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람
최 주 원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잠에서 깬 소연이가 옆으로 와 치댄다, 나들이 가고 싶어 하는 듯하다. “소연 엄마랑 나갈까.” “나야 좋지.” 라고 대답하는 딸의 목소리에 신남이 담겨있다. 평일에는 학교, 학원을 도느라 집 밥을 먹을 기회가 적은 딸에게 엄마의 마음을 담아 소연이가 좋아하는 카레라이스를 하여줄까? 하였던 생각을 변경하였다.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 가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딸과 합의를 보았다. 안 그래도 이천에 인도음식전문점이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서이천 IC근처에 있는 “인도 하우스”에 가서 난과 커리를 먹었다. 집으로 오는 길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커피도 마셨다.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은 분명한데 이건 뭐지.. 싶다. 마음에 들어선 불편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습관이 준 불안함은 아니었을까 싶다. 난 가난한 부모의 맏딸로 세상에 나왔다, 동생 줄줄이 셋을 둔 가난한 집 맏딸로 살아 내는 나는 개선장군의 호기로 살아 내었다. 그렇게 살면서도 사람인지라 힘들 때면 부모의 무능력에 대하여 생각해 보곤 했었다. 그들의 무능력은 게으름이 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나 보다. 그래서 그들처럼 살지 않으려고 부지런하게 살았다. 내가 습관처럼 하는 말 중에 “죽으면 썩을 몸뚱이 놀리면 뭐해 ”라는 말을 인생의 신조 인 양 일거리를 찾아 하는 부류의 사람이 나였다, 집에서도 쉬는 시간이면 싱크대 냉장고 정리를 하고 방을 닦고 옷장 정리는 계절마다 하여 주여야 마음이 뿌듯하고 편하다.
이러한 나에게 요즘 뿌듯함을 선사하는 행위가 새로이 생겼다. 글쓰기이다. 단어가 생각나면 그 단어에 연상되는 문장들이 땅속 고구마들처럼 줄줄이 나온것을 노트에 적어 두는 시간, 차분히 앉아 나의 인생과 세상 모든 것을 관조하는 순간이 참 좋다. 그렇게 적어둔 활자들을 침대에 배 깔고 엎어져서 정리, 교정보는 집중의 순간은 행복이 가슴에서 노니는 시간이다. 글자들과 몰입하여 놀다 보면 한편의 수필 또는 시가 완성되어진다. 경험과 마음의 중얼거림이 이야기가 되어 마음에 보람으로 들어와 앉는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잘 쓰기 위해선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는데 쉽지 않다. 책 한 권 잡으면 이틀이면 읽어내던 과거와는 달리 책 한 권 읽어 내기가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노안으로 글자가 흐릿해 보이질 않나 겹쳐 보이기까지 하여 책 읽기가 여간 불편 한 것이 아니다. 생활하기엔 아무런 불편은 없으나 책 읽기를 즐겨 하여야 할 지금의 상황에선 불편함이 느껴지니 조만간 안과엘 방문하여 보아야겠다.
중년의 길목, 갱년기로 힘들어 할 시기, 나의 인생에 보람으로 와 준 글쓰기 인연에 감사를 보내며 활자와 사이좋게 지내는 나에게 칭찬을 건넨다.
2018년0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