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30.(토)
은파 한 바퀴
주로 산으로만 내달렸던 라이딩을 이번엔 평탄한 포장도로로만 달려보고 싶었다.
적당한 룰루랄라 코스도 타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자전거 타는 재미 대신에 피로와 식어가는 열정만이 남게 될 것 같다.
물론 함께 타며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 이를테면 강도 높은 업힐 구간, 알바 등을 나이 50개에 이해하지 못할 회원은 없을 것이다.
포장도로만 타는 것이 꽤 재미있을 거로 생각했다.
속도가 빠르고, 산악에서 덜덜거리는 충격보다는 주행감이 부드러워서 조금 더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고 또 역동성을 느낄 수 있어 새로운 차원의 라이딩을 맛보고 싶었다.
그만한 곳은 널려 있겠지만 제가 선택한 루트는 구불길을 짬뽕한 군산들판이다.
일기예보는 11시에 비 소식이 떴다가 사라졌다.
밖의 하늘은 흐릿하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아침이슬형님, 작은거인님과 함께 은파 한 바퀴를 돌며 벚꽃이 핀 상태도 확인하고 차가운 몸의 예열도 필요하고 시간 단축을 위해 바로 출발했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는 꽃망울을 터트렸는데 벚꽃의 개화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당북리 옥산2교 밑에 있는 농수로를 건너가게 놓여 있던 철판 다리가 사라졌다.
공사로 철거되고 대신 진흙으로 둑을 쌓았는데 건너가려면 발이 빠지게 생겼다.
막히면 돌아서 GO!
대야 목련꽃
대야 지경삼거리에서 철교 밑의 지하차도를 따라 리즈리카페 가기 전에 목련이 활짝 피었다.
이 동네 이장네 집이다.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러쳐진 텃밭에 여러 가지 나무가 심겨 있는데 이맘때쯤 목련꽃은 유난히 눈에 띈다. 담배도 피울 겸 1시간 만에 쉬었다 가기로 한다.
‘탱자탱자’한다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갑자기!
국어사전에는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가지런하게 조경한 탱자나무 울타리를 보며 떠올린 궁금증일 것이다.
‘유자는 얼었어도 선비 손에 놀고 탱자는 잘생겨도 거지 손에 논다’는 말이 있다.
탱자는 귤이나 유자와는 사촌뻘이지만 맛은 달지 않고 시큼해서 사랑받는 열매가 아니었다 하며, 탱자나무 꽃은 화려한 다른 봄꽃들에 밀려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취급받다 보니 쓰이는 말인가 봅니다.
백수, 한량, 건달이라는 말과도 비슷합니다만.
‘쥐뿔도 모르면서 탱자탱자한다.’는 말도 있죠.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씨부렁거린다는 뜻입니다. 탱자와 쥐뿔이 비슷해서 생겨난 말이라고 합니다. 위의 뜻과 좀 다르죠. 죄뿔을 알면 이해가 됩니다.
어 형님! 담배 한 대 다 피웠소? GO
죽산리 탑동삼층석탑
대야면 죽산리에 있는 건장산(92.2m)이 있다.
군산-전주간 신작로의 호원대삼거리를 못 미쳐 용절마을로 들어서서 중간쯤에 홀쭉 들어간 산 허리를 타고 넘으면 탑동삼층석탑으로 바로 연결된다. 호원대로 가는 도로는 아무래도 차량 통행으로 꺼려져서 마을에서 마을로 연결되는 길이 있을 거라는 짐작이 맞았다.
석탑 바로 옆에는 삼층석탑을 지킨다는 뜻의 보탑정사라는 사찰이 있다.
대웅전과 요사채가 있는데 안으로 들어서며 인기척을 해도 사찰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냥 돌아서 나왔다. 탑은 백제시대 양식을 본뜬 고려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보아 보탑정사는 탑과 배치에서도 맞지 않는 것으로 보아 탑 만큼의 오래된 사찰은 아닌 것 같다.
답사여행의 길잡이 1-전북'편에는 "빼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대지 않는 소박함이 있어 정이 가는 탑"이라고 탑동삼층석탑을 소개했다.
임피역사
마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렌지색 구불길 이정표가 눈에 띈다.
안내하는 대로 다음 장소인 임피역사로 향했다.
임피역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08호로 등록 고시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건립되어 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임피 간이역은 2008년 열차운행이 중단된 후 철도관광지로 재탄생했다.
역사 밖에는 두 칸의 열차 안에는 임피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사라진 사진
이동하면서 휴대폰으로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을 PC에 옮겼놓았다.
후기를 쓰려고 전원을 켰는데 부팅이 안되네요.
어렵게 다시 PC를 살려 점검해보니 그동안 라이딩 사진을 저장한 하드디스크가 날라가 버렸다. 두 번째다.
카페 루나리스
임피역사에서 호원대로 이동해야 하는데 커피타임을 갖자고 합니다.
‘여긴 없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는데 담장 벽에 카페 광고판이 보인다.
‘루나리스’ 임피역사 맞은편 마을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에 너무나 예쁘고 깔끔한 카페가 있다니 놀랍다.
해남 출신 사장님은 서울에서 생활하다 구불길을 걷다가 이 곳이 마음에 들어 카페를 차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평점 4.41의 인기 있는 디저트카페이다.
마당 쪽의 통유리 창을 통해 시골 논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에는 여러 종류의 화분과 눌 수 있는 긴 의자 그리고 마라톤메달들.
결혼한 따님이 어렸을 적부터 대회에 나가 타 온 메달이랍니다.
다방커피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봄비
30분 지나면 멈출 줄 알았던 비는 우박 비로 변하며 더 굵어진다.
비를 피하고자 카페에 잘 들어왔건만 라이딩은 아무래도 여기까진가 보오.
아침이슬형수님의 호출로 라이딩은 끝이났다.
오후엔 집에서 탱자탱자 해야겠다.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형수님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수고하셨습니다.
후기가 사진본것보다더 멋집니다
수고들 하셨어요.
파노라마 사진처럼 라이딩 코스와 두런 두런 이야기하며 여유롭게 라이딩하는 모습이 한번에 그려집니다.
루나리스에 가셨으니 마을 안쪽까지 라이딩하셨네요
수고들 하셨습니다^^
그림의 작가님은 누구신가요? ㅎ
사잔대신 급하게 그렸지요.
@삼다리 루나리스에 걸린 그림인줄 알았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