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면 어떨까요?
"다들 은총을 받고 싶은 만큼 크기의 그릇을 가져오세요.
채워드리지요. 꾹꾹 누르고 흔들어서 가득..."
그러면 우린 집안에서 가장 큰 그릇..
아니 어쩌면 돈을 들여서라도 가마솥까지 준비하겠지요.
오늘 복음에서는 은총과는 반대로
심판을 담을 그릇을 가져오라시네요.
작은 그릇,
어쩌면 아이들 소꼽놀이 때 사용하는
아주아주 작은 잔을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지요.
우리가 가져가는 잔의 크기 만큼 심판하신다고 하시니까요...
하지만 우린 너무나 잘 알지요.
고해성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노래방에서의 18번처럼...
"이웃을 판단하고 흠담했어요."
그럼 그 그릇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호수만큼일까요?
어릴 적 보았던 동네 마을의 우물만 할까요?
이처럼 이웃을 판단하지 않기란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겠지요.
이 말씀 앞에 우린 부자 청년처럼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늘어뜨린 채
슬픈 모습으로 하느님께 등을 보이겠지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불가능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고 가야하지요.
나와 너 우리의 멍에를 지고
예수님께 "함께 져 주세요."라고 청원의 기도를 드리며...
이솝 우화에 보면
사람이 태어날 때 두 개의 가방을 목에 달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 가방에는 실수와 잘못들이 담겨있는데
하나는 나의 잘못과 실수들이
또 다른 하나에는 이웃의 실수와 잘못들이 담겨있지요.
신기한 것은
앞으로 달고있는 가방에는 이웃의 것이
목 뒤편으로 달고 있는 가방에는 나의 실수와 잘못이 담겨 있지요.
그래서 우린 쉽게 앞에 있는 가방을 통해 이웃을 보고 판단하지요.
뒤에 달린 가방은 앞으로 옮겨 놓을 수도, 볼 수도 없어
자신에 대해서는 볼 수도 판단할 수도 없지요!!!
우린 매번 이웃의 지향, 의도를 읽고 판단하려 하지요.
어떤 때는 조금만 우리가 실수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크게 우리가 실수하지요.
우리 대부분은 이웃들의 육체적 고통을 보면
매우 관대해지고 도와주려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육체적 고통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고통이 있습니다.
인격적 결점들,
단절된 관계들,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어린시절의 기억들,
때때로 우릴 숨막히게 하는 감쳐진 죄의식들....
.....
참 많은 아픔이 있지요.
정신적이고 영적인 아픔들이 있지요.
이처럼 우리 모두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답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들의 고통의 짐을 진 채로
최선을 다하지요.
넘어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면서...
육체적 고통에 너그러운 우리들
그렇다면 우리 판단에 있어서도
좀더 친절할 수 있어야겠지요.
정신적, 영적 고통도
서로 연민의 대상임을 기억하면서요...
이 때 우리가 가져갈,
하느님께 가져갈 판단을 담기 위한 그릇은
점점 작아지고 가벼워지겠지요.
(연중 12주간 월요일)
첫댓글 신부님, 마음에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칭찬 받을 그릇은 쏘주잔보다 작고,심판 받을 그릇은 세숫대야보다 더 크고...반성합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늘 감사의 마음 들건만 갚을길 없어 기도로 답하옵니다^^ 인천에 오시면 꼭 해물탕 드시러 오셔야합니다^^
오늘 복음처럼 내 눈에 들보을 정확하게 직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이웃들의 있는 그대로를 , 차이를 인정하는데 인색해 지지가 않더라구요... 완전한 사람 있겠는지요 ?..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길 ^^ 살롬
내 그릇.. 아~멘!
이제부터 아름다운 그릇을 준비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제 그릇은 어떤가 돌아봅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신부님?... 무거운 것을 가볍게 터치하며 살래요. 그래서 전 그릇을 풍선으로 만들어서 좋은것 나쁜것 훌훌 띄어 지구밖으로 날려 보내고 싶어지는데요. 엇??그럼 우주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을까요^^ 신부님 말씀은 마음안의 정원에 뿌려 놓아야겠어요~~
오늘 이곳에 발걸음하고서야 신부님이신걸 알았어요. 죄송해야 하는 건가요? ....제안에 장난꾸러기 악동이 늘 살고 있어서 점잖고 근사한 모습으로 계신 신부님의 모습을 뵈오면 웃겨드리고 싶으니 큰일이에요. ^^
아멘
내가 판단함에 있어서 더욱 너그러워지고 친절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이웃들과문제보다 자녀와의 관계속에서 더욱 쉽게 판단했던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신부님께서는 늘 답과 숙제를 함께 주시내요 두 그릇이 똑같았으면 해요
정말 수없이 저를 넘어뜨리는 문제의 걸림돌입니다. 머리로는 우리 모두 성체를 모시기에 예수님처럼 모셔야 한다면서 실제로는 나와 생각이, 행동이 다른 것에도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저를 깨우쳐 주십니다. 모든 것은 나로 인함임을,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앞으로는 걸림돌을 안고 가겠습니다. 신부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