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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도님의 블로그에서 퍼온 글 입니다.
[맛있는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생긴 거랑 다르게 볼만하네.
이런 류의 영화를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인류가 멸망하는 SF 영화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었어요. 게다가 이야기 자체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은 너무 늦게 나왔다는 점입니다. 시대를 딱 맞춰서 나왔다면 이 영화는 무조건 대박이었습니다. 분명히 각각읜 기발한 영화들이기는 하지만 이미 다른 작품에서 다 활용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옴니버스 형식이라고 하더라도 저는 세 편이 모두 관련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세 편이 모두 독립된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관객 분들 중에서 나 이런 영화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라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영화이기는 합니다.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지구의 종말을 다루고 있지만 서로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경우 광우병을 통한 좀비가 되어서 인간들이 멸족한다는 이야기이고요. 두 번째는 로봇이 부처가 되어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조금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거대한 운석이 지구로 오면서 지구가 파멸로 이끌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모든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고 또 공감이 가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지구의 멸망을 다루는 작품들을 보게 되면 국가에서 대단한 과학자들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지구가 멸망을 할 때 가장 패닉에 빠지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일 겁니다. 아는 것도 아무 것도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세계가 멸망하고 있으니까요. 자신의 삶의 터전이 망가지고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할지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구가 멸망을 한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Doomsday Book
- 감독
- 김지운, 임필성
- 출연
- 류승범, 고준희, 박해일, 김강우, 송영창
- 정보
- SF | 한국 | 113 분 | 2012-04-11
첫 번째 이야기인 [멋진 신세계]는 ‘류승범’과 ‘고준희’가 나오는 좀비 물입니다. ‘강풀’ 작가의 [당신의 모든 순간]처럼 좀비를 무조건 나쁘게만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도 결국 사람이었다는 것에 기초를 하고 있는데 사실 그렇게 낭만적으로만 사건을 풀어나가지는 않습니다. ‘류승범’의 실수로 인해서 사람들이 모두 좀비에 빠져드는 이야기인데 전형적인 한국적인 좀비 물입니다. 한국의 좀비 물의 경우 해외와는 다소 다른 것이 좀비들이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따뜻한 존재로 인식을 한다는 것이죠. 사실 저 역시도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비록 감독이 당시에 전에 만든 영화가 실패를 해서 조금 더 잔인하게 만들었다고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비 자체가 애초에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아름다웠던 관계였던 거죠. 일단 이러한 부분은 그렇게 잘 살아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에 ‘고준희’와 서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나름 살아있기는 한데 전반적으로는 서로 잡아먹는 잔인한 좀비들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나름 매력적입니다. 그것도 서울 한 복판에서 일어나는 좀비 물이라서 매력적이죠. 사실 우리가 좀비 영화 같은 것을 보면서 그다지 무섭지 않은 것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일단 배경에서 우리들이 사는 공간하고 차이가 있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것이 정말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일어난다면? 그 자체로 너무나도 무섭지 않을까요? 집에서 가만히 있고 싶지만 그것도 방법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언제까지 집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에는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것은 또 얼마나 무섭겠어요. 게다가 우리가 살던 생활의 공간이 변한다는 것 그거 정말로 무섭습니다. 게다가 ‘류승범’의 압도적인 연기력. 말이 필요 없습니다.
‘박해일’ 형님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천상의 피조물’은 로봇이 깨달음을 얻게 되고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얼굴이 뽀송뽀송해서 너무 귀여운 ‘김강우’와 과거에도 참 도도하고 매력적이었던 당시의 ‘김민선’이었던 ‘김규리’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이런 사실은 사실 모든 사람들이 다 공포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이 만든 로봇이 어느 순간부터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현실 말이죠. 저는 그러한 미래가 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로봇에게는 감정이 없으니까요. 감정이 있다는 것은 강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정작 중요한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해야 하는 수행에 방해가 되기도 하죠. 우리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지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이 우선을 하기에 그것을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규리’는 로봇이 보살이 되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는 비구니 역할이고, ‘김강우’는 중간자 적인 입장입니다. 여기에서 회장님의 설교 부분이 있는데 모든 인간들의 공포를 대변하는 역할이죠. 일단 상대적으로 재미는 떨어집니다. 철학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거든요. 대신 생각할 것이 많은 에피소드입니다. 더군다나 ‘김강우’를 통해서 벌어지는 반전과 ‘조윤희’가 보여주는 로봇을 대하는 모습 등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과연 인간이란 깨달을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우리는 이미 깨달았는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렇게 유쾌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대사가 많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영화를 보고 나서 깊이 생각을 해봐야겠죠.
마지막 에피소드인 [해피 버스데이]는 가장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송새벽’과 ‘진지희’, ‘윤새아’, ‘이승준’ 그리고 ‘배두나’까지. 한 가족의 일화를 다루고 있는데요. ‘진지희’가 아버지의 당구공을 망가뜨리고 나서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주문한 것이 우주에서 날아오는 택배였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지구가 운석과 부딪혀서 엄청난 충격이 있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참 귀엽습니다. 영화 잡지에서 보니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지구의 멸망이라는 것이 어떤 한 개인의 실수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가 가장 그 뜻에 어울리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지구를 멸망을 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하게 아빠에게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아서 한 행동이 지구의 멸망을 불러오는 것이죠. 이것을 보면 사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배송을 하려고 하는 외국인의 배송 정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거의 매주 책을 시키면서도 한 번 저희 집과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곳에 택배가 간 적도 있는데 외계인은 10년이 걸려서라도 어떻게든 그것을 배송을 하더군요. 가장 웃음이 많이 나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구가 멸망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삼촌을 구박하는 엄마와 또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아무리 지구가 멸망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족은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되고 마지막까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그 따뜻한 마음이 가장 돋보이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리고 지구 멸망이라는 것이 꼭 비장하기만 해야 하는 건가요? 때로는 그저 이렇게 웃을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까지 나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주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