 노인을 공경하고 선후배 관계를 대단히 중시 여기는 금세기 마지막 고장이 안동이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조합원 및 일반소비자에게 당부할 얘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지역은 원래 인생경륜이 높으신 원로 분들을 우대해 드리고, 어르신들을 받들어 잘 모시는 미풍양속이 오래 전부터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앞으로 디지털시대가 아무리 깊어진다 하더라도 이러한 우리고장 풍토는 더욱 진작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신문화의 고장인 안동에서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아끼는 ‘장유유서’의 풍조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대 시민 캠패인도 열어 볼 생각입니다.
지역사회의 미래를 열어가는 신뢰받는 협동조합으로서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농협이 되도록 안동농협 임직원이 고삐를 놓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안동농협을 아껴주셨기에 지금의 안동농협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변함없는 사랑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출처 : 영남신문, http://www.iando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