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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1998년 봄 린다 리어
역사를 바꾼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역시 그런 책이다. 1962년 여름 동안 <뉴요커>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묶어 9월에 발표한 이 책은 10월 ‘이 달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환경운동이 모든 나라의 사회정책에 거부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자극한 책이기도 하다.
<침묵의 봄>은 창의적인 작가이자 뛰어난 한 과학자의 마지막 작품이다. 카슨은 연구자료를 모으면서 다욱 대담해졌고 더욱 분노했다. 장기적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수백만 파운드의 화학살충제를 곳곳에 뿌려대는 사람들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이 핵은 자연의 모든 구성 요소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진실을 전해주는 책이다. 합성살충제의 살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려주고 원래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위험한 산물을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기술을 설명해준다. 이 책이 씌어질 당시의 냉전주의적 핵긴장 분위기가 카슨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카슨은 정치적인 문제에 민감했고 전문 지식을 지닌 행정공무원이자 환경보호주의자였는데, 그 당시는 정부 정책에 대한 합법적인 비판조차도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미국정부가 반공주의 정책을 채택했고 체제 순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카슨은 연구를 시작했다. 그때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유세계와 구세주의자 번영의 수호자로 존경받았다. <침묵의 봄>에서 카슨은 이런 전문가들의 행위를 꼼꼼하게 조사해 대중에게 알렸다. 좋게 말해 그들이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했고, 나쁘게 말해 진실을 은폐했다고 밝힌 것이다.
카슨은 자기 만족적이고 점점 더 부유해지는 전후 세대를 향해서 “정부가 자신들을 보살펴주리라 믿어서는 안 되고 시민 개개인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살펴야 하며, 자신을 잘못된 길로 이끌려는 의도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카슨은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비판은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케네디는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를 소집하여 살충제 오용 문제를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레이첼 카슨이 해낸 일은 기존의 과학적 성과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살충제 규제법안 실행 그 이상이었다. 과학계에서는 카슨과 그녀의 책에 대해서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많은 정부 관리 및 기업체들은 카슨이 살충제의 혜택에 관한 과학적 결론에 도전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도덕적 존엄성과 리더십을 공격한다고 생각했다. 레이첼 카슨은 과학에 대한 미국적 맹신주의를 뒤흔들었고 심하게는 기술의 진보 방향에 관한 공적인 논쟁을 촉발시켰다.
<침묵의 봄>에서 카슨은 방사능 낙진으로 인해 조금씩 더 절실해지기 시작한 환경 문제의 복잡성을 대중에게 설명했다. 카슨이 책에서 언급한 첫 번째 화학물질이 DDT가 아니라 방사능 요소인 스트론튬 90이라는 점은 그저 우연이 아니다. 카슨은 비밀 핵실험과 핵비축이라는 장막에 대항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미국 육군이 비키니 섬에서 실시한 원자폭탄 실험의 세부적인 내용을 감추려 할 때 연구를 시작한 카슨은 쿠바 미사일 위기로 인해 핵전쟁이 일어나려는 찰나에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키려면 오만함 대신 겸손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임을 확신시키기 위해 이런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카슨은 살충제로 인한 위험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도 아니고, 이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호소력을 지닌 인물이고 이와 관련한 사회적 흐름을 구체화시킨 사람이었다. 그녀는 과학적 성과에 있어서는 가장 순수한 주장을 지지했고, 인간이 자연을 공격하는 전쟁에서 저지른 ‘몰상식하고 잔인한 일’에 대해 억제할 수 없는 분노를 표시하였으며, 진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생명계에 어떤 일을 행하는지 똑바로 인식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생명의 경이와 신비를 잘 알게 되면 자연 파괴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낭만적이고 순진한 신념 대신 생명계에 대한 커다란 애정에서 이 일을 해낸 것이다.
<침묵의 봄>에 대해 기업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농약 제조업체와 정부 내 지지자들은 이 책을 그저 약간의 소란 정도로 생각했다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살충제 제조업체들은 <뉴요커>와 카슨의 책을 펴낸 출판사, 자연보호단체를 모두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25만 달러 정도를 들여 카슨의 과학적 지식을 깎아내리려는 홍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농약제조업체들은 살충제가 인간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미국의 농업에 별다른 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레이첼 카슨의 잘못된 주장이 문명을 중세 암흑 시대로 되돌려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오히려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전하려 했던 메시지를 널리 홍보해주는 결과를 낳았다.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가 1963년 5월 5일 발표한 보고서는 카슨의 주장을 지지했다. ‘<침묵의 봄>이 출판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살충제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윤을 내는 자신의 사업이 정부 규제로 인해 타격받지는 않을까, 화학살충제의 안정성에 사람들이 의문을 갖게 되어 수백만 달러의 예산이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화학업체와 그 지원세력은 메시지 전파자, 즉 카슨을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레이첼 카슨은 상대방의 막강한 재정지원과 인신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그녀는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 않았고 어떤 단체나 기관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연구 성과를 지지해줄 동료도 없었고 험담에 대응해 자신을 옹호하는 토론회를 열 수도 없었으며 도움을 주는 조직적인 네트워크도 없었다. 여성이 학문 분야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과학자로 또 사회적 대변인으로도 존경받지 못하던 당시, 카슨은 공공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보기 드문 여성이었다. 여성이라는 핸디캡은 물론 재정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괴롭히는 가족들 때문에 고생하던 중 그녀는 1960년 암선고를 받았다. 암이 갑자기 발생한 데다가 오진까지 겹쳐서 치료 시기를 놓친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16개월 만에 사망하고 만다.
그녀에게 가장 불리하게 작용한 사실은 ‘대중을 위해 글을 쓴 과학자’라는 점이었다. 이런 표현은 과학계에서는 상당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 비평가들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카슨의 책 <해풍 아래서> <우리 주변의 바다> <바다의 가장자리>를 그가 진정한 과학자가 될 수 없는 증거로 인용했다. 책이 너무나 쉽게 읽혀지는 것은 복잡한 생물학과 화학을 부정확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한 것이다. 저널리스트와 평론가들은 카슨을 ‘감정에 호소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히스테릭한 여성’이며 지나치게 셈세한 본성의 소유자이고 그녀가 쓴 책은 ‘자신이 저주하는 살충제보다 더 독하다’고 말했다.
의학 전문 평론가인 윌리엄 B. 빈은 “<침묵의 봄>을 읽으면 여성과 논쟁을 벌여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성과는 논쟁을 벌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카슨이 비과학적인 우화에 의존해 책을 썼고 사람을 놀래주려고 소란을 피운다고 주장했다. 고양이를 길렀고 새를 사랑했으며 신비주의자, 낭만주의자이며 감성적인 여성이 자기 능력 밖의 책을 썼다는 것이다. 화학업체 대변인은 카슨을 비과학적인 주술자로 몰아붙여 ‘자연의 균형을 숭배하는 맹목적 옹호자’라고 불렀다. 전 농무부 장관은 공식적으로 ‘왜 아이도 없는 독신녀가 유전학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가?’ 하는 의문을 표현했을 정도였다.
이런 비난이 쏟아진 것은 카슨이 과학자들의 명성과 도덕성, 남성 중심주의적인 과학기술에 공격했기 때문이다. 카슨의 죄는 살충제나 생태계 관련 논쟁에서 어떤 한쪽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여자로서의 위치를 망각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카슨은 이런 공격 때문에 상처를 받고 화를 냈지만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대신 이성과 평정을 유지한 채 살충제의 오용에 관한 새롭고도 논박할 수 없는 증거들을 계속 제시했다. 여기자 클럽의 연설에서 카슨은 자신의 독립성을 강조했고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절히 이용했다. 진실을 밝혀야 할 과학이 ‘이익과 생산이라는 현대적인 신을 섬기기위해’ 타협점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과학계와 산업계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카슨은 이렇게 물었다. “과학단제가 무언가 이야기할 때, 우리가 듣는 것은 진정한 과학의 소리인가 혹은 기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리인가?“ <침묵의 봄>과 레이첼 카슨은 절대 침묵하지 않았다. 이 책은 광범위한 인기를 얻었고 대중으로부터 널리 지지를 받았다. 1964년 4월 카슨이 죽기 전까지 거의 100만 부가 팔려나갔다. ‘CBS 리포트’라는 미국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질문에 조용하고 사려 깊게 답하는 그녀는 전혀 선동주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달 후 카슨은 법률 개정과 적극적 대응이 이루어지려면 정부 후원의 연구가 더 만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미국 상원소위원회의 증언대에 섰다. 이를 계기로 많은 주에서 시민 주도의 환경단체가 등장했고, 야생동물과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좀더 정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살충제 사용을 제한하자는 법안이 나왔다.
그녀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공기와 물과 토양을 통해 우리 몸에 조용히 축적되는 독성물질에 관해 설명했다. 생태계의 복잡성에 관한 그녀의 설명은 잘못된 점보다는 옳은 점이 더 많았기에 그 사실여부를 상세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방사능 낙진 문제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살충제가 인간의 건강에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살충제가 암과 돌연변이, 선천적 기형 등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카슨의 시도로 인해 오늘날 환경운동이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인간의 건강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화학물 오염에 관한 그녀의 경고는 환경 문제가 공익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하지만 새로운 천년을 맞게 된 이 세상은 수천 종의 새롭고 위험한 화학물질로 가득하다. DDT와 PCB가 몇몇 나라에서 금지되었지만 복합적인 오염으로 인해 모든 자연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환경 위험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인간의 법률, 규제 조항, 정치 체계는 지구를 깨끗이 보존하고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데 실패했다. 화학업계와 농업공동체,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한 의견 교환에 실패했다. 이런 모든 이유로 인해 레이첼 카슨과 그의 책 <침묵의 봄>을 재발견하는 것, 그녀가 했던 경고와 희망의 가능성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는 생태학에 있어 실질적 업적을 수립했을 뿐 아니라 변화를 가져오려는 개인의 역량을 너무 쉽게 무시해버린다. 그런 점에 있어서 <침묵의 봄>은 다른 어떤 과학적 문헌보다 뛰어나다. 자신이 사랑한 대상을 구하려는 레이첼 카슨의 노력은 뛰어난 존엄성과 용기를 보여주는 빼어난 산물이다. 카슨은 오늘날의 세계를 혼란스러운 장소로 이해했다. 자연을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생명체로 이해하는 대신 인간을 위한 일용품 정도로 생각하는 그 문화적 경향을 슬퍼했다.
또한 카슨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지 못하면서 바로 행동에 옮겨지는 거침없는 과학기술을 두려워했다. 모든 문제에 있어 신속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우리의 문화도 두려워했다. 그녀는 이런 태도야말로 생명의 경이와 복잡한 생태계에 대한 존경을 가로막는 무서운 반대자라고 생각했다. <침묵의 봄>에서 카슨은 이런 문화적 장점에 역사적 맥락을 부여하고 그 영향을 증명하며, 자기만족을 경고하고, 새로운 윤리와 실질적인 희망을 제안한다. 여기에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용기를 내어 귀 기울여야 하는 메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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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야 하는 의무
원시적 농업 시대에 곤충은 농부들에게 별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곤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농업이 본격화되고 대규모 농지에 단일 작물 재배를 선호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특정 곤충 개체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단일 작물 경작은 자연의 기본적 원칙이라기보다는 기술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지만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특정 영역 내의 생물에 대해 자연이 행사하는 내재적 견제와 균형 체계를 흐트러뜨리려 애쓰는 것이다. 자연의 견제로 각각의 생물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넓이의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일 작물을 경작할 경우에는 다른 작물 때문에 널리 퍼져나갈 수 없던 해충이 급증하게 마련이다. 오늘날 생물종이 다른 영토로 퍼져나가는 가장 중요한 매개는 식물의 수입이다. 동물은 이런 식물을 따라 옮겨가게 마련인데, 검역이 실시된 것은 최근의 일이고 그나마도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독성이 있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살충제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독성물질을 다루도록 허락했다. 그들로부터 어떤 동의도 받지 않고, 안전한 사용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지 않은 채 말이다. 물론 개인이나 공공기관이 뿌리는 치명적 독성물질로부터 시민의 안전이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권리장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놀라운 지혜와 예지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조들은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토양이나 물, 야생동물과 인간에게 이런 화학물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 후손들은 생명체를 지지하고 있는 자연계의 존엄성에 관한 우리의 관심부족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에 닥친 위험을 인식하는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전문가의 시대라고 하지만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만 위험을 인식할 뿐, 그 문제들이 모두 적용되는 훨씬 더 광범위한 상황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공업화 시대라서 그런지 어떤 대가를 치르건 이윤을 올리기만 하면 별다른 제한이 가해지지 않는다.
살충제 남용이 빚어낸 문제의 확실한 증거를 목격한 일반 시민들이 항의하면, 책임자들은 절반의 진실만이 담긴 보잘것없는 진정제를 처방하곤 한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위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에 입혀진 달콤한 포장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 한다. 해충박멸업자들이 야기한 위험을 책임져야하는 사람은 바로 일반 시민이다. 지금과 같은 방제법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우리가 결정을 내리려면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진 로스탄드는 이런 말을 했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죽음의 비술
합성화학살충제 산업의 급작스런 부상과 놀랄 만한 확장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이 산업은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화학전에 사용할 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종류의 물질은 곤충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발견은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죽음을 불러올 약제를 테스트하는 데 곤충류가 자주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합성살충제가 끊임없이 등장하였다. 구성분자를 조작하거나 원자를 대체하거나 그 배열을 바꾸는 등 인위적 과정을 거치면서 전쟁 전 사용되던 단순한 무기화합물 살충제와는 전혀 다른 살충제가 등장한 것이다. 새로운 살충제는 비소와 구리, 납, 망간, 아연과 다른 광물들, 말린 국화에서 추출한 제충국, 담배와 비슷한 식물에서 추출하는 니코틴 황산염, 동인도 지역의 콩과식물에서 추출한 로테논 등 자연발생적인 무기질과 식물 성분들을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진다.
새로운 합성살충제의 특징은 놀라운 생물학적 잠재력에 있다. 이 살충제들은 단지 독성을 지니는 것만이 아니라 생물들의 몸 속에 침투해 가장 사악하고 치명적인 방식으로 대상을 변화시킨다. 다시 살펴보겠지만, 이런 살충제는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해주는 효소를 파괴하고 에너지를 얻는 산화과정을 방해하며 각종 기관의 정상적인 기능을 억ㅈ해 불치병을 일으키는 등 점진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유도한다.
여기에 매년 새롭고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들이 추가되고 새로운 사용법이 등장하면서 전세계 어디에서든 유독물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2차대전을 계기로 무기화합물 계열의 살충제가 유기탄소계 살충제로 바뀌었지만 구식 살충제 중 아직도 사용되는 것이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소인데, 상당수의 제초제와 살충제의 기본요소로 사용된다. 비소는 독성이 강한 광물로, 여러 가지 금속의 원석에 널리 포함되어 있고 화산과 바다, 온천 등지에서도 일부분 발견된다. 비소와 인간의 관계는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지는데 그 기원은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소 혼합물은 아무런 맛이 없기 때문에 로마 시대 보르자 가문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독살을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굴뚝의 숯검정에서 발견된 비소는 발암물질로 판명된 첫 번째 물질이었는데, 200년 전 영국 의사에 의해 암과의 관계가 규명되었다.
오늘날의 살충제 역시 치명적이긴 마찬가지다. 살충제는 크게 두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지는 DDT로 대표되는 염화탄화수소(탄화수소의 염소치환체) 계열이고 또 다른 그룹은 말라티온과 파라티온으로 대표되는 유기인산 계열이다. 이 모든 화학물질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생명계의 뼈대를 이루어 ‘유기물’을 만드는 탄소 원자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생명계에서는 없어서 안 될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 원소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을 ‘유기물’이라 부른다. 이를 이해하려면 탄소 원소로 어떤 물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야 한다. 유기물은 모든 생명체의 기본적인 작용과 연관되어 있지만 특별한 변형 과정을 거치게 되면 죽음을 초래하는 유독물질로 바뀌기도 한다.
DDT 혹은 다른 살충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먹이사슬을 통해 다른 생물체로 계속 연결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DDT가 뿌려진 알팔파를 닭이 먹으면 이 닭이 낳은 알에도 DDT가 함유된다. 7,8ppm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건초를 여물로 먹은 소에서 짜낸 우유에는 3ppm 정도의 DDT가 들어 있지만 이 우유를 농축해 만든 버터에서는 65ppm으로 그 수치가 올라간다. 이런 전이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매우 적은 농도였던 DDT가 결국 상당히 심각하게 농축되는 것이다. 식품의약국에서는 우유에서 살충제 잔류물이 발견될 경우 시장 판매를 금지하지만, 오늘날 농부들은 젖소에게 먹일 무공해 사료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염화탄화수소 계열의 또 다른 물질인 클로르덴은 DDT의 모든 해악에 몇 가지 자체적인 문제까지 더해진 경우이다. 클로르덴 잔류물은 토양과 음식물을 비롯해 그것이 살포된 대상의 표면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다. 휘발성이기 때문에 흡입을 통해 쉽게 중독되는데 이때 이 물질을 다루거나 여기에 노출된 사람은 큰 위험에 처한다. 클로르덴은 피부를 통해 흡수되거나 증기 형태로 호흡할 경우 소화기관을 통해 침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체에 침투한다. 다른 염화수소 계열 물질과 마찬가지로 이 성분 역시 우리 몸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 동물 실험에 따르면 클로르덴이 2.5ppm 정도 함유된 식품을 섭취할 경우 지방질 속에서는 75ppm 이라는 엄청난 양이 축적된다고 한다.
이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인 레만 박사는 “살충제 중 독성이 가장 강한 클로르덴을 다루는 사람은 누구든지 중독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교외에 사는 사람들이 잔디밭에 클로르덴을 무신경하게 마구 뿌려되는 장면을 보면, 레만 박사의 경고를 마음속에 새겨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193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탄화수소의 특별한 그룹인 염화나프탈렌을 취급하는 사람들 중에서 간염을 비롯해서, 드물지만 심각한 간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발견되었다. 염화나프탈렌은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병과 죽음을 선사했다. 농부들은 가축의 원인 모를 치명적 질병도 염화나프탈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일한 그룹에 속해 있는 세 가지 살충제, 즉 디엘드린, 알드린, 엔드린이 탄화수소 중 가장 유독하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런 사례는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독일 화학자인 디엘스의 이름을 딴 디엘드린은, 흡입했을 때에는 DDT보다 5배 정도 유독하지만 용액이 직접 피부에 닿을 경우에는 그 독성이 40배로 강해진다. 이 물질은 순식간에 신경 체계에 영향을 미쳐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끔찍한 결과를 나타낸다. 디엘드린에 중독되면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다른 염화탄화수소류와 마찬가지로 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약효가 오래가고 해충을 죽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야생동물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디엘드린은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된다.
독자적으로 존재하지만, 디엘드린으로 쉽게 변하는 알드린은 신비에 싸인 물질이다. 알드린이 뿌려진 밭에서 뽑아낸 홍당무에서 디엘드린이 검출되었다. 이런 변화는 생체 조직과 토양에서도 발견된다. 놀라운 연금술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화학자들오 곧잘 실수를 하게 된다. 밭에 살포한 알드린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유독성분이 모두 사라졌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화학물질은 디엘드린 상태로 남아 있고 이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석 실험이 필요하다. 디엘드린처럼 알드린 여시 독성이 심각한 물질이다.
간과 신장 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아스피린 정제 분량만으로 메추라기 400마리 이상을 죽일 수 있다. 이 물질에 중독된 사례들이 기록에 남아 있는데 그 대부분은 공장에서 사용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엔드린은 염화탄화수소 중에 가장 독성이 강하다. 화학적으로는 디엘드린에 가깝지만, 살짝 꼬여있는 분자구조로 인해 그 독성은 다섯 배나 강하다. 살충제 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엔드린에 비하면 DDT는 독성이 없는 듯 보일 정도이다. 이 물질이 사용된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물고기가 죽었고 이 독극물이 살포된 과수원을 돌아다닌 가축들은 심각한 중독 증상을 보였으며 우물 또한 오염되었다.
살충제로 사용되는 두 번째 그룹인 알킬 또는 유기인산 에스테르 계열은, 세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살충제를 뿌리다 중독되거나 대기를 떠다니던 에어졸에 우연히 노출되었을 때, 살충제가 뿌려진 채소를 먹거나 살충제를 담았던 용기를 직접 만질 경우 특히 위험하다. 이런 살충제의 기원은 상당히 아이러니컬하다. 유기인산계 에스테르는 수년 동안 사용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살충제로 사용된 것은 1930년대 말 독일 화학자인 게르하르트 슈라더에 의해서였다. 독일 정부는 이런 화학물질들이 전쟁에서 새롭고 강력한 무기로 사용될 수 있음을 깨닫고 비밀리에 연구를 계속했다. 그중 몇 종류는 치명적인 신경가스로 만들어졌고 비슷한 구조를 지닌 다른 화학물질들은 살충제로 사용되었다.
유기인산계 살충제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동시에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살충제가 바로 파라티온이다. 파라티온 살충제를 흡입한 꿀벌은 ‘심하게 동요해 호전적 성질을 띠며’ 미친 듯이 뭔가 청소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다가 결국 30분 정도 지나면 죽고 만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의 밭과 과수원에는 700만 파운드에 이르는 파라티온이 수동식 분무기, 송풍기, 살포기, 비행기 등을 이용해 살포되고 있다. 한 의학전문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사용되는 파라티온 양만 해도, ‘전세계 인구의 5배 내지 10배에 해당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밭과 과수원, 포도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유기인산계 살충제가 미치는 위험은 상당히 크다. 이 살충제를 사용하는 몇몇 주에서는 살충제 흡입으로 인한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시설이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의사들 역시 살충제에 중독된 환자를 다룰 때 고무장갑을 끼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환자의 옷을 세탁하는 사람들 역시 옷에 묻어 있는 파라티온 성분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다른 유기인산계 살충제인 말라티온은 DDT만큼이나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살충제로, 정원용, 실내용, 모기 퇴치용으로 사용된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지중해 초파리의 공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100만 에이커에 걸쳐 광범위하게 살포하기도 했다. 말라티온은 같은 계열의 살충제 중 독성이 가장 약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별 걱정 없이 이 살충제를 사용했다. 그렇지만 말라티온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로, 이 살충제를 사용한 지 몇 년이 될 때까지 그 해악은 드러나지 않는다. 포유동물의 간이 놀라울 정도의 보호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라티온의 독성이 상대적으로 무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간에서 작용하는 효소들 중 한 가지가 말라티온의 해독작용을 주도한다. 이 효소가 파괴되거나 그 작용이 방해를 받는 사람의 경우에는, 말라티온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불행하게도 우리 모두에게 이런 일이 자주 생기고 있다. 몇 년 전 식품의약국의 과학자들은 말라티온과 다른 유기인산계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심각한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두 물질을 섞을 경우 그 독성이 50배나 증대한다.
이런 사실을 발견하자 곧이어 살충제의 혼합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실험이 이어졌다. 그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독성이 한 단계 강화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유기인산계 살충제들을 섞어 쓰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알려졌다. 한 가지 살충제의 독성을 해독하는 간의 효소가 다른 살충제에 의해 파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두 가지 살충제가 반드시 동시에 살포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살충제를 이번 주에 뿌리고 다른 종류를 그 다음 주에 뿌린 작업자 역시 위험하며, 이런 살충제가 뿌려진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응용곤충학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연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침투성 살충제를 꿈꾸기 시작했다. 셀렌산염나트륨 성분이 함유된 토양에서 자라는 밀은 진딧물이나 응애의 공격에 면역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석과 토양에 함유되어 있는 셀레늄은 전신침투형 살충제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침투성 살충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화학물질이 식물이나 동물의 조직 속으로 침투해 서서히 독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능력을 지닌 염화탄화수소계 몇몇 화학물질과 유기인산계 화학물질은 인위적으로 합성된 것이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물질 중에도 이런 특징을 지닌 것이 있다. 침투성 살충제는 미묘한 역할을 한다. 씨앗을 이 살충제에 담그거나 탄소와 결합시킨 진딧물이나 기타 식물 수액을 먹는 곤충에 대해서 독성을 지니게 된다. 완두콩이나 껍질콩, 사탕무 등은 이런 방법으로 해충을 막을 수 있다.
가축에 해를 입히는 기생충, 주로 소에 기생하는 구더기나 유충을 없애려 할 때 이런 침투성 약물을 사용한다. 가축이 독극물에 중독도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혈액과 조직에 살충 성분이 남아 있도록 하려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 장에서는 인간의 곤충에 대한 전쟁에서 사용되는 치명적인 화학물질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잡초와의 전쟁은 어떠한가? 원치 않는 식물을 빠르고 쉽게 없애려는 열망에서 제초제, 좀더 일반적으로 잡초제거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화학물질이 등장했다. 제초제는 오직 식물에게만 독성이 있고 동물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데, 불행하게도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잡초제거제에는 식물뿐 아니라 동물의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화학성분이 들어 있다. 생물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다양하다.
새로운 화학물질이 넘쳐나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소계 화합물은 아직도 살충제와 제초제 성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때에는 주로 비산나트륨 형태로 사용된다. 비산나트륨 사용 사례를 살펴보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이 물질이 길가에 살포되면 소들을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죽게 된다. 호수와 저수지에 뿌려진 연못용 제초제 때문에 그 물은 식수로는 물론 수영하기에도 부적합하게 되어 버렸다. 감자밭에 뿌려진 제초제는 인명과 다른 생물체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디니트로’계열의 화학물질 역시 제초제로 사용된다. 이 물질은 미국에서 사용되는 것 중 가장 위험한 물질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디니트로페놀은 물질대사를 급격히 촉진시키기 때문에 한때 체중감량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살을 빼는 데 알맞은 적정량과 중독 혹은 죽음에 이르는 치사량 사이의 차이가 너무나 적기 때문에, 몇몇은 사망하고 많은 사람들이 만성적인 중독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디니트로페놀과 관련 있는 펜타클로로페놀, 혹은 ‘펜타’라고 알려져 있는 물질은 살충제뿐 아니라 제초제로도 사용되는데 주로 철로변이나 공터에 살포된다. 펜타는 박테리아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독성을 나타냈다. 디니트로 화합물처럼 펜타 역시 신체의 에너지 동화 과정을 방해한다.
비산나트륨이나 페놀제 등의 제초제 오용이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체초제 중에는 문제가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가 긴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딸기류 제초제로 사용되는 아미노트리아졸 혹은 아미톨은 독성이 비교적 낮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갑상선에 악성종양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서 결국 야생동물과 인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초제들 중에는 ‘돌연변이를 야기하는’ 물질로 분류된 것도 있고 유전자를 변형시킬 위험이 있는 것도 있다. 방사능이 유전으로 인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면서 심각성에 있어서 이와 비슷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왜 무관심한 것일까?
-지표수와 지하수
화학자들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래, 수질 정화에 관한 문제들은 점점 더 복잡해졌고 그 물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미치는 위험도 점점 더 증가해갔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규모의 합성화학물질 제조는 194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각종 화학 오염물이 이 나라의 수로로 들러들고 있다. 가정용 폐수와 폐기물이 섞인 상태에서는 화학물질을 검출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화학물질은 너무나도 안정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쉽게 분해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이런 물질들은 성분 규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강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오염물질들이 서로 결합해, 위생 기사들이 ‘끈적이’라는 속어로 부르는 침전물을 만들어 낸다. MIT 대학의 롤프 엘라이어슨 교수는 의회 위원회에 출석해 이런 화학물질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그 혼합물로부터 만들어지는 유기물의 실체는 무엇인지 규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바 있다. 곤충, 쥐나 다람쥐 등의 설치류, 귀찮은 잡초 등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약품을 함부로 쓰는 것은 유기 오염물질의 증가를 부채질한다. 수생식물과 곤충의 유충, 성가신 물고기 등을 없애려고 화학약품을 직접 물에 풀어 넣는 일도 있다.
수질 오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하수의 광범위한 오염이다. 어디에서건 물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은 결국 모든 수자원을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연의 구성 요소들이 각기 폐쇄적으로 분리되어 작동한다면 이렇게 지구상의 수자원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땅에 떨어진 비는 토양과 암석에 난 구멍과 틈을 따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모든 틈을 물로 채운다. 그러다 언덕 밑에 이르러서는 다시 솟아오르고 골짜기 밑으로 더 깊게 가라앉아 지표 밑을 따라 어두운 바다로 흐른다.지하수는 느리게는 1년에 50m, 빠르게는 하루에 0.1m 정도의 속도로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수로를 따라 흐르다가 지표 위 샘으로 분출하거나 우물에 고여들어 솟아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시냇물이나 강으로 유입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은 모든 물의 오염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임 있는 전문가라면 실험실에서는 생겨날 수 없었던 화학물들이 강이나 호수, 저수지 혹은 저녁 식탁 위에 놓인 컵 속의 물에서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수질 오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문제다. 화학물질들이 서로 뒤섞여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은 미국 공중보건국의 관리자들을 상당히 괴롭혔다. 그들은 비교적 무독성인 화학물질들로부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유독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두 가지 혹은 그 이상 화학물질들이 섞일 경우 강에 방류된 방사능폐기물과 화학물질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방사능물질이 이온화되면 원자의 재배열이 쉬워지는데, 이때 화학물질의 본질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를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물론 오염은 지하수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시냇물, 강, 관개용수 등의 지표수 역시 심하게 오염되었다.
모든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것이 바로 물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마치 먼지처럼 작고 가벼운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물벼룩, 물 속의 플랑크톤을 걸러 먹고사는 물고기, 이 물고기를 먹고사는 다른 물고기들과 조류, 밍크, 너구리 등 먹이사슬은 한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끝없이 연결되며 순환하고 있다. 우리가 물속에 흘려보낸 독극물도 이런 자연의 순환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1950년대 초반 네덜란드에서 발표한 한 연구는 오염된 상수원이 암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강으로부터 식수를 공급받는 도시들은 우물처럼 오염이 덜한 수원에서 물을 공급받는 도시들보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발암물질인 비소가 수질을 오염시켜서 암을 광범위하게 퍼뜨린 역사적인 사례가 두 건 있다. 한 건은 광산의 광물 찌꺼기에 포함된 비소였고, 또 다른 한 건은 비소 함량이 높은 암석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였다. 비소 성분의 살충제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이런 일일 되풀이될 수 있다. 살충제가 뿌려진 토양에 비소가 남아 있다가 비가 내리면 이 비소 성분이 씻겨 내려가 땅 속을 흐르는 지하수뿐 아니라 시냇물과 강, 저수지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이 어떻게 오염되고 있는지 좀더 확실하게 살피려면 지구상의 또 다른 자원이라 할 수 있는 토양에 관해 알아보아야 한다.
-토양의 세계
토양 속의 생물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박테리아와 실처럼 미세한 균류이다. 그 개체수는 천문학적 수치에 달할 정도이다. 한 술 정도의 토양에 수십 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다. 미세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1에이커의 비옥한 토양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를 모두 합한다면 무게가 1,000파운드에 이를 것이다. 길다란 섬유상 형태로 나가기 때문에 방선균류는 박테리아보다 개체수가 적지만, 무게는 더 많이 나가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무게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박테리아, 균류는 작은 초록색 세포인 해초루와 더불어 미세한 토양식물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박테리아, 균류, 해조류는 유기물을 썩게 만들어 동식물의 유체를 원래의 구성원소인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미생물이 없다면 식물들은 질소로 가득한 대기 속에서 질소 부족으로 굶주려 죽을 것이다. 다른 유기체들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는 바위를 부식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토양미생물은 산화와 환원과정을 거치면서 아연과 망간, 황 등의 무기물을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시킨다. 진드기와 날개 없는 원시적 곤충인 도약충 또한 엄청난 수를 자랑한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이 곤충들은 식물의 잔해를 분쇄하고 숲에 떨어진 각종 쓰레기를 토양으로 분해하는 일을 돕는다. 이 미세한 존재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임무를 맡고 있다. 토양 속에 사는 다양한 거주자 중 몸집은 미생물이나 곤충보다 조금 더 커지만 지렁이만큼 중요한 생물은 없을 것이다. 75년 전 쯤 찰스 다윈은 <지렁이의 활동을 통한 토양 형성-지렁이의 습성 관찰을 기반으로>라는 제목의 책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다윈은 토양의 운반은 물론 지질학적 매개자로 활약하는 지렁이의 역할을 처음으로 널리 알렸다. 지렁이는 바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표면에 부드러운 토양을 토해내는데, 그렇게 만들어내는 토양의 양은 에이커 당 연간 수톤에 이른다.
동시에 나뭇잎과 풀잎에 포함된 상당량의 유기물(6개월간 평방야드당 20파운드에 이른다)을 땅 속 굴로 끌고 들어가서 토양을 만들어낸 결과 10년이 지나면 1~1.5인치의 토양이 지표면에 쌓이게 된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렁이가 파놓은 구멍을 통해 토양에 공기가 공급되고 배수도 용이해지며 식물도 뿌리를 자유롭게 뻗는다. 지렁이로 인해 토양 속 박테리아의 질소 화합 능력이 배가되며 토양의 부식도 줄어든다. 유기물은 지렁이의 소화관을 통해 분해되어 배출되는데 이 분비물로 인해 토양은 더욱 비옥해진다.
토양에 뿌려지는 살충제에 관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독성이 몇 달 혹은 심지어 몇 년 까지도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알드린은 살포된 지 4년이 지나도록 검출되는데, 그 자체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디엘드린으로 변형된다. 벤젠헥사클로라이드는 최소한 11년간 토양 속에 남아 있는다. 헵타클로 혹은 이보다 독성이 더욱 강한 화학물질은 적어도 9년간 영향을 미친다. 클로르덴은 살포된 지 12년이 지나도 살포량의 15퍼센트 정도가 토양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토양의 영구적인 오염을 초래하는 고전적인 주범은 바로 비소이다. 1940년대 이후 담배 농사에 사용되던 비소는 상당부분 다른 유기화학물질 살충제로 대체되었지만, 1932년에서 1952년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재배된 담배에 포함된 비소의 양은 오히려 300퍼센트나 증가했다. 여기서 우리는 두 번째 문제를 만나게 된다. 토양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식물 조직이 오염된 토양으로부터 흡수한 살충제 양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 양은 토양과 작물의 특징, 사용된 살충제의 특징과 농축도에 따라 각기 다르다. 유기물이 많이 함유된 토양은 비교적 유독성분을 덜 배출하지만 당근은 다른 작물보다 유독성분을 더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린덴을 뿌릴 경우 당근이 토양보다 훨씬 더 높은 농축도를 나타낸다. 이런 오염은 유독성 살충제를 뿌린 과일이나 채소를 어쩔 수 없이 사야만 했던 유아식 제조업자에게는 골치아픈 문제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벤젠헥사클로라이드이다. 이 물질은 식물의 뿌리와 구근을 통해 흡수되는데, 곰팡이 냄새와 맛으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유독성 화학물질은 농작물에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살충제 오염이 지속되는 한 그 해악은 토양 속에 남아 있게 마련인데 어떤 살충제는 콩이나 밀, 보리나 호밀 등 민감한 작물에 영향을 주어 뿌리의 발달을 저해하거나 씨앗의 생장을 막기도 한다.
살충제 사용이 계속되고 화학잔류물이 토양 속에 계속 축적되면서, 우리가 심각한 문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이 확실해졌다. 1960년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만난 일단의 과학자들도 이런 사실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들은 화학물질이나 방사능 물질처럼 ‘잠재적으로 위험을 지니며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수단’의 사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인간이 행하는 몇몇 잘못된 시도는 토양의 생산성을 파괴시킬 것이며, 결국 절족동물이 이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다’
-지구의 녹색 외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제초제 중에는 2.4-D, 2.4.5-T 그리고 이와 유사한 합성화학물들이 있다. 이런 물질이 정말 유독한지 아닌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잔디밭에 2.4-D를 뿌리다가 약물에 젖은 사람들은 심각한 신경염이나 마비로 고생한다. 이런 사고가 흔치 않다고 해도 의료전문가들은 제초제를 사용할 때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2.4-D를 사용할 때의 위험은 좀더 심각하다. 실험 결과를 보면 이 물질은 세포의 생화학적 호흡을 저해하고 X선처럼 염색체에 해를 입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화학물질이나 다른 제초제들은 비록 치사량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이라 해도 새의 번식작용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독물질로 인한 직접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특정 종류의 제초제는 간접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초식동물이나 가축이 보통 때는 먹지 않던 풀인데 살충제가 뿌려진 후에는 이 풀을 먹으려 달려드는 일이 심심찮게 보고된다. 이 제초제에 비소처럼 강한 독성이 들어 있을 경우 심각한 재앙을 초래한다. 제초제의 독성이 그리 심하지 않다고해도 풀에 독성이 있거나 가시가 있을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제초제가 뿌려진 직후, 가축들은 독성이 있는 목초에 마음이 끌리게 되고 이 이상한 식용 때문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수의학 문헌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 제초제가 뿌려진 도꼬마리를 먹은 돼지가 심각한 병에 걸리기도 하고, 제초제가 묻은 엉겅퀴를 먹은 양과 꽃이 핀 후 약품이 살포된 겨자에서 가루받이를 한 꿀벌이 중독되는 일도 생겼다.
잎에 독성이 있는 산벚나무에 2.4-D가 살포될 경우 가축들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제초제 살포로 인해 서서히 시들어가는 잎사귀는 동물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먹음직스러운 먹이로 보인다. 금불초 역시 유사한 예를 보여준다. 겨울 끝자락이나 이른 봄처럼 먹기 구하기가 힘든 때가 아니라면 가축들은 일반적으로 이 식물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2.4-D가 뿌려진 금불초는 가축들에게 좋은 먹이로 비쳐진다.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화학약품이 식물의 대사작용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화학약품이 식물의 당분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 동물들에게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2.4-D의 기이한 효과는 가축과 야생동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10여 년 전에 실시된 실험에 따르면 이 화학약품을 쁘리고 나면 옥수수와 사탕무의 질산염 함유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상황이 사탕수수와 해바라기, 자주달개비, 명아주, 버들여뀌 등에서도 일어난다. 가축들은 이런 식물을 잘 먹지 않지만 2.4-D가 뿌려진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한 농업전문가에 의하면 제초제가 뿌려진 잡초를 먹고 죽는 가축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질산염의 증가는 상당한 위험을 초래하는데 특히 반추동물의 경우는 생리적 특징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된다. 반추동물의 소화기관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해서, 위장이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섬유소를 소화하려면 네 개의 위장 중 첫번 째 위인 유위에 미생물이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질산염 함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식물을 먹으면 유위에 사는 박테리아가 이 물질을 독성 높은 아질산염으로 바꿔놓고 따라서 심각한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아질산염은 혈액색소에 작용해 산소와 강하게 결합하는 초콜릿색 물질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 폐에서 세포로 산소가 전해지지 않아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다 보면 산소 결핍이나 산소 부족으로 인해 몇 시간 내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
모든 문제를 제초제를 뿌려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식생 보존의 필요성을 간과해버린다. 인간의 행위가 자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측정하는 기준으로 삼으려면 이런 식물이 필요하다. 또 곤충과 다른 유기체가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서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식물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제초제 남용 결과 일어나는 미묘하지만 심각한 식생 변화를 경고한다. 2.4-D와 같은 화학물질은 활엽식물을 말려 죽이고 그로 인해 생존 경쟁이 조금 완화된 풀들은 훨씬 더 번성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몇 종의 잔디가 ‘잡초’가 되어버렸고 이 문젯거리를 제거해야 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잡초’의 한 종류인 왕바랭이를 없애주는 화학제초제 판매율의 급상승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 인기를 얻는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왕바랭이를 없애려면 화학제초제보다 훨씬 비용도 싸고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여러 식물들을 함께 심어서 생존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왕바랭이는 시들어가는 잔디밭에서만 자란다. 왕바랭이의 번성은 그 자체로 병이 아니라 병의 징후에 지나지 않는다. 비옥한 토양을 공급해주고 잔디가 제대로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면 왕바랭이는 자랄 수 없다. 이 잡초가 매년 씨를 퍼트리려면 다른 식물이 자라지 않는 넓은 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920년 오스트레일리아의 곤충학자들은 선인장의 원산지인 북미와 남미로 그 곤충 천적을 찾아 나섰다. 몇 종류의 곤충을 시도한 이후, 아르헨티나 나방의 알 30억 개를 1930년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 뿌렸다. 7년 후 선인장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아무것도 자라지 않던 불모의 땅에 다시 생명이 등장했고 풀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 소요된 비용은 에이커당 1페니에도 못 미친다. 이와 반대로 만족스럽지도 않은 화학방제의 경우 에이커당 약 10파운드의 비용이 필요하다.
바람직하지 않은 식물을 방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정 식물을 먹이로 하는 곤충을 이용하는 것이다. 목초지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이런 가능성은 상당히 무시되었다. 곤충들은 자신이 원하는 식물만 먹이로 삼는데 그런 제한적인 식성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불필요한 파괴
원산지에서처럼 그 수를 억제해줄 천적이 없던 투구풍뎅이는 미국에 처음 소개된 10년 동안 급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1945년이 되자 이 풍뎅이의 피해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극동지방으로부터 기생곤충이 수입되어 풍뎅이의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면서 그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1920년과 1933년 사이에 이 풍뎅이의 서식지를 조사했던 전문가들은 자연적 조절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34종의 포식곤충과 기생곤충을 동양으로부터 수입했다. 그 중 5종이 미국 동부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가장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배포된 것은 한국과 중국에서 들여온 말벌이었다. 말벌 암컷은 토양 속의 풍뎅이 애벌레를 찾아낸 다음 마비를 일으키는 분비액을 주입하고 애벌레의 살 속에 알 하나를 낳는다. 말벌 유충은 이 애벌레를 먹이로 삼아 자란다.
풍뎅이과 곤충에게 영향을 미치는 박테리아성 병원균은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박테리아는 다른 곤충은 절대로 공격하는 법이 없고 지렁이와 정온동물, 식물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특이한 생명체라 할 수 있다. 이 박테리아의 종자는 토양 속에서 발견된다. 먹이를 찾는 풍뎅이 유충에 의해 체내에 흡수된 박테리아는 그 혈액 속에서 무한대로 증식하여 유충을 흰색으로 변화시킨다. 그래서 일명 ‘밀크병’이라 불린다.
비용이 얼마가 들건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 사람들은 의문의 여지없이 화학살충제를 사용할 것이다. 해충이 저절로 없어지길 바라는 현대인들은 자주 되풀이해야 하고 거듭해서 비싼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 무제한적 화학방제를 계속 시도할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한두 철을 기다리더라도 밀크병을 이용해 조금 더 확실한 자연방제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효과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다.
살충제는 대부분 비선택적이다. 없애려는 특정한 종만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독성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살충제와 접촉하는 모든 생물,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농부가 키우는 가축, 들판에서 뛰노는 토끼, 하늘 높이 날아가는 종달새가 모두 위험에 빠진다. 이런 동물은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실 동물들과 그 주변 환경의 존재로 인해 인간의 삶이 더욱 즐거워진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보답으로 갑작스럽고 무시무시한 죽음을 선사한다.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위험에 처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전세계에서 들려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로 다르겠지만, 살충제로 인해 야생생물이 잇달아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같다. 프랑스에서는 포도나무 줄기에 비소가 함유된 제초제를 뿌린 후 수백 마리의 새들이 죽었으며, 벨기에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던 자고새가 주변 농지에 살포된 살충제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영국에서는 특수한 문제가 등장했는데, 그것은 종자를 뿌리기 전에 살충제 처리를 하는 관행과 연관된 것이었다. 종자에 약을 뿌리는 것이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예전에 주로 사용하던 화학약품은 살균제였기에 새들에게 크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1956년경부터 토양 속에 서식하는 곤충을 퇴치하기 위해 살균제에 디엘드린, 알드린, 헵타클로가 첨가되었다. 그 결과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약품 처리된 종자로부터 새를 보호하는 문제에 직면한 곳이 비단 영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와 남부 일대의 벼 재배 지역도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의 벼 재배업자들은 어린 벼에게 해를 입히는 민물새우류와 갑충류로부터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DDT를 뿌렸다. 캘리포니아의 사냥 애호가들은 그곳을 사냥의 최적지로 여겼는데, 벼가 심어져 있는 주변으로 물새와 꿩들이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이 일대의 꿩, 오리, 검은찌르레기를 비롯한 새들의 수가 줄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몇 년이 흐른 뒤, 보다 더 유독한 살충제들이 개발되자 약품처리 종자의 위험성은 더욱 가중되었다.
DDT보다 100배나 강한 독성을 지닌 알드린은 현재 종자 소독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벼 재배농가가 살충제를 사용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귀찮은 검정지빠귀를 해충과 더불어 없애버리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벼가 자라는 곳에 사는 조류가 위험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를 성가시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생물이라고 생각되면 ‘박멸시키는’ 습성이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문제는 그냥 넘기고 말았다.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잔물결이 생기듯이, 유독물질의 연쇄작용을 일으켜 죽음의 물결을 퍼드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쪽 접시에는 딱정벌레들이 갉아먹는 나뭇잎을 올려놓고, 다른 쪽 접시에는 유독성 살충제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몽둥이에 스러져간 새들의 잔해와 다양한 빛깔의 가련한 깃털들을 올려놓은 채 저울질한 사람은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하늘을 나는 새들의 부드러운 날개가 모두 사라져버린 황폐한 세상이 되더라도 벌레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런 사람이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그가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 동안 권력을 맡긴 관리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운과 자연의 질소가 깊고도 엄연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시 소홀한 틈을 타서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죽음의 강
물고기에 가해지는 살충제의 위협은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 북부 삼림지대의 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보여주는 것과 유사한 문제로, DDT로 인한 피해에 한정된다. 다른 하나는 이 나라 도처의 호수들과 강들에 살고 있는 베스, 개복치, 크래피 기타 잉어과 고기 등이 겪는 문제다. 여기에는 현재 농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살충제가 등장하는데 센드린, 톡사펜, 디엘드린, 헵타클로 같은 주요 유독성 화학약품의 이름들을 흔히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안 습지, 만, 강어귀에 서식하는 물고기들과 관련된 문제다.
유기 살충제 사용이 확대된 후 물고기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물고기들은 현재 살충제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염화탄화수소류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수백만 톤의 유독성물질이 지표에 뿌려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약품의 일부가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끊임없는 순환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몇몇 하천과 호수에서 일어난 수많은 물고기와 갑각류의 갑작스런 죽음은 해충 퇴치사업의 비극적이고 놀라운 면모를 드러냈다. 하천의 지류와 강물에 섞여 간접적으로 강어귀로 흘려든, 보이지 않는 살충제의 피해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측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결국에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는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없다.
우리는 농장과 산림에 뿌려진 살충제가 상당수, 아니 아마도 모든 주요 강을 따라 바다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화학약품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 그 총량은 얼마나 되는지는 알지 못하며, 지금으로서는 바다로 흘러들어 희석되어버린 물질을 밝혀낼 수 있는 좋은 검사 방법도 없는 상태이다. 이 물질이 이동하면서 그 성분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변화된 화학물질이 원래의 물질보다 독성이 더 강한지, 아니면 약한지 아직 모르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문제는 여러 화학물질 간의 상호작용이다. 특히 이런 화학물질이 각종 무기물과 쉽게 혼합되는 바닷속으로 유입될 경우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정작 연구를 위한 기금은 애처로울 정도로 적다.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은 살충제의 대규모 살포만은 아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소규모이지만 매일 혹은 매년 지속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이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침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그 양이 미미해도 거듭되다 보면 몸 속에 화학물질이 축적되어 마침내 중독을 일으킨다.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사람을 제외하고 이런 오염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평범한 시민이라면 우아한 판매 기술과 얼굴 없는 설득자에게 속아넘어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물질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아마 자신이 이런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유독물질은 매우 호감 가는 용기에 담겨 있으며, 사용하기도 쉽다. 흰색 혹은 기호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을 입힌 부엌용 선반 벽지는 한 면뿐 아니라 양면에 모두 살충 성분이 뿌려져 있다. 살충제 제조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해충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DIY 안내책자를 만들어 배포한다. 쉽게 손이 닿지 않는 구석, 캐비넷의 갈라진 틈에도 버튼을 누르듯 손쉽게 디엘드린을 뿌릴 수도 있다. 만일 모기나 진드기, 혹은 다른 해충 때문에 고생한다면 옷이나 피부에 바르거나 뿌리는 로션이나 크림, 스프레이들 중에서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살충제들이 페인트, 합성섬유를 녹일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런 살충제가 인간 피부에 별 문제가 없다고 지레 짐작한다. 지갑에 넣고 다니거나 해변, 골프장, 낚시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켓용 살충제 분사기 광고를 보면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곤충들을 물리칠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충이 발을 대기만 하면 바로 죽는다는 살충제 성분의 왁스를 이용해 마룻바닥을 닦을 수도 있다. 옷장 안에 린덴을 뿌려둔 살충띠를 매달아놓을 수도 있고 6개월간 좀나방의 피해를 철저히 막아준다는 방충제를 서랍 속에 넣어두기도 한다. 광고에는 린덴의 위험에 관한 어떤 설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린덴 증기를 내뿜는 전기기구 광고에도 역시 경고 문구 하나 등장하지 않으며 그저 안전하고 냄새가 없다는 말만 나와 있다. 하지만 미국 의학협회는 린덴 훈증기를 위험한 것으로 규정해 학술지를 통해 사용 반대 켐페인을 펴나가고 있다.
오늘날 정원 가꾸기에는 엄청난 유독불질들이 등장한다. 모든 공구상이나 정원용품점, 슈퍼마켓에는 원예에 필요한 다양한 살충제가 종류별로 늘어서 있다. 신문의 정원 관련 페이지와 원예잡지들이 살충제 사용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살충제를 제대로 뿌리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잔디밭과 장식용 화분에 치명적인 유기인산계 살충제가 점점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원사나 원예애호가는 자신들이 다루는 물질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새로운 원예기구가 계속 쏟아져 나와 잔디밭이나 정원에 유독물질을 살포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고 유독물질과의 접촉 또한 늘어갔다. 예를 들어서 호스의 끝에 살충제 용기를 매달아 마치 정원에 물을 뿌리듯 클로르덴이나 디엘드린 같은 위험물질을 살포하기도 한다.
농작물을 재배할 때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한 우리가 먹는 음식에 염화탄화수소류가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일 농부들이 양심적으로 살충제 관련 주의사항을 따른다면 농약잔류량은 식품의약국 허용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이런 합법적 잔류량이 말처럼 ‘안전한가’의 여부는 잠시 미뤄두자. 농부들이 처방된 것 이상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수확기에 임박해 농약을 뿌리며, 한 가지 농약만으로도 충분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살충제를 섞어 뿌리고 사용법이 너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서 그 내용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번 생각해 보자. 화학업계조차 빈번한 살충제 오용 문제와 살충제 사용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잔류 허용량 기준치’ 제정은 결국 농부와 가공업자들에게 생산비용 절감이라는 혜택을 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독성 화학물질 사용을 허락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동시에 시민들이 섭취하는 화학물질이 위험 수준이 아님을 확신시켜주는 정책기관을 만들고는 그 유지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가장 필요한 것은 염화탄화수소계 화학물질, 유기인산계, 기타 다른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잔류 허용량을 폐지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면 농부들에게 부담이 심하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과일과 채소에 있어 7ppm(DDT 허용량), 1ppm(파라티온), 혹은 0.1ppm(디엘드린)이라는 허용치를 제정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아예 화학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몇몇 농작물의 경우에는 헵타클로, 엔드린, 디엘드린의 검출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면 모든 농작물을 대상으로 이렇게 화학물질 검출을 금지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 아닌가?
덜 위험한 농약을 만들어내는 것뿐 아니라 비화학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정 곤충에게 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응용하는 방법은 이미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도되고 있는데 이런 연구가 좀더 활발해져야 한다. 농작물에 해로운 잔류물을 남기지 않는 해충방제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런 해결책이 대규모 시도될 때까지 우리는 현재 상황에 대해 그저 안심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로마 시대의 보르자 가의 초대를 받은 손님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보르자 가에서는 손님을 초대해놓고 독살해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인간의 대가
산업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화학물질이 우리 환경을 삼켜 버리면서 전혀 새로운 공중보건 문제가 대두했다. 이제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천연두, 콜레라, 페스트가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했다. 오늘날 우리의 관심사는 곳곳에 편재하는 병원균이 아니다. 위생, 더 나은 생활환경, 새로운 약으로 인해 전염병은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은 근대적 생활방식을 수용하면서 인간 스스로 초래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오염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환경 문제는 복합적이다. 다양한 형태의 방사능, 끝없이 흘러나오는 살충제 등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화학물질은 세상 전역에 퍼져 있고 우리에게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또 개별적 혹은 집합적으로 작용한다. 형태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들의 존재는 위험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물질들에 대해 평생 노출될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책임있는 공중보건 책임자들은 화학물질의 영향은 오랜 기간 축적되며, 개인에 대한 위험은 전 생애에 걸쳐 노출된 화학물질 총량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런 위험을 쉽게 무시하고 만다. 앞으로 재앙을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확실치 않은 위협은 그저 무시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유기인산계 살충제가 소개된 후 20여 년이 지나 생강성 신경마비와 유사한 일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그 피해자들 중에는 파라티온을 사용한 후 가벼운 중독 증세를 경험했고 그 후 몇 달이 지나서 마비를 일으킨 독일 온실노동자들이 있었다. 또 화학공장에서 일하던 세 사람이 파라티온과 유사한 계통의 다른 살충제에 노출되었다가 급성중독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이런 사태를 불러온 살충제의 판매는 금지되었지만 지금 사용되는 것들 중 몇 가지는 여전히 위험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유기인산계 물질에 중독되었다가 용케 살아난다 해도 그것은 파국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신경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결국 정신병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학 문헌 곳곳에서 여러 사례들이 흔히 발견되는데 몇몇 경우는 염화탄화수소류 혹은 유기인산계 화학물질이 원인이 되곤 한다. 몇 마리 곤충을 순간적으로 없애려다가 우리 인간이 정신착란, 환상, 기억력 감퇴, 조증 등으로 고생하게 되는 것은 너무 심한 일이다. 하지만 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런 화학물질의 사용을 고집하는 한 우리는 그 대가를 계속해서 치르게 될 것이다.
-작은 창을 통해서
일반 대중은 물론 의료계 종사자나 과학자들조차 화학물질이 방사능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화학물질의 대량 사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일인데도 말이다. 그런 잠재적인 위험을 감지한 사람은 멕팔레인 경만이 아니다. 영국의 빼어난 과학자인 피터 알렉산더 박사는 방사능과 유사한 문제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사실은 더 심각한 위험’이라고 말했다. 화학적 돌연변이가 무시되었던 것은 이런 사실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그 물질을 취급하는 사람들이 주로 전문 학자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충제와 제초제는 수많은 사람들과 매일 접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충제가 가벼운 염색체 손상에서부터 유전자 돌연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세포 활성과정을 방해하고 그 결과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증거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페놀계 화학물질의 세례를 받은 식물은 심각한 염색체 파괴와 유전자 변형, 놀라운 돌연변이 등 ‘되돌릴 수 없는 유전형질 변이’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돌연변이는 유전학적 실험에 자주 사용되는 초파리를 페놀에 노출시켰을 때에도 나타났다. 초파리를 일반적인 살충제나 우레탄에 노출시키면, 심하게는 죽음을 불러올 정도의 돌연변이를 겪게 된다.
우레탄은 카바메이트 계열 화학물질인데, 살충제와 다른 농약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세포분열을 중단시키는 효과 때문에 카바메이트 중 두 종류는 저장중인 감자가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 그 중 하나인 말릭하이드라자이드는 강력한 돌연변이 유발물질로 평가되고 있다. 원형질에서부터 진화를 시작하여 오늘날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난 20여 년 도안 유전형질은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져 왔고 다음 세대에 전해줄 때까지만 우리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유전형질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진정 원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전형질 보전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법률에 따라 화학물질 제조업자들은 제조물의 독성 여부를 검사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런 검사를 요구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네 명중 한 명
암을 발생시키는 화학약품(살충제 포함)을 피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곤 한다. 비소가 그 중 하나이다. 비소는 각기 다른 가면을 쓰고 우리 환경 속으로 들어온다. 그것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물질, 오염된 물, 음식물에 남은 농약, 약품과 화장품, 목재용 방부제, 페인트와 잉크의 착색제 등에도 존재한다. 단 한 번의 노출로 악성종양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여러 개의 추가 올려져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저울이 있다고 할 때, 여기에 또 다른 추를 한 개 더 올려 놓으면 그 눈금이 갑자기 기울지 않겠는가.
두세 종류의 발암물질이 함께 작용하면 그 영향력이 합해져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DDT에 노출된 사람은 각종 용매나 페인트 제거제, 피지 제거용 화장품, 드라이클리닝 용매, 마취제 등으로 널리 사용되어 간에 손상을 주는 탄화수소류 등에는 노출된다. 그렇다면 DDT의 ‘안전용량’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겠는가?
한 가지 화학물질이 다른 물질에 영향을 주어 그 효과가 더욱 복잡해지기도 한다. 어떤 경우 두 종류의 화학물질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한 물질이 세포나 조직에 있어 암 발생에 민감한 상황을 만들어주면 다른 물질이 암 발생 인자를 활성화시키고 심각한 종양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IPC나 CIPC 같은 제초제는 피부 종양을 유발하고 다른 매개물질,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세제가 가세해 이 종양을 악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미국의 수질 오염 전문가들은 세제야말로 공용 식수원에 있어서 심각한 오염원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 또한 모든 세제를 발암물줄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세제는 소화기 내벽에 작용하거나 화학물질에 좀더 민감하도록 조직을 변화시켜 유독물질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상황을 만들 수는 있다. 이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모든 화학적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일은 비현실적인 목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중 상당수는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성분이 아니다. 이런 물질들을 제거하면 전체 발암물질의 양은 훨씬 줄어들고 그 결과 네 명 중 한 명에게서 암이 발병할 가능성 역시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음식과 식수와 대기를 오염시키는 발암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음식과 식수, 공기 속의 위험물질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계속 흡수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요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의 반격
오늘날 곤충방제 프로그램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첫 번째는 정말 효과적인 곤충방제는 자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연계에는 고유의 ‘환경적 저항’이 존재함으로써 특정 종마다 개체수가 일정하게 조절되는데, 이는 지상에 첫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부터 계속 그래왔다. 먹이, 기상과 기후 조건, 경쟁 상대나 포식 상대 등이 모두 ‘환경적 저항‘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 세상이 곤충으로 뒤덮이지 않게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곤충들이 서로 싸우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곤충학자인 로버트 멧칼프는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학약품은 인간의 친구이건 적이건 구분하지 않고 모든 곤충을 없애버린다.
두 번째는 환경의 저항이 약해지면 종족을 재생산하려는 폭발적인 힘이 발휘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도 그 힘을 어렴풋이 감지하고는 있다. 어떤 생명체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놀라운 번식능력을 자랑한다. 학생 시절, 그저 수초와 물을 섞여 있는 어항에 원생동물 배양액을 몇 방울 떨어뜨렸을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확인한 적이 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셀 수 없이 많은 짚신벌레가 어항 가득 빙빙 돌면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먼지만큼 작은 이 생물에는 적당한 온도와 충분한 먹이가 보장되고 아무런 적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에덴동산 같은 환경 속에서 무한대로 증식한 것이다.
자연방제법을 발전시키고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더 흥미진진해 보이는 화학방제에 신경 쓰느라 바빴다. 1960년 전체 응용곤충학자 중 단지 2퍼센트만이 생물학적 방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나머지 98퍼센트는 화학살충제 관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화학의사들은 살충제 연구와 관련해 많은 대학에 연구비를 퍼부었다. 대학원생들을 위해 매력적인 연구원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으로도 채용했다. 하지만 생물학적 방제 연구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물학적 방제는 화학방제처럼 확실한 이윤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생물학적 방제는 국가와 주 정부가 맡게 되고 관련 업무의 임금은 훨씬 더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화학방제를 열렬하게 옹호하는 사람들 중에는 뛰어난 곤충학자들이 많다는 미스테리가 이해될 것이다. 이 학자들의 배경을 조사해보면 화학회사들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전문가로서의 명성, 때로는 자신의 직업 자체가 화학방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이들의 성향을 알게 된다면 살충제가 무해하다는 그들의 주장을 믿을 수 있겠는가?
피켓 박사는 기생곤충과 포식곤충에게 가능한 해가 적은 화학물질을 고르는 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유독물질 대신 그는 리아니아, 황산니코틴, 비산납 등을 사용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농도가 약한 DDT나 말라티온이 사용된다. 오늘날 사용되는 살충제 중 이 두 물질이 가장 독성이 약하지만 피켓 박사는 이 물질들조차 훨씬 더 안전하고 더욱 선택적인 화학물질로 대체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이 프로그램이 잘 실행될 수 있을까? 피켓 박사의 방제 프로그램을 실시한 노바스코샤의 과일 재배업자들은 화학물질을 사용한 사람들보다 일등품 사과 생산비율이 더 높았다. 과일의 품질 또한 우수하고 비용 면에서도 훨씬 더 유리하다. 이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노바스코샤 곤충학자들이 제안하는 프로그램은 자연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려오는 비상 사태
미국의 농작물 해충이 DDT에 내성을 보인 첫 사건은 DDT가 사용된 지 6년 후인 1951년 발생했다. 가장 곤란했던 것은 사과좀나방이었는데 오늘날 이 벌레는 세계 곳곳의 사과 재배 지역에서 DDT에 대해 내성을 보이고 있다. 양배추벌레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감자벌레 역시 미국 전역에서 살충제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6종의 면화벌레는 삽주벌레, 과일나방, 멸구, 쐐기벌레, 진드기, 진디, 방아벌레 유충 등과 더불어 농부가 뿌리는 농약의 공적을 무시하게 되었다. 아마도 화학회사들은 해충의 저항이라는 현실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을 것이다.
1959년 100여 개의 주요 곤충이 화학물질에 상당한 내성을 보였고 관련 학술지는 곤충의 ‘실존하는 혹은 상상 속의‘ 내성에 관해 언급하였다. 하지만 화학업계가 이 문제에 관해 그저 얼굴을 돌린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불유쾌한 경제적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그런 문제들 중 하나는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해충방제 비용이 점차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은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는 살충제라도 내일이면 전혀 쓸모없어질 수 있고 또한 과학기술이 아무리 빨리 새로운 살충제를 만들어서 곤충들에게 뿌린다고 해도, 그 곤충들은 이보다 한 발 앞서서 나아갈 것이 틀림없다.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 살충제와 같은 무기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지식과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면 야만적인 힘을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함이다. 과학적 자만심이 자리를 잡을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가지 않은 길
우리는 지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에 서 있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등장하는 두 갈래 길과는 달리, 어떤 길을 선택하건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 할 수 있다.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 동안 무분별하고 놀라운 위험을 강요당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충분히 인내해온 우리가 마지막으로 ‘알 권리’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때야말로 독극물로 세상을 가득 채우려는 사람들의 충고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떤 도 다른 길이 열려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화학적 방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선택이 존재한다. 어떤 것은 이미 사용되었고 화려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아직 실험중인 것도 있다. 또한 상상력 풍부한 과학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가 실험으로 옮겨질 날만을 기다리는 방법들도 있다. 이들 모두는 공통점이 있다. 방제 대상이 되는 유기체와 이 유기체가 속해 있는 전체 생명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생물학적 해결법이라는 점이다.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들, 그 생명체의 밀고 밀리는 관계, 전진과 후퇴이다. 생물들이 지닌 힘을 고려하고 그 생명력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인도해 갈 때, 곤충과 인간이 납득할 만한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 생태계는 한편으로 너무나 연약해 쉽게 파괴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고 회복력이 강해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역습해 온다.
아무런 고결한 목적도 없고 겸손하지도 않은 화학방제 책임자들은 자신들이 다루고 있는 자연의 위대한 능력을 계속 무시해왔다. ‘자연을 통제한다’는 말은 생물학과 철학의 네안데르탈 시대에 태어난 오만한 표현으로, 자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응용곤충학자들의 사고와 실행 방식을 보면 마치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원시적인 수준의 과학이 현대적이고 끔찍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 곤충을 향해 겨누었다고 생각하는 무기가 사실은 이 지구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 침묵의 봄 / 레이첼 카슨 /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발췌 |
첫댓글 지금도 침묵하는 과학자들이 많죠. 자신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쫓아가는 이들이 4대강사업에서도 마찬가지 침묵과 동조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 했죠. 아는만큼 실천하는 지성인이 부족한 현실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전문적 지식은 없어도 이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어떤 결과들을 불러오는지는 다들 목격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삶에서는 이윤 추구, 쉽게 말해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존의 절실함으로 합법화 또는 면죄부가 주어질 때, 대중들도 쉽게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이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철저하게 실천한다는 것은 파괴적인 기술들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이 극복해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시 공동체와 협동이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