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의 탄생 /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 태양의 신 아폴론
4.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우리들에게 비너스(Venus)로 더 잘 알려진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와 항해의 안전을 관장하는 여신으로도 널리 숭배되었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전쟁의 여신으로도 숭배되기도 한다.
제우스(Zeus) 이전, 하늘의 제왕이던 우라노스(Uranos)가 자식들을 자꾸 죽이자 부인이던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가 분노하여 아들인 크로노스(Kronos)로 하여금 아버지에게 복수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자 크로노스는 아버지인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버렸는데 그 주위에 생겨난 물거품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아프로디테(비너스) 여신이다.
이태리의 화가 보티첼리(Botticelli)는 위 그림처럼 물거품 속 조개껍데기 속에 서 있는 모습으로 아프로디테 여신을 그렸다.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다산(多産)의 여신으로 숭배되었으며 결혼을 관장하기도 했는데 매춘부(賣春婦)들은 아프로디테를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생각했지만, 그녀에 대한 공적인 숭배의식은 대체로 경건했고 엄격했다.
이런저런 일화에서 보면 아프로디테(비너스) 여신은 절름발이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와 결혼, 미남(美男)이며 전쟁의 신인 아레스(Ares)와 열애에 빠져 딸 하르모니아(Harmonia) 출생, 그런가 하면 인간인 미남 청년 목동과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기도 하였다.
하르모니아(Harmonia)는 ‘조화와 일치’의 여신으로, 음악에서 음(音)이 잘 어울리면 화음(和音)이라 하는 바로 하모니(Harmony)의 어원(語源)이 되었다.
5.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
여신(女神) 아르테미스는 다이아나(Diana)라고도 부르는데 제우스(Zeus)와 레토(Leto)의 아들인 아폴론과 쌍둥이로 태어난다. 신화에 보면 아르테미스는 시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던 여신으로 요정(Nymph)들과 함께 산, 숲, 늪지 등을 춤추며 돌아다니는 야생적인 성격을 가진 여신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사냥, 식물, 순결, 출산을 상징하는 여신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달(月)의 여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아르테미스는 생명을 베푸는 자애로운 천사(天使)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만물의 생명을 빼앗는 무자비한 악마로 그려지기도 하므로 아르테미스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적 존재로도 묘사된다.
6. 태양(太陽)의 신 아폴론(Apollon)
로마어로는 아폴로(Apollo)라고 하는데 의술(醫術), 예언(豫言)의 신으로 숭배되기도 한다.
아폴론은 제우스(Zeus)와 레토(Leto)의 아들로, 쌍둥이 누이인 아르테미스와 함께 델로스섬에서 태어났다. 레토(Leto)는 총명의 신 코이오스(Coeus)와 포이베(Phoebe)의 딸인데 제우스의 자식을 낳게 되자 눈에 불을 켜고 살피는 제우스의 부인 헤라(Hera)의 눈을 피해 떠다니는 섬 델로스(Delos)에 숨어서 출산하게 되자 제우스는 떠다니는 섬을 바위섬으로 고정(固定)시켜 순산(順産)할 수 있게 도와준다.
동생 아르테미스(Artemis)가 먼저 태어나서 동생 아폴론이 태어나는 것을 옆에서 도왔다고 하여, 아르테미스가 사냥의 신으로 알려졌지만, 해산(解産)이 신으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성격이 엄격하고 무서운 태양의 신 아폴론(Apollon)이 어느 날 사랑의 소년 신인 에로스(Eros)를 꾸짖자 에로스는 사랑의 화살인 황금 화살촉 화살을 아폴론 가슴에다 쏘고, 미움의 화살인 납 화살촉의 화살을 요정(Nymph)인 다프네(Daphne)의 가슴에 쏜다. 보이지 않는 황금 화살촉 화살이니 아폴론은 사랑으로 가슴이 아파 오자 처음 보는 다프네를 쫓아가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납 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징그러운 남자가 다가오니 꼴도 보기 싫다며 달아난다.
‘아~, 넘어져요. 천천히...’ 하면서 쫓아가고, ‘꼴도 보기 싫어요. 따라오지 말아요...’ 하고 도망가고...
다프네는 대지의 여신인 어머니에게 구해달라고 소리치자 점점 발이 무거워지더니 그 자리에 멈춰서고 발에서 뿌리가 내리고 팔이 벌어지며 가지가 되고 잎이 나고... 바로 월계수(月桂樹)가 되었다. 너무나 애통한 아폴론은 운동경기에서 우승한 자,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는 머리에 월계관(月桂冠)을 씌워주었다.
어느 호수 깊은 물 속에 호수의 신이 살았는데 두 딸이 있었다. 두 딸은 밤에만 물 위로 나가서 놀게 하고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에 반드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지시가 있었다.
그런데 불그스름 동녘이 밝아오면 돌아가야 하는데 밝아오는 동녘이 너무나 궁금했다.
어느 날 콩닥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동녘을 쳐다보았더니 태양의 신 아폴론이 마차 뒤에 태양을 싣고 채찍을 휘두르며 동녘 하늘을 달려 올라오고 있었다.
넋이 반쯤 빠진 두 아가씨는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더니 아폴론 신이 손을 흔들며 답례를 한다.
아가씨들은 넋을 읽고 동쪽 하늘부터 서쪽 하늘 해가 질 때까지 쳐다보고, 다음날도 또 쳐다보고... 결국, 다리에서 뿌리가 내리더니 꽃이 되었는데 이 꽃도 해가 가는 방향으로 꽃봉오리가 따라가는... 해바라기라고 한다.
태양의 신 아폴론도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사악한 구석도 있었는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목축(牧畜)의 신 ‘판(Pan)’은 아무 풀이나 잘라 피리를 만들어 불었는데 바로 팬플륫(Panflute)으로, 기막힌 연주 실력을 자랑했다. 이 판(Pan)이 아폴론과 우연히 악기 연주 겨루기를 하게 되었는데 프리기아(Phrygia)의 미다스(Midas) 왕이 심판을 보았다.
미다스가 가만히 들어보니 목축 신인 판(Pan)의 연주 솜씨가 아폴론보다 더 뛰어나 보여서 미다스는 분위기 파악을 못한 채 그만 목축 신인 판(Pan)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고 이에 분개한 아폴론(Apollon)이 미다스(Midas)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너는 귀가 먹었나 보다. 에잇, 당나귀 귀가 되어라!’ 이렇게 하여 미다스 왕은 당나귀 귀가 되었고 커다란 귀가 창피하여 항상 커다란 두건을 눌러쓰고 다녀서 아무도 임금 귀가 당나귀 귀처럼 큰 줄 몰랐다. 그런데 이따금 왕의 이발을 하러 오는 이발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왕의 명령을 듣고 나서 말을 못하니 가슴이 답답하여 미칠 것 같았다.
하루는 강가에 와서 갈대밭 속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그 속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하고 소리치고는 얼른 구덩이를 메워버렸더니 속이 후련했다.
그런데 바람이 불면 갈대가 부딪혀 와스락 거리면서 자그마한 소리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임금의 귀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미다스왕은 술(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이었던 실레노스(Silenus)를 우연히 도와준 인연으로 디오니소스의 만류에도 떼를 써서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바뀌는 능력을 갖게 된다.
밥이고, 나무고, 돌멩이고 무엇이든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였다.
그러다 깜빡... 사랑하는 딸을 만지자 황금을 변해버렸다. 이후 디오니소스에 간청하여 금으로 변하는 것을 없앴고, 다음부터는 황금에 대한, 재산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끊어버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