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남산
추석을 일주일 앞둔 토요일 다들 벌초갔는지 좌석이 조금
남은 상태로 오늘은 청도 남산으로 향한다
원래 남산이란 이름은 한 나라의 수도였던 곳에만 있는데
청도에도 먼 옛날 이서국이란 부족국가가 있었다고 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전하는 이서국은 한때 신라를
공격해 위기에 빠뜨릴 정도의 강국이었으나 결국 신라에 합병되었다.
그래서 남산에는 신라군사에 쫓긴 이서국의 왕이 숨어들었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은왕봉이 있다.
버스는 9시 25분 산행 들머리인 청도군청 주차장에 도착했다
마을을 벗어나 제법 경사진 시멘트 포장길을 20여분 올라
숲길로 들어서니 아담한 오솔길이 나온다
길가에는 땡감인지 단감인지 가을햇살을 받아 빨갛게 익어가고
사과며 과일이 탐스럽게 여물어 간다
근데 다들 그동안 보약을 드셨는지 어찌나 빨리 가던지
나는 맨날 헥헥거리며 뒤에서 따라가기 바쁘다
오늘은 미디어날통(헉~닉 길다, 뭔 뜻이예요?)님도 같이..ㅎ
이정표를 몇군데 지나고 전망바위, 대포산을 지나 출발하여
2시간만인 11시 30분 봉수대까지 왔다
조금 더 오르자 선두팀들 거기서 점심을 먹고 있다
오늘은 하산시간도 빠르고 하니 우리도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11시 35분 이른 점심을 먹는다
날이 더워 그런지 갈증이 많이 난다. 오르자 말자 막걸리를
한 잔 얻어마시고는 꿀맛같은 점심과 과일에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배부르다. 이만한 행복이 또 있으랴 ㅎㅎ
점심을 먹고 12시 오후산행을 시작한다
그곳에서부터는 암릉구간인 것 같다. 그래도 우회길도 있고
미끄러운 바위가 아니라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30분 정도를 오르니 탁 트인 전망바위가 나온다
발아래로 국도가 보이고 옹기종기 청도의 시가지가.. 그리고
맞은편으로 화악산이 우뚝 솟아 있다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을 보며 암릉구간을 조금더 지나니
사람 키보다 훨씬 웃자란 억새 밭길이 펼쳐진다
아, 가을인가 보다
저 억새가 활짝피면 얼마나 멋있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편안한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능선길은 더 없이 아름답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물봉선, 이질 등 앙증맞은 야생화가
좀 더 멀리 보면 짙푸른 녹음이 가을로 치닫고 있다
1시 남산 정상에 올랐다
저마다 한포즈씩 취하며 추억사지을 남기고 이제는 하산길이다
오를때보다 훨씬 편안하다
정상에서부터 1시간쯤을 내려오니 계곡물이 있기에 손도 씻고
스틱도 씻어 닦고 어떤 분들은 알탕도 하고 이제는 버스
찾아가는 일만 남았겠거니 생각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산악회 방향표시가 산위로 되어 있다
누가 장난친다고 뒤집어 놓은건 아닐까 하고 무전으로 확인을
해보는데 올라가는게 맞단다.
길이 잘못되지 않고서야 왜 또 올라간단 말인가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조금 걸어가니 신둔사라는 절이 나온다
저 절 뒤로 돌아가면 이젠 되겠지 하고 물한모금 떠마시고 올라가는데
꼿꼿한 오름길은 30여분간 이어진다. 전에 구인사를 앞두고 막판에
힘들게 산을 한번 더 올랐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우리의 고정관념이 때론 일을 더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왜 이런 오름길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뒤뚱뒤뚱 올라가는데 비까지 내린다
이런.....죽을 맛이다
비옷을 꺼내입고는 다들 아무 말없이 묵묵히 걷기만 한다
정글같은 숲길을 걸어 3시 낙대폭포까지 왔다
강수량이 적어 그런지 폭포에 떨어지는 물줄기는 얼라들 오줌같다
대흥사와 한옥학교를 지나 한참동안 아스팔트 포장길로 이어진다
지겹게 내려오는데 마침 승용차가 한대 내려오다
황새님이 용감하게 손을 번쩍 들었다. 여성운전자다
얼마안되는 거리지만 고맙게도 1km정도를 얻어타고 주차장에
내려오니 3시 35분.. 6시간의 좀 긴 산행이었다
비는 그치고 군청 주차장 정자 아래서 먹는 순대맛..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와 쐬주맛.. 이 맛이야 암.....
청도 남산 산행에 함께 하신 회원님들 수고 마니마니 하셨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시고
9월 23일 단양 가은산 산행때 또 만나요^^*
2008. 9. 6(토)
◈ 산 명 : 남산(870m)
◈ 위 치 : 경북 청도
◈ 등산코스 : 주차장→용화사→남산→신둔사→낙대폭포→주차장
◈ 등산시간 :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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