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4월 28일은 472돌을 맞는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남해군이 이순신 장군 탄신일에 맞춰 고현면 관음포에 조성한 '이순신순국공원'을 개장한다. 공원 개장과 함께 제1회'이순신호국제전'이 28일과 29일 이틀간 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개장 막바지 단장에 한창인 '이순신순국공원'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마지막 해전지 노량바다에 서다
왜적을 기다리며 관음포 노량바다에 진을 친 이순신 장군은 대장선 갑판에 올라 향을 피우고, 맑은 물에 손을 씻은 후 하늘을 우러러 절을 한다. 합장한 채 무릎을 꿇고 앉은 장군은 이렇게 기도한다.
"도적들을 무찌르다 내가 죽는다 해도 아무런 여한이 없겠나이다.(若殲斯讐 死亦無憾)"
7년간 조국의 땅을 유린하고 백성을 괴롭힌 적들을 단 한명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이순신 장군의 각오는 동짓달한겨울 차가운 밤바다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비장하다.
"전쟁이 한참 급하니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戰方急愼勿言我死)"
이순신 장군 순국일은 1598년 음력 11월 19일, 양력으로는 12월 16일이다. 춘삼월에도 살을 에듯 파고드는 바닷바람에 온몸이 오그라드는 노량바닷가. 남해군 바다 중 유난스레 칼바람이 거세다는 관음포 앞바다이다. 바람에 제멋대로 흩어지는 옷자락을 여미며, 한겨울 추위를 느낄 겨를도없이 적과 맞섰을 이순신 장군과 병사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 바다를 앞에 두고 이순신순국공원이 조성됐다.

280억원 들여 18만7000여㎡에 조성
남해군이 2010년부터 국비와 도비, 군비 등 모두 280여억원을 들여 관음포 해안 18만7105㎡에 조성한 이순신순국공원은 20동의 건축물과 6기의 조형구조물로 구성돼 있다.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당시 순국 전몰자를 기리는 역사테마공원으로 만들어진 공원답게 의미 있는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다.
주차 후 남해군의 문화관광해설사인 서재심씨의 안내로 이순신영상관으로 향했다. '노량, 불멸의 바다'란 타이틀의 20분짜리 3D영화가 상영되는 돔형의 영상관은 이순신순국공원 조성 이전인 2008년에 개관, 누적 관람객 40만여명을 기록한 곳. 영화 '명량' 제작팀까지 가세한 새로운 영상을 준비 중이어서 관람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일은 6회, 주말은 8회 상영한다. 보기 드문 돔영상관 자체가 볼거리이기도 하다.
영상 관람 전후에 2층 전시실과 지하전시관을 둘러보며 이순신장군과 임진왜란에 대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장군의 생애와 임진왜란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 놓은 회전형 패널과 조선, 명나라, 왜의 수군복, 화포, 병기, 병선을 모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200m 도자기벽화 '순국의 벽' 뭉클한 장관
이순신영상관에서 나와 서씨가 공원의 고갱이로 소개하는 호국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가장자리를 호위하듯 지키고 서있는 7개의 기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빛으로 새겨 보여주는 LED기둥이다. 42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장군이 남긴 한마디 한마디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문자로 기리는 LED기둥 맞은편에는 보는 이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거대한 벽화가 있다. 너비 200m, 높이 5m의 분청평면도자기벽화인 '순국의 벽'이다. 화려한 색을 뽐내는 감각적인 벽화가 아닌, 푸른빛이 도는 은은한 색감과 윤기가 특징이다. 도자기벽화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벽화의 독특한 느낌이 이해가 된다. 묵묵히 호국위민의 소명을 다하며 죽음을 맞이한 이순신 장군의 내면을 보는 듯한 뭉클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해가 지고 나면 호국광장에서는 '순국의 벽'을 배경 삼아 멀티미디어쇼가 펼쳐진다. 음악, 조명, 분수, 영상이 어우러진 쇼는 노량해전과 장군의 순국 순간을 보여준다.
'순국의 벽' 뒤의 공간에는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하면 죽을 것(必死則生 必生則死)'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명량해전을 비롯,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해전 중 5차례의 해전에 대한 설명과 상황도를 돌에 새겨 놓은 각서(刻書)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각서공원에는 노량해전 전몰 수군 위령탑과 이순신 장군의 칼, 순국 순간을 기리는 심장 조형물이 함께 설치돼 있다. 특히 197.5cm에 이르는 장군의 칼은 그 길이도 길이지만, 무관으로서 마음가짐을 새긴 검명(劍名) 때문에 쉬이그 앞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석자 되는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三尺誓天 山河動色一揮掃蕩 血染山河)'
남해의 새 랜드마크 이순신 동상
각서공원을 거쳐 다시 광장에 나서면 노량바다의 파도가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있다. 병사들을 이끌고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4.5m 높이의 이순신장군 동상은 남해군이 새로운 랜드마크로 구상했을 만큼 그 풍채가 당당하다.
동상을 올려다보며 광장을 한 바퀴 돌고나면 휴게 카페 가는 길과 마주친다. 길은 순국의 벽 끄트머리를 돌아 오르는데, 벽화의 분위기가 달라져 있어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을 잠깐 머뭇거리게 한다. 노량해전을 빈틈없이 그려내던 벽화가 현대인들의 모습을 담으며 마감돼 있기 때문이다.
벽화 속의 현대인들은 장군의 순국지를 나들이 삼아 찾아오는 우리들의 모습. 평화 속에 사는 후세를 통해 목숨을 버리며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애끓는 마음을 되돌아보게 한다.
휴게 카페에서 잠시 쉬고 일어나 광장 뒤로 난 산책로를 따라 다시 안내광장으로 돌아가면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화포와 거북선, 판옥선을 제조하거나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알리는 인물체험시설과 대장경 체험시설이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겸한 체험시설이어서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한옥 6채로 이뤄진 이순신리더십체험관, 이순신밥상체험관, 소규모 공연이 예정돼 있는 야외극장 등 부대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글 황숙경 기자 / 사진 이윤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