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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15권
23. 십악부 ②
23.6. 양설연(兩舌緣)
대체로 나고[生]ㆍ늙고[老]ㆍ병들고[病]ㆍ죽는 것[死]은 스스로 벗어날 기약이 없고 보리(菩提)와 열반(涅槃)은 닦아 들어갈 길이 있다.
모든 부처님께서 도를 증득하신 까닭은 사섭(四攝)을 행하였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범부와 성인이 귀의하는 것이고,
보살이 성현이 된 까닭은 여섯 바라밀[六度]을 행하였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승려와 속인이 우러러 공경하는 것이다.
지금 보건대 세속으로 흐르는 무리들은 오로지 근거없는 비밀한 말을 얽어 악한 것만을 피차(彼此)에 전하여 다른 이의 권속들로 하여금 갈라져 이별하게 하고 친한 벗들로 하여금 나뉘어 흩어지게 함으로써 불화(不和)의 업(業)을 즐겨 심고 생이별[生離]의 괴로움을 감득(感得)하게 한다.
가령 선한 마음으로 교화하여 악한 사람을 떠나가게 하면 그것 또한 파괴하는 것이긴 하지만 유익한 것이라서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실론(成實論)』에서 말하였다.
“만약 착한 마음으로 교화하면 비록 이별하게 한 것일지라도 죄가 되지 않으며,
만약 악한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싸워서 혼란하게 하면 그것은 이간질을 한 것이니 가장 심한 죄를 얻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질 것이요,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남에게 비방을 당할 것이며 오직 폐악(弊惡)만 얻고 권속까지 파괴될 것이다.”
마땅히 위에서 말한 거짓말[妄語]의 허물 중에서 서로[彼此]를 어긋나게(갈라놓게)하기 위한 거짓말을 하는 이가 있으니 이런 이치에 의거한다면 그것은 이간질하는 말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죄에 대해 말하자면 삼세(三世)의 고통을 불러들이는 것이니, 위에서 이미 말한 것과 같으므로 여기서는 반복해서 기록할 필요가 없다.
『사분율(四分律)』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들어야만 하느니라. 옛날에 두 종류의 사나운 짐승이 짝이 되어 살고 있었다.
하나는 선아사자(善牙師子)요, 다른 하나는 선박호(善博虎)였다.
이들은 밤낮으로 틈을 엿보아 숱한 사람들을 잡아 먹었다.
그 때 야간(野千) 한 마리가 저 두 짐승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그들이 먹다 남은 고기를 먹고 스스로의 목숨을 보전하고 있었다.
어느 때 저 야간은 스스로 가만히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언제까지나 저들만을 따라다닐 수만은 없다.
마땅히 어떤 방편으로든지 저 두 짐승들을 싸우게 하여 저들로 하여금 다시는 서로 붙어다니지 못하게 하리라.’
그리고 곧바로 야간은 선아사자에게 가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선아사자님, 선박호가 이와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태어난 곳도 우세하고 종성(種姓)도 우세하며, 모습도 너보다 우세하고 힘의 세력도 너보다 우세하다. 왜냐 하면 나는 날마다 좋고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으나 선아사자는 내 뒤만 따라다니면서 내가 먹다 남은 고기를 먹으며 스스로 목숨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하고는 곧 게송을 읊었다.
나는 형색과 태어난 곳은 물론
큰 힘을 지닌 것까지 그보다 우세하니
선아사자는 나보다 뛰어나지 못하다고
선박호(善博虎)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선아(善牙)는 야간의 말을 듣고 야간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가지고 그런 줄 알았느냐?’
야간이 말하였다.
‘당신들 두 짐승이 한자리에 함께 모여 서로 대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야간은 선아에게 은밀한 말을 끝내고 나서 곧 선박호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당신은 아십니까? 선아사자가 이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지금 나는 종성이나 태어난 곳 할 것 없이 모두 다 당신보다 우세할 뿐만 아니라 힘의 세력도 우세하다. 왜냐 하면 나는 항상 좋은 고기를 먹지만 선박호는 내가 먹자 남은 고기를 먹으면서 겨우 스스로의 목숨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곧 게송을 읊었다.
나는 형색(形色)이나 태어난 곳은 물론
큰 힘을 지닌 것까지 모두 우세하나니
선박호는 나보다 뛰어나지 못하다고
선아사자는 이와 같이 말했답니다.
선박호가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가지고 그런 줄을 알았는가?’
대답하였다.
‘당선들 두 짐승이 한자리에 함께 모여 서로 대하는 것을 보고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이후로 두 짐승은 한 자리에 모이기만 하면 성난 눈초리로 서로 노려보았다.
선아사자는 곧 이런 말을 하였다.
‘내가 마땅히 물어보지 않고 곧 그를 먼저 공격할 수는 없다.’
그 때 선아사자는 선박호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형색과 태어난 곳과
힘의 세기도 또한 저보다 우세하나니
선아사자는 나만 못하다고
선박호야, 네가 그렇게 말했느냐?
그러자 그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필시 야간이 우리들을 싸움시켜 혼란하게 하려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선박호는 게송으로 선아사자에게 답하였다.
선박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형색이나 태어난 곳은 물론
힘이 센 것도 또한 너보다 우세하며
선아사자는 나만 못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만약 아무런 이익이 없는 말을 듣고서
피차간에 이간질하는 말을 믿으면
친하고 두터운 정 스스로 파괴하여
곧 서로 원수 사이가 될 뿐이다.
만약 진실을 알았다면
마땅히 분노의 고뇌 멸해 없애고
이제 지극히 진실한 말을 하여
그 몸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여라.
지금 마땅히 잘 항복받아서
악지식(惡知識)을 제거하여 없애야 하리.
이 야간을 죽여 없애자.
우리들을 혼란케 하여 싸움 붙인
저 야간을 즉시 때려 죽이자.
그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두 짐승은 저 야간이 화합을 깨뜨림으로 인해 한자리에 함께 모여 있으면서도 서로 마땅치 않게 바라보았거늘 하물며 사람으로서 남이 화합을 깨뜨리는 일로 인해 그 마음이 괴롭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염라왕(閻羅王)은 죄인을 꾸짖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말 많은 것을 너무 좋아하면
탐욕이 늘어나서 남으로 하여금 두렵게 한다.
입의 허물은 스스로를 자랑하는 것과
또한 이간질하는 말이 제일이 되느나라.”
또 『화수경(華手經)』에서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악한 말과 이간질하는 말로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추어내기 좋아하는
이와 같이 착하지 못한 사람
그런 사람은 무슨 악이든 짓지 않는 게 없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말하였다.
“진실한 말은 보시(布拖)ㆍ지계(持戒)ㆍ학문(學問)ㆍ다문(多聞) 등을 빌리지 않고 다만 진실한 말을 하는 것만으로 한량없는 복을 얻는다.”
또 『보은경(報恩經)』에서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이 세간에 태어나면
모든 화는 입에서부터 나오나니
마땅히 입을 잘 단속해야 한다.
말이란 사나운 불길보다 더 심하니
사나운 불이야 아무리 치성하게 타올라도
세간의 재물만을 태울 뿐이나
악한 말이 불처럼 왕성하면
일곱 성인의 재물을 모조리 태워버린다.
일체 중생들의
재양은 입으로부터 나오나니
그것은 몸을 깎아내는 도끼요
몸을 망치는 화근이 된다.
정보송(正報頌)을 말한다.
이간질하는 말로 사람을 싸우게 하여 혼란시키면
지옥에 가서 찢기게 된다.
옥졸(獄卒)이 와서 그의 입을 쪼개고
벌겋게 달군 칼로 그의 혀를 벤다.
그 고통이 이미 이러한데
게다가 배고프고 목까지 마르니
악한 업을 지으면 자유롭지 못하여
도리어 제 몸의 피를 마시게 된다.
습보송(習報頌)을 말한다.
모함하고 헐뜯어서 남을 심하게 해쳤으므로
세 갈래 악한 세계의 고통을 함께 받나니
설사 사람의 몸을 얻는다 해도
과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의지하게 된다.
그의 권속들은 대부분 폐악(弊惡)하여
어기고 거스르며 제멋대로 성내거나 분노한다.
다만 악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나니
그러므로 지옥은 고금(古今)이 없다네.
23.7. 기어연(綺語緣)
대개 충직한 말은 이치를 나타내고 비단결같이 꾸며서 하는 말은 진실을 어긴다.
충직하기 때문에 진실이 담겨 있고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에 덕이 생기며, 덕이 생기기 때문에 성인이 되는 것이다.
비단결처럼 꾸며서 말을 하기 때문에 거짓말이요, 거짓말이기 때문에 죄가 생겨나며, 죄가 생겨나기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이치에 나아가 성인이 되기를 구한다면 반드시 진실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이 만약 거짓되면 끝내 이치를 어기게 되리니, 이른바 바르지 못한 말을 하는 것이 다 비단결같이 꾸민 말이라고 하는 것이다.
비단결같이 꾸며서 하는 말은 다만 자신과 남만을 이롭게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직 방일(放逸)만을 늘리고 온갖 불선(不善)만을 키워서 이로 인해 세 갈래 악한 세계에 떨어지고,
뒤에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에도 아무리 바른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
무릇 그 말을 분명하지 못하게 하는 말도 또한 비단결처럼 꾸며서 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성실론(成實論)』에서 말하였다.
“말이 비록 옳고 진실하다 하더라도 시기가 아닐 때에 말하면 그 또한 비단결처럼 꾸며서 하는 말에 떨어지게 된다.”
또 『지도론(智度論)』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귀(餓鬼)의 세계에 떨어지게 되면
불꽃이 그 입으로부터 나오고
사방을 향해 큰 소리를 내나니
이것은 입으로 지은 허물의 과보이니라.
비록 다시 많이 듣고 본 것을 가지고
대중들 앞에서 설법한다 해도
믿음의 업(業)을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믿고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만약 명예와 소문을 멀리까지 들리게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믿고 수용하게끔 해야 하나니
그런 까닭에 마땅히 지극히 성실해야만 하고
비단결처럼 꾸며서 하는 말은 반드시 하지 않아야 한다.
또 『살바다론(薩婆多論)』에서 말하였다.
“입에는 네 가지 허물이 있나니, 서로 나란히 각각 네 구씩 만들어야 한다.
첫째, 이간질을 하는 말이지만 거짓말은 아니며 악한 말도 아닌 것이니,
마치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이 한 말을 저 사람을 만나서 전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마땅히 진실한 말이기 때문에 거짓말이 아니요, 그 말이 부드럽기 때문에 악한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말이 서로의 마음을 갈라놓기 때문에 이간질하는 말이라고 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둘째, 혹 어떤 이간질하는 말은 바로 거짓말이긴 하나 악한 말은 아닌 경우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이 한 말을 가지고 저 사람을 대하여 전하되, 그 말이 두 사람의 마음을 갈라 놓기 때문에 그것은 곧 이간질하는 말이라 하고 거짓말을 하였기 때문에 거짓말이 된다.
그러나 그 말이 부드럽기 때문에 악한 말이 아닌 경우와 같은 것이다.
셋째, 혹 어떤 이간질하는 말은 곧 악한 말이긴 하지만 거짓말은 아닌 경우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의 말을 가지고 저 사람을 대하여 전하되,
그 말이 두 사람의 마음을 갈라 놓았기 때문에 바로 이간질하는 말이라 하고
그 말이 추악하기 때문에 바로 악한 말이라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진실한 말에 해당하므로 거짓말은 아닌 경우와 같은 것이다.
넷째, 혹 어떤 이간질하는 말은 곧 거짓말이기도 하고 바로 악한 말이기도 한 경우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이 사람의 말을 저 사람을 대하여 전하되, 두 사람의 마음을 갈라놓기 때문에 이간질하는 말이라 한다.
그 말이 거짓말이기 때문에 그것은 곧 거짓말이요,
또한 악한 소리로 말하기 때문에 바로 악한 말이라고 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이 외에 거짓말과 악한 말이 각각 네 구를 만드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비단결처럼 꾸며서 하는 말 한 가지는 각각 서로 갈라놓지 않기 때문에 따로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실론(成實論)』에서 말하였다.
“입으로 짓는 다른 세 가지 업은 혹은 화합시키기도 하고 혹은 갈라놓기도 하지만 비단결처럼 꾸며서 하는 말 한 가지는 반드시 서로 이간질시키는 것은 아니다.”
정보송(正報頌)을 말한다.
비단결처럼 꾸며서 하는 말은 옳은 이치가 없어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미혹시켜 혼란하게 하며
다른 사람의 선근(善根)을 잃게 하므로
지옥에서 그의 입에 구리 녹인 물을 붓고
벌겋게 달군 쇠로 그 업을 태우며
배는 물론 장부(藏腑)까지 다 태우나니
이런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서
슬피 울면서 항상 절규하고 울부짖는다.
습보송(習報頌)을 말한다.
근거 없는 허황된 말은 진리(眞理}를 가리나니
이렇게 하면 악한 세계에 빠지게 된다.
그곳을 떠나 잠시 사람의 세계로 돌아오면
말을 해도 깨달아 아는 이가 없다네.
태어나서도 아무런 신앙심(信仰心)이 없어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수모[羞恥]를 당하나니
어찌하여 경전 글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