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르츠와 동료들은 참가자들에게 회상이 잘되거나 잘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면
그 어림짐작을 막을 수 있으리라 추측했다.
이들은 참가자들에게, 사례를 회상하는 동안 음악을 들려줄 텐데
그 음악이 회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때 일부 참가자에게는 음악이 회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고,
일부에게는 회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회상이 잘되는 이유가 '설명된' 참가자들은
그 회상 용이성을 어림짐작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음악 때문에 회상이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참가자들은
열두 가지를 회상해도 여섯 가지를 회상할 때와 똑같이 자신을 단호하다고 평가했다.
다른구실로 참가자들을 속여도 결과는 같았다.
지문text을 둘러싼 테두리가 곡선이나 직선이냐에 따라, 모니터 배경 색깔에 따라,
그외 실험 진행자가 생각해낸 무관한 어떤 요인에 따라
회상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설명을 해도
참가자들은 판단을 내릴 때 회상 용이성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앞에서 말했듯이, 회상 용이성으로 판단에 이르는 과정에는 복잡한 연쇄적 추론이 개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가자들은 사례를 생각하는 동안 회상이 점점 어려워지는 경험을 한다.
이들도 회상이 느려지리라고 예상하는 게 분명하지만, 실제로 느려지는 속도는 예상을 벗어난다.
새로운 사례를 생각해내기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어려워진다.
열두 가지 사례를 말해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단호하지 못하다고 평가하는이유는
바로 이런 예상치 못한 속도 저하 때문이다.
이때 속도가 떨어져도 놀라지 않는다면 속도 저하는 더 이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 과정은 복잡 미묘한 일련의 추론으로 구성된다고 보인다.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1에 그런 능력이 있을까?
그 답은 사실 어떤 복잡한 논리적 사고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시스템1의 기본 특징에는 예상을 히놓고 그 예상이 맞지 않을 때 놀라는 능력도 있다.
또, 최근에 놀랐던 사례에서 그럴듯한 원인을 찾는 식으로 놀람의 원인을 회상하기도 한다.
게다가 시스템2가 시스템1의 예상을 그때그때 조정하는 탓에
여느 때 같으면 놀랄 일이 거의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가령 옆집에 사는 세 살짜리 남자아이가 유모자를 탈 때 종종 신사모자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치자,
그러면 신사 모자를 쓴 그 아이를 보았을 때 그 말을 듣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덜 놀랄 것이다.
슈바르츠의 실험에서는 배경음악이 회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미리 말해주었다.
그래놓으니 열두가지 사례를 회상할 때의 어려움은 더 이상 놀랍지 않고,
따라서 그 어려움이 단호함 판단에 개입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슈발츠와 그의 동료들은 어떤 판단에 개인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은
회상한 사례의 수에 영향을 많이 받고 회상하기 쉬운 정도에는 영향을 덜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두 부류의 학생을 모집해 심장병 발병위험을 연구했다.
학생 절반은 심장병 가족력이 있어서 그렇지 않은 다른 절반보다 그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리라 예상되었다.
실험에서, 두 집단 모두에게 일상에서 심장 건강에 영향을 미칠 행동을
세 가지 또는 여덟 가지 말해보라고 했다.
(일부에게는 심장병을 일으킬 위험한 행동을 물었고, 일부에게는 심장병을 예방할 안전한 행동을 물었다.).
심장병 가족력이 없는 학생들은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에 기대어 자유롭게 대답햇다.
이들 중 여덟 가지 '위험한' 행동의 사례를 힘들게 찾은 학생은 자신을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꼈고,
'안전한' 행동의 사례를 찾느라 애를 먹은 학생은 자신을 위험하다고 느꼈다.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학생들은 반대 유형을 보엿다.
이들은 안전한 행동의 사례를 여럿 회상했을 때 더 안전하다고 느꼈고,
위험한 행동의 사례를 여럿 회상했을 때 더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위험성을 평가한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느꼈다.
결론을 말하자면, 사례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은 시스템1의 어림짐작의 결과이고,
여기에 시스템2가 좀 더 관 여하면 그 어림짐작 대신 사례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여러 증거를 모아보면, 시스템1에 좌우되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는 사람보다
회상용이성 편향에 휘둘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생각하면서,
회상 내용보다 회상 용이성에 훨씬 더 영향을 받을 법한 상황을 몇 가지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ㅇ 머리를 써야 하는 다른 일을 동시에 하고 있을 때
ㅇ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이제 막 떠올려 기분이 좋을 때
ㅇ 우울증 측정에서 낮은 점수가 나왔을 때
ㅇ 해당 주제에서 진짜 전문가가 아니라 그 주제를 잘 아는 초보자일 때
ㅇ 직관에 대한 신뢰도 측정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을 때
ㅇ 권력이 있으 때(또는 있다고 느낄 때)
나는 마지막이 특히 흥미롭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논문을 소개하며 유명한 말을 인용한다.
"나는 내가 옳다고 여기는 행동을 하라는 허락을 받자고 많은 시간을 들여 전 세계에서 투표를 실시할 생각은 없다.
이제 막 느낌이 왔다." (2002년 11월 조지 W.부시.)
그러면서 직관에 의존하는 성향을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사실도 증명한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권력이 있었을 때를 상기시키기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을 더욱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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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용이성과 관련한 말들
"비행기 추락 사고가 지난 달 우연히 두 건 발생한 뒤로 그는 이제 기차를 고집한다.
어리석은 일이다. 사고 발생 위험은 변한 게 없다.
다만 그가 회상 용이성 편향에 빠졌을 뿐이다."
"언론에서 실내 오염을 다루는 일이 거의 없어서 그는 그 위험을 간과한다.
회상 용이성 효과다. 통계를 봐야 한다."
"그는 요즘 스파이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에 세상을 온통 음모로 본다."
"그 최고 경영자는 연달아 성공을 거둔 탓에 실패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회상용이성 편향으로 자만에 빠진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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