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기존 가솔린 사용량을 2017년까지 20% 줄이고 바이오연료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에탄올 생산량은 2001년에 비해 4배로 늘었다. 에탄올 대국으로 불리는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해 세계 2위의 바이오에탄올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브라질은 모든 가솔린 차량에 바이오에탄올이 20~25% 혼합된 연료의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처럼 옥수수와 콩 등 곡물과 고구마 사탕수수 등 작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연료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식량부족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기구 등은 "바이오연료 붐이 최근 세계 식량파동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바이오에너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식량부족 문제와 경작지의 한계 등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계 각국은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연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조류는 다시마와 같은 거대조류와 클로렐라 등의 미세조류를 통칭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데다 그동안 축적된 해조류 양식 등 연구기반을 토대로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조류 연료량, 육상식물의 3배
해조류는 전세계적인 관심사인 기후변화, 환경오염, 대체연료 등의 분야에서 최근 가장 떠오르는 화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식물인 해조류는 뛰어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연구결과로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조류로 만든 바이오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애초 성장 과정에서 흡수한 것이다. 때문에 화석연료와 달리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순증가가 없다. 흡수한 만큼만 배출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조류의 빠른 성장은 바이오연료 생산에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또 육상식물과 달리 수심 10~20m까지 수직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생물량)도 월등히 많다. 전문가들은 해조류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의 양이 연간 1㏊당 560t으로 곡물류 180t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육상에 비해 같은 양의 연료를 생산하는데 1/3의 면적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해조류는 성장을 위해 깨끗한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청정해역이 아닌 곳에서도 얼마든지 재배가 가능하다. 또 농약이나 비료를 줄 필요도 없으며 햇빛과 이산화탄소, 해수 중의 영양염류만으로 성장한다.
유가상승 비례하는 바이오연료 연구
해조류 관련 특허는 아직 많은 수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 EU 국가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바이오연료 추출과 관련한 국내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식기술이나 에너지 플랜트 기술 등 개별 영역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산학연 네트워킹이나 미생물학, 발효공학, 양식학, 화학공학 등 학문간 융합연구가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로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통합 생산 공정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추출의 원천기술이 확보된다면 우리나라 해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전세계의 바다를 대상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부산테크노파크로부터 '미래유망 신기술과제'를 수행 중인 부경대 해양바이오에너지연구팀 우희철(응용화학공학부) 교수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기술 격차는 5~10년 정도"라며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단시일에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경대 연구팀 청정에너지 공정 연구
해조류 중 미세조류로부터 추출된 오일에 알코올과 산 또는 염기를 혼합하는 전이에스테르(유지·油脂)화 반응을 거쳐 바이오디젤로 전환시킨다. 또 바이오에탄올은 거대조류의 다당류를 단당류로 전환해 효모나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든다.
부경대 해양바이오에너지연구팀은 대량생산에 적합한 해조류 품종개량, 해조류에 적합한 발효기술, 생산 공정 등을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이나 디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성장속도 등 적절한 조건을 갖춘 해조류를 선택해야 한다. 또 효소·촉매 개발과 함께 추출공정도 새로이 개발해야 한다.
연구팀에서는 이온성 액체를 촉매로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공정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 공정은 황산 등을 촉매로 사용하기 때문에 반응 후 폐산과 같은 유독성 폐기물을 배출하게 된다. 연구팀에서 개발 중인 공정은 이와 함께 반복처리로 버려지는 부산물을 최소화하게 된다. 반응과정에서 완전히 전환되지 못한 원료는 분리공정을 거쳐 반응기로 재순환돼 효율을 높인다.
우희철 교수는 "우리나라의 해조류 양식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적합한 종과 효소 및 촉매의 선택, 공정 개발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류 부산물에서 바이오디젤 생산
해양바이오에너지연구팀에서는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과 함께 수산가공 부산물인 어유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어류 가공시에는 부산물이 40% 정도 발생하며 건조된 어류 부산물에는 지방이 30~40%, 단백질이 40~50% 함유돼 있다.
지금까지는 높은 지방함량 때문에 산화가 쉽게 일어나 대부분 가축사료로 이용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연구팀에서는 부산물에서 지방 성분을 효율적으로 분리하고 바이오연료를 추출할 수 있는 공정을 연구 중이다. 부산의 경우 어류 부산물 확보가 쉬워 이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