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니메이션 시청자 중에는 서로 자신이 선호하는 커플이 이어지느냐 마느냐를 알아 보기 위해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작품을 평가하는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을 흔히 커플종자라고 부른다. 이 중에는 정확한 정보 탐색이나 정교한 여론 조성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과장되고 왜곡된 사실이나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모호한 정보를 퍼나르며 그랬다더라식의 추론으로 비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비뚤어진 커플종자들도 있다. 이 철부지 커플종자들의 공격을 받는 애니메이션으로 대표적인 사례로 <디지몬 어드벤처>가 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디지몬 어드벤처>를 중심으로 철부지 커플종자들의 행태를 꼬집어 보도록 하겠다.
먼저 타이X소라(태일X소라) 커플을 이야기해 보겠다. 이 커플은 당췌 소꿉친구 관계로 빚어진 커플이다. 하지만 단순한 소꿉친구 관계를 뛰어넘는 관계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있다. (이른바)무인 19화에서 소라(한국어 더빙판 이름 : 한소라)가 나노몬(데이터몬)에게 납치당했을 때 타이치(신태일)는 소라를 구하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극장판 <우리들의 워 게임>에서 소라는 생일 선물 문제로 타이치와 싸운 후 상대도 하지 않는다. 타이치가 디아블로몬과 싸우는 상황이라 체면을 구겨 가면서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아예 연락을 받지 않아 그 상황을 몰랐지만, 이후 타이치의 사과 메일을 받고 화해한다.
그런데 (이른바)02(파워디지몬) 38화에서는 느닷없이 교내 밴드부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을 여는 야마토(매튜)에게 격려의 의미로 케익을 선물하러 가고, 그것을 타이치가 씁쓸한 표정으로 밀어준다. 한심한 철부지 커플종자들은 우선 이 부분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소라를 욕하고 02를 이른바 NTR물로 몰았다. 또한, 극장판 <디아블로몬의 역습>에서 황제드라몬(임페리얼드라몬)이 아마게몬과 싸우기 위해 날아오면서 일으키는 기류를 피하느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기류가 불어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것을 당시 상황에서는 얼떨결에 타이치의 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 된 것까지 구실거리로 삼았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타이X소라가 무산되고 야마X소라(매튜X소라)가 선정된 이유가 당시 야마토의 성우{카자마 유우토(風間勇刀)}와 소라의 성우{미즈타니 유코 (水谷優子)}가 서로 애인관계라는 것이 각본 작성에 반영되었다는 둥, 무인과 02의 각본가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구실삼아 02의 각본가{요시무라 겐키(吉村元希), 마에카와 아츠시(前川淳)}가 타이치를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둥, 제작진이 제비뽑기를 시행했기 때문이라는 둥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낭설을 믿고 전파하는가 하면, 의미상 전혀 동떨어진 소재인 사랑의 문장과 우정의 문장을 한데 끌어들여 의미를 왜곡해서 분풀이를 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정확한 사료는 분명히 진실을 말해 준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총감독인 카쿠도 히로유키(角銅博之)는 '본래 계획된 엔딩은 타케X히카(리키X나리), 야마X소라, 미야X켄(예지X정우), 코시X미미(한솔X미나)였으나 애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커플이 너무 다양한 탓에 랜덤으로 선정된 것이 야마X소라와 미야X켄'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디지몬 어드벤처>를 다시 보면 알 수 있지만, 무인 22화와 26화에서 각각 빛을 발하는, 우정의 문장이 말하는 우정이란 서로에게 진심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관계이며, 사랑의 문장이 말하는 사랑이란 서로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본 후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지, 육체적 관계를 가진 이성 사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몬 어드벤처>를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보면 야마X소라를 암시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무인 2화에서 야마토를 형이라 부르는 타케루(리키)를 타이치와 코시로(장한솔)가 의아해할 때 일부러 화제를 바꾼 것도 소라였고, 3화에서 타이치가 야마토와 타케루의 관계를 묻자 얼버무리며 회피하는 어조로 대답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소라는 예전부터 야마토와 아는 사이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랑의 문장이 빛을 발하는 26화에서는 야마토가 소라를 위해 하모니카를 부는가 하면, 02 드라마 CD <미지로의 아머진화>에서는 야마토가 작전상 탭 댄스를 추면서 소라를 향해 사랑한다고 외치는 부분도 있다.
솔직히, 코시X미미는 커플종자 대부분의 생각과 달리 필자의 입장에서는 미미(이미나)의 일방적인 구애에 가깝게 보이는 탓에 그렇다 쳐도 타케X히카는 총감독의 엔딩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데다가, 양측은 파트너 디지몬까지도 서로 커플처럼 어울려 지냈고, 02 37화에서 청룡몬(친론몬)이 빛의 문장과 희망의 문장을 두고 빛은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생명을 주는 것이고, 희망은 그 어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특별한 힘으로서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 운운하기도 했기에 아쉬운 면이 있다. 그래도 입이 뚫렸다고 함부로 열지 말자. 입에서 별려오는 대로 내뱉는다고 모두 말은 아니다. 받아야 할 메달과 받지 말아야 할 메달이 있듯이.
특히, 분풀이를 위해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에서 히틀러가 작전 실패에 대해서 화를 내는 영상을 이용해 다수 애니메이션 시청자들의 반응을 들먹인 것은 그 어떤 잘못보다도 더 큰 잘못임을 철부지 커플종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실제 다수 애니메이션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들의 반응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플링은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존재요, 재미를 더하기 위한 설정일 뿐이다. 따라서 철부지 커플종자들은 제작진을 욕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의 언행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리하여 자신이 선호하는 커플이 이어졌는가 아닌가는 일단 제쳐 두고 작품이 주는 의미와 감동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