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바이칼 호수의 매력에 빠진 것은 그 바다같은 청정호수와 그 속에 우뚝 솟은 알혼섬과 얽혀 있는 히스토리 때문이 아니다. 우리 관광객들이 찾는 탐방 코스는 10여년 전에도 널리 알려진 관광 코스였다. 개발이 좀 덜 된 탓에 찾는 이에게 불편했을 뿐.
진짜 매력은 바이칼 호수 동쪽을 둘러싸고 있는 국립자연공원에 있다. 여름철 관광 시즌에 인천공항에서 바이칼 호수로 가는 직항편이 뜨는 이르쿠츠크와는 호수 반대쪽이다. 부랴티아 공화국 땅이다.
부랴티야 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서 자동차로 3~4시간 달려가야 하는, 호수와 산림이 서로 어깃장을 놓으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힐링이 가능한 천연 온천이 겯들여 있는 곳이다. 한 나절의 트레킹으로 땀과 진을 뺀 뒤 온천물에 지친 몸을 달래고, 나련하게 몸속으로 퍼지는 소주 한잔을 꿈꿀 수 있는 장소였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은퇴하면 바이칼로 가서 김치찌게 장사를 하갰다고..
그러나 그 곳을 다시 가지는 못했다. 바이칼 호수(주변 관광지)를 갔다온 모씨가 물었다. "거기엔 이미 김치찌게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던데, 바이칼 김치찌게 장사가 아직도 유효하냐?"고.
당연히 유효하다. 다만 이르쿠츠크쪽이 아니라, 부랴티야 공화국 산악지역 쪽에 더 멋진 낙원(?)이 있다는 걸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몇달 전 부랴티야 공화국 대통령일행이 서울에서 국내 기업을 상대로 '바이칼-부랴티야 관광개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했는데, 그때 "이제사 부랴티야의 매력이 알려지겠구나" 싶었다.
이 코너에서 '시베리아 자동차 횡단 시리즈'를 쓰면서 찾은 현지 자동차 여행 관련 글 중에 '그동안 꿈꿔온' 김치찌게 장사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산악 트레킹 글이 보였다. 워낙 넓은 곳이니, 같은 지역인지는 잘 모르겠다. 얼추 그 지역 일대인 듯하다.
바이칼로 향하는 또다른 매력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그것도 자동차로 시베리아횡단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한번쯤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2차례로 나눠 번역, 요약한다.
이 글은 drom.ru 에 올라 있는 '블라고베쉔스크(아무르주 주도)에서 바이칼 둘러보기 여행- 2018년' Путешествие из Благовещенска вокруг Байкала - 2018 이다.
7월 28일 토요일 아침 일찍, 일행이 탄 미쓰비시 Mitsubishi L200 차량 2대가 바이칼을 향해 떠났다. 1,100 Km를 달려 유리 텐 Юрий Тен 언덕에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 часовня Николая Чудотворца 근처에 텐트를 쳤다.
다음 날 아침 매우 일찍 일어났다. 아침 5시부터 일부 관광객이 성 니콜라스 성당에 와 줄지어 종을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메고 텐트를 나섰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새벽 풍경은 기가 막혔다.
치타(자바이칼주 주도)에 도착한 뒤 고장난 자동차 쇼바를 손보기 위해 카센터를 찾아 다녔다. 일요일에 문을 연 카센터가 거의 없어 한참을 헤매야 했다. 다행히 문을 연 한 곳에서 간단하게 손을 봤다.
치타를 떠나 얼마를 갔을까? 물이 범람해 건너갈 수가 없었다. 우회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알아볼 곳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힐록 강'(자바이칼주와 부랴티야 공화국을 지나는 강) 가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다음날은 모든 게 순조로왔다. '바이칼 고속도로'(P258 혹은 M55, 치타-이르쿠츠크 연결 도로) 위의 멋진 카페 '암따따이' Амтатай 만 기억에 남는다. 음식의 맛과 친철하고 빠른 서비스. 진짜 괜찮은 곳이었다.
우스티-바르구진 Усть-Баргузина (바이칼 호 동쪽에 있는 마을)에서 친구에게 전화하고, 자바이칼국립공원의 스뱌토이 노스 Святой Нос (바이칼 호수쪽의 곶)에서 야영할 곳을 찾았다, 사실 국립공원에서 밤을 보내기는 싫다. 4년 전에 공원에서 이틀 밤을 보냈는데, 사람과 차가 너무 많아 별로였다. 그래도 '생태보존의 산길'을 따라 마르코프 산 горa Маркова 을 오르려면 거기서 묵어야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하루에 500루블을 주고 좋은 야영지를 빌렸다. 4년 전과 비하면 개발 속도도 빠르다. 번듯한 화장실이 있다. 친구 부부가 도착해 함께 텐트를 쳤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마르코프 산) 등산길에 올랐다. 아이들과 여자들은 텐트에 남았다. 처음에는 평탄했지만, 갈수록 오르막이 거칠고 점점 더 가팔라졌다. 멈추고 쉬어야 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바이칼 호수는 안개속에 가려 있다. (텐트를 친 스뱌토이 노스) 곶의 윤곽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약 6시간 만에 (마르코프 산) 정상에 올랐다.
그 날 밤 야영장은 소란스러웠다. 큰 회사에서 단체로 야영을 왔는데, 100m나 떨어져 있었음에도 음악소리가 시끄러워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였다. 참다 못해 앰프 소리를 낮춰달라고 부탁했으나 소귀에 경읽기였다. 그런 사람을 '짐승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북쪽의 '움헤이 온천' Умхейские горячие источники (움헤이 마을에 있는 온천 휴양지) 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차량 앞쪽에서 금속이 부딪치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차를 들어올려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사 하나가 풀리는 바람에 금속끼리 서로 부딪치는 소리였다. 다행히 가까운 마을에서 필요한 볼트를 구해 정비를 끝냈다.
다시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은 황량하고 강에는 물이 넘쳤다. 들판에도 물이 차 있다. 거기는 어떨까? 물이 넘쳤으면 '바르구진 강' Pека Баргузин 을 넘어가는 110번 도로는 끊겼을 것이다.
목적지 움헤이 마을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은 했지만, 숙소가 어디로 배정될지 몰라 다리 앞에 차를 세워두고 사무실로 갔다. 숙소를 배정받은 뒤 자동차로 건너갈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담당자 올가 니콜라브나는 물이 많아 자동차로 '바르구진 강'을 건너는 것을 권하지는 않지만, 굳이 원한다면 상류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거기엔 가끔 돌도 치우고, 남아 있는 돌도 크기가 작다고 했다. 그래서 상류쪽 깊이를 확인했다. 실제로 그리 깊지 않았고, 구덩이와 큰 돌만 잘 피하면 건너갈 만했다.
움헤이 리조트 Курорт Умхей 는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다. 잔디 관리도 괜찮고, 동물 조각상, 정자, 화단도 잘 가꿔놨다. 먼저 온천물을 확인했다.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작은 욕탕이 있다. 야외 온천은 (바르구진 강) 물로 식혀 약 45-50도 정도였다. 야외 온천물에 몸을 담궜다. 모든 피곤이 다 사라졌다. 어제 마르코프산에 올랐던 사람은 더욱 그랬다.
움헤이 리조트에서 이틀을 보냈다. 이제 다시 떠나야 할 시간이다. 다음 목적지는 줴르긴스키 보호지역 Джергинский заповедник. 다시 개울을 건너야 하기에 물을 젖을 수 있는 물건은 위로 올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떠났다.
그때 주차되어 있는 도요타 Toyota Prado 자동차를 발견했다. '스뱌토이 노스' 야영장에서 만난 자동차다. (발트해 국가) 에스토니아 번호판을 달았으니 그 사람들이 맞다. 50대의 부부는 한달째 러시아를 여행중이라고 했다. 다시 반갑게 인사한 뒤 그 부부는 "줴르긴스키 보호구역으로 동행하면 안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외국인(에스토니아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계속)
사진출처: 얀덱스 지도, 쿠룸칸 지역 관광센터(https://visit.kurumkan.info/umkhey/), drom.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