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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예보 가운데 장복산 거닐기
2005.07.02 오늘 남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 예보가 있었으나, 아침에 한 줄기 오고 난 다음에는 큰 비가 없다. 연 사흘 째 안민고개로 오르내렸으나, 오늘은 코스를 바꾸어 장복산으로 갔다. 창원, 마산, 진해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렸으나 큰 비는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산에 오르기로 한 것이다.(물론 우산은 가지고).
시민회관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우거진 편백림 속의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는 평탄한 길이다. 길 여기저기에 물이 흐른다. 작은 도랑엔 많은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길이 도랑인지 도랑이 길인지 모를 정도로 여기저기 물 천지다. 숲의 나뭇잎들도 빗물을 잔뜩 머금고 있다.
날씨 탓인지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숲속 길이라도 날이 조금 개여서 그런지 어둡지 않다. 푸른 숲과 졸졸 흐르는 물과 조용하기만 산책로, 이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이런 좋은 날, 이런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혼자서 콧노래를 불러 본다. 무심코 나오는 노래는 '섬마을 선생님'이다. "해당화 지고 피는 섬 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혼자 피식 웃고는, 다시 숲 속 길을 조용히 걷는다. 진흥사 요사채 가까이 가니, 계곡 물 소리가 요란하다.
20 여분 만에 도랑을 거너야 할 자리에 까지 왔다. 등산화를 벗지 않고는 건널 수 없을 만큼 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
어제 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내린 비로 엄청나게 불어난 물은, 마치 성난 짐승처럼 촬촬, 출출, 콸콸 큰 소리를 내면서 급하게 쏟아져 내려간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상쾌하다.
내 건너기를 포기하고, 다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 와서 흔들다리를 건너 진흥사로 갔다. 하도 큰 비가 내려서 그런지 산 길이 조금도 미끄럽지 않아서 좋다. 거기서 폭포까지는 10 여분이면 된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 걸어 올라간다. 길 오른 쪽 계곡을 흐르는 물 소리가 요란하다. 평소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거나, 흘러도 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한 계곡인데 오늘은 영 다르다.
한참 후에 드디어 폭포가 잇는 곳에 도착한다. 물이 흐르는 반석의 길이가 100 m 정도는 된다. 오늘은 정말 폭포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 평소에는 물이 반석 바닥을 핦으며 조용히 흐르는 곳이다. 큰 비가 내린 다음이라 물이 엄청나게 불어난 오늘은, 폭 3-6m, 길이가 100m 쯤 되는 긴 폭포를 이루고 있어서 장관이다.
이 폭포는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무명폭포인 것이다. 내가 '장복폭포'라 명명한다. 장복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하나밖에 없는 폭포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시청에 건의서를 하나 보낼까 생각해 본다.)
처음 시작되는 부분이 약 20m이고, 직선으로 세차게 흘러내리는 부분이 약 50m, 마지막으로 조금 구부러져 흘러내리는 구간이 30m 정도가 되는 상당히 긴 폭포이다. 그런데 이 폭포에는 소가 없는 것이 여느 폭포와 다른 점이다. 직선 부분의 마지막에서 내려 꽂는 물이 상당히 세찬데도 웅덩이가 생기지 않는 것은, 그 부분의 반석이 너무 단단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우리 진해에서는 웅동에 있는 용추폭포가 제법 볼만한 폭포이다. 평소에도 폭포다운데 오늘처럼 큰 비가 내린 다음엔 장관이리라.
한 시간 반 에 걸친 산행을 마칠 때가지도 비가 내리지 않아서 좋았다. 내리 오후엔 용추폭포엘 가 보아야겠다. (2005. 7. 2) |
첫댓글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식혀주시네요...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