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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_함께 가난해지는 세상
누가복음 6:20-26
20.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나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21. 지금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배부르게 될 것이다. 지금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웃게 될 것이다.
22. 사람의 아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내어쫓기고 욕을 먹고 누명을 쓰면 너희는 행복하다.
23. 그럴 때에 너희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하늘에서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들의 조상들도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24. 그러나 부요한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는 이미 받을 위로를 다 받았다.
25. 지금 배불리 먹고 지내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가 굶주릴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웃고 지내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가 슬퍼하며 울 날이 올 것이다.
26.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지금 세계는 기후 재앙을 겪고 있습니다. 태풍과 홍수, 가뭄, 폭염, 산불로 신음하고 있죠.
미국 동부 뉴욕주의 지하철은 집중호우로 침수되었고 테네시 주에는 하루 432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중국 쓰촨성에는 시간당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72만 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독일과 벨기에 등에서도 물폭탄이 쏟아져 수백 명이 죽었습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 6월에 34.8도를 찍었는데, 120년 만에 가장 높은 6월 기온으로 기록되었습니다. 1년 중 대부분이 눈과 얼음으로 덮인 ‘동토지대’였던 시베리아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이 산불 연기가 3천km 떨어진 북극에까지 닿았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이 산불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에비아섬에서는 지난 일주일 새 서울만한 숲이 탔습니다. 45도를 웃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진화 작업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터키에서는 최근 전국 47개 지역 234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났습니다. 헬기를 동원한 사투를 벌였지만 서울 면적의 1.5배나 되는 숲이 파괴됐고, 8명이 숨지고 860명이 다쳤습니다.
이탈리아도 남부의 시칠리아, 중부의 칼라브리아 등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불은 마을 코앞까지 번졌고, 연기는 대낮에도 해를 가릴 정도입니다. 시칠리아에는 기상관측 이래 유럽에서 가장 높은 48.8도의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에도 벌써 한 달 가까이 산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크기의 3배 면적을 집어삼켰는데, 역대 두 번째 규모입니다. 150년 된 유서 깊은 마을도 잿더미로 변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 건수는 무려 4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캐나다도 산불로 몸살 앓습니다. 캐나다 해안에서는 폭염으로 홍합 등 10억 마리 이상의 해양생물들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인류의 미래를 가장 위협하는 것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기후 위기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빈부격차, 전쟁, 코로나 대유행 등도 심각한 위협이지만 기후 위기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인 노력 없이는 해소될 수 없는 절대절명의 위기입니다. 이 기후 위기가 지구상에서 6번째 대멸종을 가져올 것이며 그 시기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지구상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2015년 파리에 모여 유엔 기후변화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 협약에는 195개국이 서명하였는데,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상의 온도를 2도 상승 이하로 묶어 놓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협약 이후,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면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학계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바다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새 나오면서 지구의 온도를 급속도로 상승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토에 갇힌 메탄가스 마저 방출되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구 온도는 5~6도까지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지구가 자기 증폭적으로 모든 생명을 말살시키게 되죠.
그래서 2018년 10월 6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회 IPCC 총회(국제 기후 변동에 관한 정부 인사 간 총회,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는 가맹국 만장일치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전 세계가 협심하여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8월 9일, IPCC는 지구 평균 온도 1.5도 이상 상승하는 시기가 2052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겨졌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IPCC는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대책을 수립한다는 취지로 198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입니다. IPCC의 이번 보고서는 전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해 최근의 연구 성과와 1만 4천 건이 넘는 보고서 등을 검토해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것입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올해 여름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홍수, 가뭄, 폭염, 산불 등 대형 재난은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경고합니다. 과학자들은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간이 대기, 물, 땅의 온도를 상승시킨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전 세계 모든 거주지역에서 이미 "넓고 급속한 변화"가 일어났고, 이런 변화 중 많은 것들은 되돌릴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Code Red)'"라면서 "화석 연료와 삼림 벌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코드 레드란 말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란 뜻입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새 보고서 내용은 놀랄 것이 없다"며 "우리는 이런 기후 위기의 증상에 대한 근본 원인을 말해야 하고, 이런 위기를 심화시키는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툰베리는 "이번 보고서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보고서에 나온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용감하게 결정을 내리는 일이 우리에게 달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후협약에 참가한 나라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을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그 결과물로 탄소중립위원회에서는 8월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3개를 공개하였습니다.
이날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 2050 전략 비전 1안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2050년까지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2,540만 톤으로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석탄발전을 하여 탄소를 배출하겠다는 것이죠.
2안은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LNG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탄소 배출량을 1,870만 톤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3안은, 탄소 배출량을 0톤으로 아예 탄소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안은 석탄발전과 LNG발전을 모두 중단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무공해 차량 보급을 97%까지 끌어 올린다는 안입니다.
정부는 이 3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국민 의견을 9월 말까지 수렴한 뒤 올 10월 말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이 시나리오를 두고 산업계와 발전업계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목표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 단체들은 이 시나리오가 국민 기만하는 것이며 탄소중립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1안과 2안은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겠다는 것으로, 탄소중립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안의 경우도 수치상으로는 제로에 도달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 및 수송 수단을 제로화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죠.
지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의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이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에너지 소비 시스템이 전면 개편되어야 합니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에너지를 무한대로 소비하는 우리의 산업 시스템 전체를 바꾸지 않고는 기후재난을 막을 수 없습니다. 석탄발전을 멈추고 기업과 자본에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분명히 묻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기후 위기는 전 세계에 동시적으로 오지 않는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저개발 국가가 먼저 큰 피해를 당합니다. 투발루나 방글라데시에 같이 온실가스 배출과 상관없는 나라들이 벌써 물이 잠기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기후 위기는 정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개발국가, 소위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는 그다지 피해를 보지 않지만 지구 온난화에 책임이 없는 저개발 국가들이 기후 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 국가들이 저개발 국가를 지원하도록 유엔 협약이 규정하고 있지만 개발국가들은 자신들이 감당해야할 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기후 위기가 누적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세대보다는 다음 세대가 더 위험합니다. 우리야 자동차를 타고 싼 전기로 공장을 돌리지만, 다음 세대는 더이상 에너지를 마구 쓰지 못하면서도 우리가 만든 피해를 몽땅 책임져야 합니다. 원인 제공자와 뒤처리해야 하는 세대가 다른 것이죠. 그러니 기후 위기에는 세대 간의 정의 문제도 걸려 있습니다.
마태복음 19장에는 ‘부자 청년’ 이야기가 나옵니다(마 19:16~22). 어느날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찾아와서 묻습니다. "선생님, 제가 무슨 선한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그
때 예수님은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를 따라오너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부자 청년은 율법과 계명을 잘 지킨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에게 예수님은 오히려 부족한 것이 있다고 지적하시며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그 말을 들은 부자 청년은 풀이 죽어 근심하며 떠나갔다고 마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부자 청년은 우리 교회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하나님 대신 돈을 섬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지금 누리는 풍요를 계속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동안 누려왔던 화석연료의 풍요를 포기하지 못해 행동에 나서지 못합니다. 값싼 화석 에너지로 큰돈을 벌어온 산업계는 결코 그 이익을 포기하지 못해 온갖 감언이설로 탄소중립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지구 생태계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년 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누가복음에 나오는 4가지 복과 4가지 화에 대한 말씀을 읽었습니다. 소위 평지 설교에 포함된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행복한 사람들 부류에 가난한 사람, 굶주린 사람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행한 사람의 부류에는 반대로 부요한 사람, 지금 배불리 먹고 지내는 사람, 지금 웃고 지내는 사람,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사람을 들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공감이 가시나요?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예수님의 이 말씀이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당시 세리와 창녀, 병자와 죄인 등, 소위 가난한 사람 범주에 속하는 이들에게는 이 말씀이야 말로 참다운 복음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물론 바리새인 서기관 들로 대표되는 부자군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역과 공포의 말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예수님은 공생에 초기 첫 일성으로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그리고 그 하나님 나라는 가난한 자들의 것’이라고 외치셨습니다. 예수께서 공생애의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도래한 하나님 나라는 세상 나라를 뒤엎고 새 하늘 새 땅, 새로운 가치관의 세상을 열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나라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하나님의 통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가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그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먼저 가난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 애통하는 사람, 다른 가치관으로 살기 때문에 핍박을 받은 사람은 모두 가난한 사람 범주에 속하는 것입니다. 병자들, 옥에 갇힌 자들, 세리나 창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이 꿈꾸는 하나님 나라는 이들이 배부르고, 웃고, 고침 받고, 하늘나라의 상급을 받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이 세상과는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곧 세상 나라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때에는 모든 것이 뒤바뀌는 혁명적인 역전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야훼께서 오실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야훼께서 오신다. 사막에 길을 내어라. 우리의 하느님께서 오신다. 벌판에 큰길을 훤히 닦아라.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언덕을 깎아내려라. 절벽은 평지를 만들고, 비탈진 산골길은 넓혀라.(이사야 40:3-5)
이사야의 예언 성취는 다 함께 가난해지는 세상으로 가야만 가능합니다. 부자 청년 이야기 말미에 예수님은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기적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 기적을 일으킬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자가 스스로 가난해지는 것입니다. 부자 청년에게 예수님이 요구했던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고 너는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나와 함께 하나님 나라 일꾼이 되자’는 데 순응하는 것이죠.
이제 예수님과 더불어 등장한 하나님 나라는 현 세상의 복판을 꿰뚫고 들어와서 이미 작동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의 나라들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 나라에 참여한 사람들입니다. 지금 현재는 우리의 모습이 배고프고, 애통하고, 핍박받는 자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나라가 세상 나라를 뒤엎는 순간 우리는 행복한 사람의 반열에서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속히 이루어 질 것을 기도합니다. 바라건대 우리 사회에서 내년 3월 9일에 하나님 나라가 이 세상의 나라를 무력화시키는 결정적 사건이 일어나길 기도합니다.
스스로 가난해져 모두가 함께 가난한 자로 살아가는 새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2021.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