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쓴 ‘자서전’아니면 ‘회고록’이랄까?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던 2003부터 2009년 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2011년 출간된 책으로 이미 9년 전에 나온 책이고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은 2019년 5월 현재 2주년을 맞으니 지금 생각과는 다른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어쩌면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일 수 있겠고, 그가 걸어온 행적은 같은 하늘아래 산다는 의미에서라도 나와 다를 수 있겠지만 그가 살아온 시대와 인생의 길은 나와 같은 부분도 많은 것 같다. 특히 사하라 태풍이 몰아쳤던 그해(1959년) 초등학교를 입학한 것이 나와 같다.
책을 ‘운명’이라고 이름 붙인 데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거나 그렇게 되게 되어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말하는 운명은 인권변호사로서 노무현을 만나게 된 필연, 그리고 같이 일한 것을 두고 하는 말 같아 보인다. 사실 운명은 그렇게 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을 말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금은 이해하기 곤란한 점도 없지는 않다.
어쨌든 문제인은 그의 운명대로 노무현과 인권변호사로 같이 일하고 또 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이 된 뒤 민정수석이 되고, 노무현이 퇴임 후 자살하였을 때는 장례위원장이 되고 하는 일이 드라마처럼 운명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내가 연산동 부산경찰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직접 업무를 담당하던 때 그가 민정수석으로 시청 앞에서 농성하던 지율스님을 만나는 상황을 지켜보고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것을 옮겨본다.
“2003년 12월 5일 노대통령은 해인사를 직접 방문해 법전 종정스님을 만나 노선 재검토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사과했다. 종정스님도 대승적으로 받아들여 국책사업에 협조할 것을 종단에 지시했다. 서울 사패산 터널 문제는 그것으로 풀렸다.
천성산 터널은 정부출범 때부터 단식을 하며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지율 스님이 종정스님의 지시나 종단 방침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참여정부 기간 동안 그 문제로 네 차례 단식을 했다. 처음에는 부산에서 단식을 하다가 나중에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했다. 네 번째 단식은 100일을 넘긴, 그야말로 목숨을 건 극한적 단식이었다. 온 사회가 그의 단식을 걱정하며 행여 불행한 일이 생길까 가슴을 졸였다. 나는 단식 때마다 찾아가 만류하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정부가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다. 정부가 정책에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반대의견이 있으면 귀 기울이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의견이 집단적일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참여정부는 권위주의가 해체된 시기여서 그런지 큰 사회적 갈등이 많이 터져 나왔다. 그런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207쪽)
노무현대통령 서거 후 한명숙에 이어 문재인이 맡았고 지금은 유시민이 맡고 있는 ‘노무현 재단’은 “노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기념사업을 넘어서서 그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는 그가 정치인생 내내 사용했던 ‘사람 사는 세상’이란 이 말 속에 담겨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1988년 제13대 총선 때 내건 선거구호였다. 그 후에 그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 사는 세상’을 말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퇴임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노무현은 가고 어쩌면 노무현을 이었다고 할 수 있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이 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지금의 문재인에 대해 ‘독재 정부’라고 하는 야당이 있는가 하면 문재인을 찍은 손가락을 잘라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비방하는 늙은이들도 있다. 세상은 그렇게 떠벌이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또 늙은이들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제대로 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언제나 큰소리치고 잘한다고 떠벌리고, 잘 하겠다고 한 그들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이었던 것을 우리가 안다. 앞으로 좋은 나라를 만들고 세상을 이끌 젊은이들이 바르게 세상을 보고 비판하고 고쳐야 할 것이다. 또한 어느 정부든 역사가 실과를 평가할 것이다.
오늘따라 스피노자의 명언 한마디가 더욱 생각난다.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면 각각의 의견이 다르다. 비록 그대 의견이 옳다하더라도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지마라. 사람들은 남에게 굴복 당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진리는 인내와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뭐 이런 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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