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8권
8. 비구니품(比丘尼品)
71) 보주(寶珠) 비구니가 출생할 때 광명이 온 성안을 비춘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선현(善賢)이란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아내로 맞이하여 온갖 음악을 즐겨 오다가, 그 아내가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한 여자 아이를 낳으니, 아이가 이 세간에 보기 드물 만큼 단정하고도 수승 미묘할 뿐만 아니라 그 정수리에 저절로 보배 구슬 하나가 있어 광명이 온 성중을 비추었다.
그 부모가 기뻐하여 이름을 보주(寶珠)라 하였는데, 아이가 점점 장대하면서 성품이 유순한 데다가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누구라도 그 보배 구슬을 요구하는 이가 있을 때엔 곧 서슴지 않고 보시하였는데, 보시한 뒤엔 그 보배 구슬이 도로 생겼다.
부모님들이 매우 기뻐하여 부처님 처소에 나아갔는데, 딸이 부처님을 뵙고는 환희심을 내어 출가하기를 원하므로 부처님께선 곧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니여.”
그러자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이내 비구니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도를 닦고 익혀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 (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모든 천상과 세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다른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보주 비구니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할 때 보배 구슬이 그 정수리에 있었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이제 부처님을 만나서 도과(道果)를 얻게 되었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 91겁 때 이 바라내국(波羅奈國)에 비바시(毘婆尸)부처님이 출현하시어 두루 교화를 마치고 열반에 드시자, 그때 범마달다(梵摩達多)란 국왕이 사리를 거두어 4보탑(寶塔)을 세워 공양하였다. 때마침 어떤 사람이 이 탑 속에 들어가 보배 구슬을 기둥에 걸어 두고서 발원하고 떠났는데,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91겁 동안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보배 구슬과 함께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 하늘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지금 또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