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에 걸쳐 이 책을 맹독했습니다.
마지막날은 점심도 거르면서 읽었습니다.
그만큼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이 소설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자 주인공 덴고가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거야.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진 세계인지,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움직이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찾아낼 것이야'
그렇게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가 이렇게 결심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여자 주인공의 헌신이였습니다.
여기서 줄거리를 이야기해야겠네요
여자 주인공 아오마메는 1Q84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1984년을 살고 있지만 그녀는 분명 1984년이지만 뭔가 다른 1984년에 의문을 답니다. 그녀에게만 두개로 뜨는 달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달이 두개 뜨는 세계는 리틀피플이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그들은 공기번데기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사람의 분신(도터)이 탄생합니다. 이 분신이 perceiver(감지자)가 되어 종교적 접신행위를 통해 receiver(받는자)를 만듭니다.이 리시버를 통해 리틀피플은 세상을 지배합니다.물론 그 세상은 그들만의 세상입니다. 선두라는 종교단체가 있습니다. 이 단체의 리더는 자기 딸의 분신(도터-리틀피플이 만든)과의 성행위(통상적인 그런 것이 아니라 종교적 행위로서)를 통해 리틀피플의 리시버가 됩니다. 신도들은 이 리더만이 영적인 말을 듣기에 거의 신처럼 받듭니다.그러나 이 리더에게는 육체적 심한 고통을 겪는 것으로 그 댓가를 치릅니다. 아오마메는 스포츠요가강사로서 살지만 전문킬러이기도 합니다.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이중인격자들인 남자들을 살해합니다.아오마메에게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로서 노부인이 있습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남자들의 잔인한 성폭행에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버린 경험을 갖고 있지요. 이들은 선두라는 종교단체내에서 아동 성폭행- 종교적 접신행위가 이들에게는 이렇게 보입니다.-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단체의 리더를 살해할 것을 공모합니다. 아오마메는 육체적 고통을 겪는 리더에게 맛사지치료를 하는 것을 핑계로 접근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를 처치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런데 그 리더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됩니다. '난 네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난 리틀피플이 만들어 논 세계의 리시버이고 그에 대응하는 anti-little people세력이 있는데 나의 딸(후카에리)과 덴노라는 사람이다.난 죽고 싶다. 리시버로서 살지만 그 댓가로서 육체적 고통이 너무 심하다.그러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덴노가 죽을 것이다.나를 죽이면 우리의 신도들에 의해 네가 죽을 것이다.선택하라' 아오마메는 결국 그를 죽입니다.덴노가 누구일까요? 바로 아오마메가 평생 그리워하고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증인회'신자로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자신에게 따뜻함을 보여 줬던 덴노의 손을 꼭 잡고 연정을 표현한 이후로 그녀는 30평생 그를 잊지 못한 거죠.물론 그이후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말입니다.
자 그럼 덴노이야기를 해볼까요. 덴노는 육체적으로 튼실한 청년입니다. 수학강사이면서 소설을 씁니다.한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후보자 소설을 읽어 추려내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서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을 주목합니다. 엉성한 문장과 문체이지만 줄거리의 독창성과 환타스틱한 면에 반합니다. 드디어 출판사 편집자인 고마쓰와 작당을 하여 이 소설을 첨삭합니다.분명 사기지요.그러나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끌려 덴노는 이 작업에 매진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베스트셀러로 만듭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제 작가인 17세 여학생인 후카에리를 만나면서 소설 공기번데기의 내용이 사실 실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후카에리가 선두종교집단의 리더의 딸이고 리틀피플이 자신의 분신을 만드는 것에 불안감과 불온함을 느끼고 도망쳐 나옵니다.그리고 덴노와 함께 종교적인 의미의 접신(겉으론 성행위)을 통해 anti-little people 세력을 형성하게 됩니다.소설의 후반에는 두 세력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예견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덴노의 유부녀 애인을 상실시킵니다.유령단체를 이용해 그를 돈으로 회유합니다.리틀피플과 선두세력이 후카에리와 덴노를 압박해 들어오는 기운이 서려옵니다.그러나 갑자기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이 대립구도는 사라집니다. 왜냐구?요. 아오마메가 리더를 죽임으로써 리틀피플의 대리인이 없어짐으로서 대항세력의 존재감이 상실된거죠. 리틀피플이 또 다른 대리인을 찾을 때까지 휴전이 되어 버린거지요.물론 또 다른 대리인이 나온다 해도 이 대항세력의 존재감은 없어질 겁니다.그들은 죽은 리더에게만 유효한 대항자들이었니까요.
다시 아오마메로 되돌아 갑니다. 그 녀는 선두 세력들에 의해 쫓김을 당하고 세이프하우스에 은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집 베란다에서, 두개의 달이 휘영청 떠 있는 9월 어느 날 저녁에 덴노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그토록 사랑했던-자신의 목숨을 담보로-그 남자가 어린이 놀이터 미끄럼틀에 앉아 두개의 달을 보고 있는 것을 말입니다. 그녀는 여러 고민 끝에 그에게 달려갑니다.그러나 그는 사라지고 없어집니다. 아오마메는 그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눈물흘립니다.'그래 여기까지야'라는 울림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들리는 듯 합니다. '바보같은 자식! 덴노.이런 여자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다니!!' 아오마메는 1Q84 의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1984년에서 1Q84로 진입한 고속도로 비상계단으로 갑니다. 그 계단이 출구이자 입구일거라 생각한 거죠.그러나 그 계단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출구는 없었던 것이지요. 그 녀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총으로 자살합니다. 아오마메는 선두세력에게 자신의 목숨을 넘길 수는 없었던거죠.
이야기를 첨으로 되돌립니다. 덴노는 자신을 항상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출생의 비밀을 나름대로 알게 됩니다.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닌 아버지에게 자신을 길러준 감사의 느낌을 갖게 됩니다. 유년시절 고독하고 불행했던 기억과 결별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여인이 자신을 거쳐갔지만 진정으로 사랑했고 만나길 원했던 여인이 초등학교때 자신의 손을 꽉잡아 주었던 아오마메라는 걸 알게 됩니다.그 녀를 찾아 나서기를 결심합니다. 후카에리가 영적인 능력으로 아오마메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그러나 결국 눈앞에서도 그 녀를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덴노는 삶의 새로운 원기를 찾습니다.이는 글의 모두에 적어놨습니다.그 원기는 그 녀에게서 얻은것이였습니다. 그 녀가 자신에게 주려 했던 것은 '생명의 온기'였음을 덴노는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그는 그 온기를 평생 잊지 않고 맘에 담아두면서 살겠노라고 결심하게 됩니다.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었습니다. 몇 분에게 이야기를 해봐도 이 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더군요.'상실의 시대'를 읽어 봤냐고 되차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유명한가 봅니다. 일본소설 몇 권을 읽어본 유치한(?)경험에 의하면 일본소설은 경쾌하고 빠르다는 걸 느낍니다. 또한 성적인 묘사에서는 거침없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소설도 그런 느낌입니다. 거기에 하루키라는 소살가가 매우 박학다식하고 묘사력이 뛰어남을 느낍니다. 다중적이고 중층적인 의미를 갖는 현상을 독자들이 적당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설을 써 내려 갑니다. 선과악의 균형적 대립이라든가 티벳의 수레바퀴같은 비유와 설명은 기억에 남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소설에 대한 총평은 리틀피플이니 리더니 퍼시브니 리시브니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두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핵심이라고 생각됩니다. 소설 내용중 한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맺습니다.
" 사랑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1Q84 2권 211 페이지 인용)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이곳에서 구경하던 중. 반가운 제목이 있어 들렀습니다.원진호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하고, 한번 더 읽을까 하고 꺼내논 책이 생각나 뒤적이던 중 책을 접어 논 곳이 눈에 띄어 읽어보니 원진호님이 인용하신 페이지 이군요~. 이런 반가울데가 다 있나.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부분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는것, 또한 그것을 알게된다는것, 이것이 독서토론 마을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모처럼 웃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