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글문화협회 질의에 대한
박명기 서울 교육감 후보의 답변
한말글문화협회장님께
1.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한글 창제 정신을 교육정책의 지표로 삼는 데 동의하십니까?
☞ 물론입니다. ‘교육’은 가르침이고 배움이며 이것은 말과 글로 이루어집니다. 이제 우리 교육은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는 바탕에서 새롭게 바뀌어야 합니다.
익히 알고 있듯이 세종 큰임금께서는 자주, 애민, 실용의 뜻을 담아 ‘훈민정음’인 한글을 만들었고, 오늘날 우리 겨레가 ‘잘’ 부려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 교육계를 돌아보면, 세종 큰임금의 뜻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010년 서울 교육청이 내세운 서울 교육 지표는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입니다. 그런데, 역점 과제를 보면 ‘영어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을 보지 못한 것처럼 잘못된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모름지기 실력과 인성을 갖추는 바탕엔 ‘말과 글’이 있습니다. 사람됨은 말과 글로 이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시민으로서 자라날 다음 세대에게 시대 흐름에 발맞춰 ‘영어’를 강화할 필요도 있으나, 그만큼 ‘한말글(국어)’을 바탕으로 우리가 지닌 생각과 느낌을 학창 시절에 갈고 닦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교육위원으로서 <2008년 행정사무감사>에서 교육감에게 질의하고 답변을 들은 원문을 붙입니다. 박명기, 『서울 교육과 함께 한 땀과 열정』, 2010, 382-383ㅉ
2.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 반대합니다. 영어 몰입 교육은 굳이 모든 학생들에게 실시할 이유가 없습니다. 설사 실시하려 한다 해도 쓸데없는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교 현장의 교사들의 참다운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흔히 영어 몰입 교육이란 한국말을 전혀 쓰지 않고, 영어만으로 학생들이 수업과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 정부가 인수위 시절에 초등학교에서부터 추진하려다가 여론에 부딪혀 실시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2010년 서울 교육청 역점 과제를 보면 ‘영어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면 현재 중,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영어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별도의 사교육비를 쓰지 않고도 학교에서 알차고 재미있는 외국어(영어)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계 시민으로서 다른 나라의 문화도 알면서 우리 문화도 소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영어’ 만으로 생활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영어 몰입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회 흐름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쉽지만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 몰입 교육’을 꼭 필요로 하고,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만큼은 더욱 집중해서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기본 여건을 도우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3.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에 관한 교육철학과 정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 반대합니다. 한자 교육은 일부 식자층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자 교육 등급 시험과 같이 쓸데없는 사교육을 부추길 뿐입니다.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우리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흉내내기 교육’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예컨대, 초등학교에서부터 우리 학생들이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서처럼 더 많이 노래와 시를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 말소리가 지닌 ‘힘’이라 할까 ‘신비로움’을 어릴 적부터 스스로 느끼고, 이를 잘 살리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4. 학교교육에 우리 말글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셨습니까? 세우셨다면 그 대표적인 교육 정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 서울 교육감이 되면 펼칠 정책으로 이미 발표한 것 가운데 우리 말글 발전과 관련된 것을 예로 들면, 초등학교 학습백과 사전을 만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학생들의 창의력과 숨은 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학기별 중간고사를 없앰으로써 ‘한글 주간’을 알차게 꾸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초등학교 학습 백과사전 만들기를 임기 중 추진하겠습니다. 이 일은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새롭게 우리말을 잘 알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교육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의 하나입니다. 모름지기 학생들은 우리말로 된 낱말을 제대로 익히고 부려 씀으로써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우리말과 글을 어릴 적부터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그러자면 글쓰기와 말하기를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합니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 뜻을 나누고 모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 일인지를 스스로 알고 깨달아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그리고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 목소리를 모아서 ‘한글 주간’ 행사를 제대로 치르고자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10월 한글날에 즈음한 ‘한글 주간’ 행사를 이름만 걸고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글날’을 전후하여 학생들이 ‘시험’(중간고사)을 치르느라 제대로 그 뜻을 기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교육감이 되면 이처럼 잘못된 현실을 ‘확’ 바꿀 수 있습니다. 평가 틀을 바꾸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곧 학기별 중간고사를 없애겠습니다. 평소 교과나 교사별로 수행 평가, 과정 평가를 하겠습니다. 현재처럼 ‘똑 같은 잣대’를 내세워 학생들을 저울질 하는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글날 주간’에 걸맞은 여러 행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돕고, 한창 감수성이 활발하고 창의성을 길러야 할 우리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제대로 된 알찬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자 합니다.
5. 최근 지방자치단체(대전 유성구)에서 외국어 행정동(관평테크노동) 명칭을 “행정 기구 설치 조례”로 통과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과 함께 지역 문화와 역사, 정체성 교육에 대한 신념을 말씀해 주십시오.
☞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 것은 ‘잘못된 선례’라 매우 걱정스럽고, 다시 개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의 특성은 ‘대한민국’의 ‘알맹이’ 도시란 점입니다. 600년의 역사만큼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고 온 나라에서 모두 ‘서울’로 모여 들었습니다. 서울 토박이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한편으로 21세기 정보 사회를 이끄는 대한민국의 중심으로서 세계 사람들이 ‘서울’을 찾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난 날에 이어 오늘날 이미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서울 교육을 이끄는 책임을 맡고자 하는 저로선 마땅히 ‘우리겨레됨(정체성)’ 을 바탕으로 좀더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힘쓰고자 합니다.
그래서 서울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몇 가지 관련된 ‘서울 교육’의 방안을 우선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는 이른바 반 이명박 교육 정책의 하나로 ‘영어’ 일변도의 억지 홍보를 그만 두고, ‘한국’과 ‘서울’을 세계 사람들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각종 홍보물을 비롯한 문화 현장마다 우리말과 한글을 앞세우도록 하겠습니다.
둘째는 세계 속의 서울, 세계를 이끄는 서울로 나아가는 뜻에서 정부의 문화부 장관 및 서울 시장과 협의하여 용산에 짓기로 한 ‘국립 한글문화관’과 연관한 ‘서울 교육청 소속’의 한글문화 사업을 계획하여 좀더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함께 나누는 ‘한글문화’ 사업을 펼치겠습니다.
셋째는 서울 시장과 협의하여 각 구청이나 문화시민 복지시설 등에서도 ‘우리말과 한글’을 앞세우도록 하면서 ‘한말글문화협회’를 비롯한 ‘한글관련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관련 시설물을 위탁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한말글사랑’을 널리 펼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넷째는 서울 교육청에 딸린 ‘도서관’을 비롯하여 주민마당(센터)마다 ‘우리말과 한글’ 전시 공간을 따로 만들도록 힘쓰겠습니다. 그래서 서울 시민 모두가 ‘우리됨’을 알고 지키는 뜻을 일깨우고자 합니다.
끝으로 귀 모임의 뜻을 널리 펼칠 수 있기를 바라옵고, 이만 줄입니다. 고맙습니다.
서울교육감 후보 박 명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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