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조원 자사주 매입, 좀 아쉽다
최근 주가 하락에 대응해
삼성전자가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개월 내에 3조 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고,
7조원 어치는
추후에 처분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주가 하락에 대응하고
‘밸류업’이라는 요구에
부응하려는 측면도 있는 듯합니다.
자사주 매입은 고배당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의 주요 수단입니다.
주주 자본주의가 득세하고
행동주의 펀드가 늘어나며,
덩달아 경영권 분쟁도 심화되는 추세라
예전보다 훨씬 많이 이용되죠.
자사주 매입으로 얻은 지분은
회사가 의결권에 활용할 수 없어서
소각, 즉 없애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자사주 매입으로 막대한 회사 자금이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생산적 투자에 사용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의
윌리엄 라조닉 교수는 자사주 매입으로
상위 0.1%만이 소득 증가를 누리고,
좋은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조닉 교수는 201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번영 없는 이익’이란 글을 실었습니다.
(Profits Without Prosperity)
당시 우수상인
HBR 맥킨지 상까지 받은 이 기고문에서
라조닉 교수는 2003년~2012년까지
S&P500에 있던 449개 기업을 조사했습니다.
라조닉 교수의 HBR 기고문 바로가기
조사 결과
S&P 500기업은 수익의 54%나 되는
무려 2조4000억 달러, 3000조 원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습니다.
배당으로도 37%가 추가로 나가는 바람에
생산성 향상이나 직원들의 소득 증대에는
쓸 돈이 거의 없었죠(9%).
라조닉 교수는 주장합니다.
“자사주 매입은 임원 보수의 폭등과
경제적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자사주 매입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빼앗아가기 때문에
남용할 경우 경제의 건전성을 해친다.”
삼성전자에게 정말 필요한 건
주주 자본주의보다
제대로 된 성장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은 이미 결정이 난 만큼,
조금이라도 잘 활용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10조 원이라는 회사 자금을
그냥 없애버리거나, 지분 맞교환처럼
경영권 방어에만 이용하는 것
모두 문제가 있겠죠.
장기적으로 주식 소각 효과를 내면서도
기업 발전과 직원 보상에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무상출연을 제도로 두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자기 돈으로 사면
1년 뒤에 곧바로 내다팔 수 있지만
기업 등의 무상 출연분은
4~8년까지 의무 보유(예탁)해야 합니다.
우리사주 무상 출연은 직원은 물론이고
회사와 주주들에게도 이익일 수 있습니다.
먼저 자사주를 장기 보유한 직원들은
애사심이 늘어나고 노동 의욕도 커지겠죠.
자본주의가 더 발달한
미국과 영국의 여러 연구를 보면
종업원 소유기업의 생산성이나 고용 안정성,
인재 유지, 위기 대응력은
일반 회사보다 훨씬 높습니다.
종업원 주주들의 주인의식이 높아지는 만큼
회사 역시 강해지는 셈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우리사주조합에는
모기업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자회사나 일정한 협력업체의 사원들도
함께 가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중소기업 종업원들이
삼성처럼 큰 회사의 지분을 가지기란
여러 모로 한계가 클 수 있습니다.
우리사주 무상출연을 통해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일정 부분
상생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겠네요.
사측의 입장에서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무상 출연분은
세법상 전액 비용 처리가 됩니다.
자사주 매입 외에 세금 납부 같은
추가 지출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경영진으로서도 우리사주는 상당 기간
우호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상 출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만 쓰이지는 않는 만큼
논란의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주 입장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주가 증대에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막대한 회사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리죠.
우리사주 무상 출연분도
상당기간 시장에 못 나오니까
자사주 매입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종업원들의 자사주 보유로
회사가 안정되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주가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사주제 역시
더 개선되고 발전할 여지가 많습니다.
또 우리사주조합이
무조건 경영진의 편만 든다는 것도
일종의 편견일 수 있겠죠.
그럴수록 법제도 개선과 함께
경영진의 투명경영·정도경영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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