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접하는 책에는 결국 무엇이 담겨야 할까요?
지리산에서 만난 사회복지사들은 바로 '사람'이라고 서슴없이 말했습니다.
매년 지리산에서 찾는 진정한 나! 사회복지사 지식공유네트워크 <책.책.책>이 올해로 5회를 맞았습니다.
지리산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 볼게요!
너무나 절실했던 기회, 지리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지리산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단풍처럼 붉은 노을이 점차 보랏빛으로 변하면서 지리산은 저녁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지리산으로 학습 여행을 떠난 사회복지사들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2017년부터 시작한 사회복지실무자 지식공유네트워크 <책.책.책>은
이제 중부재단을 대표하는 학습 연수 프로그램입니다.
사회복지사 사무소 구슬의 김세진 소장의 인솔 하에 한층 성장하고 싶은 사회복지사들이 모여 지리산으로 학습 여행을 떠나는데요.
가을 정취를 가득 머금은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밤에는 함께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사람책, 종이책, 산책'이라는 뜻의 <책.책.책>이란 이름처럼, 사회복지사들은 잠시 서로의 책이 되어주지요.
제5회 <책.책.책>은 지난 10월 초에 진행됐습니다.
매년 여행자들이 묵는 숙소인 '도시고양이생존연구소'를 찾아가니
사회복지사들은 어느새 자신의 길을 걷는 여행자가 되어 맞아주었습니다.
여수 하화도, 지리산 등 섬과 산을 넘나들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오롯이 지리산에 스며드는 일정으로 진행됐는데요.
지리산 둘레길 3구간에서 시작해 형제봉 일출, 하동 녹차 밭, 섬진강, 노고단, 피아골을 지나며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 푹 빠졌습니다.
숙소에서 만난 남유진 사회복지사(진주시평거종합사회복지관)는 올해로 19년 경력의 베테랑 사회복지사입니다.
‘다리는 많이 후들거린다’라며 웃었던 그녀는 ‘후임들에게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책.책.책에 적극 지원했다고 했습니다.
"전국에서 열심히 사회사업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제가 먼저 학습 여행을 떠나야 후임들도 부담 없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생각했죠.
저로 인해 후임들이 새로운 길을 가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남편의 적극적인 응원 덕분에 4년 전부터 기다렸던 책.책.책에 참여할 수 있었던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바로 전유나 사회복지사(사회복지법인 나눔세상)였는데요.
"책.책.책 1회부터 저도 참여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에 첫아이를 출산하느라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했어요.
그 후 새로운 업무를 맡았는데, 알아야 할 것이 많았지만 다른 동료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았어요.
올해 책.책.책 참여자 모집공고를 접한 남편이 아이들 걱정은 말고 다녀오라고 응원해 줬어요.
소중한 기회인 만큼 동료들의 사회복지 노하우를 잘 배우면서 사회복지 현장을 발전시키는데 저도 일조하고 싶어요."
희한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 멋진 산
책.책.책 참가자의 기본 자격은 백신 2차 접종 완료자입니다.
또한 학습 여행 시작 직전에 다시 한번 코로나 검사를 해서 전원이 이상 없다는 확인을 마쳤지요.
지리산이 속한 하동군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3단계여서 참가 인원 수도 스텝 포함 최대 8명으로 제한했습니다.
남유진 사회복지사는 동료들과 여행을 하며 '희한하다'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을 안고 지리산이라는 천혜의 자연 속에 들어오니,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말문이 금세 트였다고 했죠.
참가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자기소개를 하고 나이와 업무, 경력에 상관없이 마음껏 수다를 떨었습니다.
꽃길과 산길을 걸으며 끝없이 파란 하늘을 만나는 시간. 여행자들은 절로 편안한 마음에 푹 빠졌습니다.
하지만 내 몸이 힘들면 짜증도 나고 부정적인 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다들 전문 등산가가 아니라 지리산 등반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는데요.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게 바로 지리산과 좋은 동료가 주는 기운이겠죠?
"이 기회가 다들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체력이 달려도 불평을 하는 분들이 없어요.
잠시 저 자신을 내려놓고 동료들의 말을 경청하니 모두 좋은 기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전유나 사회복지사의 말에 남유진 사회복지사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운동을 잘 안 하다 보니 등산 스틱을 짚고 걸어도 다리가 후들거리더라고요.
제가 뒤처져서 맨 뒤에서 걷는데 동료들이 든든하게 노래를 불러주시면서 제게 힘을 주셨어요.
저를 기다려주시면서 부담 갖지 말고 제 속도대로 오라고 격려해 주셨죠."
힘내라며 ‘꼴찌송’까지 불러주는 동료들이 있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까요?
저녁에는 숙소에서 편히 쉬면서 <사회복지사의 독서노트>(김세진 저, 구슬꿰는실)을 함께 공부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데요.
지난 책.책.책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은 올해 스태프로 봉사에 나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차량 이동과 촬영 봉사, 기록 봉사 등 학습 여행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일들에 기꺼이 봉사자로 나서주고 있습니다.
전유나 사회복지사는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저녁에는 공부를 하면서 중부재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보통 공모사업 대상자로 선정할 때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마련이지만 중부재단은 달랐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의 진정성만을 보고 책.책.책 참가자로 선정하기 때문이죠.
“중부재단에게서 아무런 대가 없이 좋은 기회를 얻었어요.
중부재단이 제게 투자해 주신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제가 사회복지 현장에 돌아가면 책.책.책을 통해 배운 것을 하나라도 실천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인생에 꼭 한 번 지리산을 와야 한다
지리산으로 매년 학습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지리산은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이죠.
매년 책.책.책 참가자들을 이끄는 김세진 소장은
어머니의 품처럼 크고 넉넉한 지리산이야말로 사회복지사들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말했습니다.
워낙 산 면적이 넓어서 관광객들을 마주치지 않고 오롯이 사회복지사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또한 김세진 소장이 가장 잘 알고 익숙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을 안전하게 인솔할 수 있습니다.
“인생에 꼭 한 번 지리산을 와야 해요. 다시 온다면 꼭 종주해 보세요.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됐지만 그래도 몸을 직접 움직이면서 가까운 산에라도 꼭 가보시길 추천해요.
사람이란 존재가 땅에서 나왔기 때문에 땅과 멀어질수록 몸과 마음이 삭막해져요.
내가 메말라간다고 느껴질수록 자연 가까이에 다가가시길 바랍니다.”
참가자들은 ‘1분 1초가 아쉽다’라고 말할 정도로 책.책.책의 시간이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일정이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전유나 사회복지사에게는 열일곱 살의 꿈을 되살리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노고단에 간 적이 있는데,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보니 그때 걸었던 길이 어렴풋하게 기억나더라고요.
내일 노고단에 가는 동안 열일곱 살에 품었던 꿈이 다시 떠오를 것 같아요.
훗날 제 아이들과 다시 노고단에 왔을 때
'아, 서른 살에 중부재단 덕분에 이 길을 걸었지'하고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남유진 사회복지사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지리산에서 느낀 고마움이 오랫동안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든지 제 안에서 힘이 계속 날 것 같아요.”라고 말했죠.
자연이 주는 힘은 이렇게 강력합니다.
잠시나마 도시와 일상을 떠나 만나는 자유를 두고두고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이 되는데요.
중부재단은 더 많은 참가자들에게 책.책.책 참여 기회를 드리고자, 올해는 10월과 12월 두 차례 책.책.책을 진행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지리산에서 다시금 힘을 얻고 나아갈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는데요.
겨울 지리산에서 펼쳐질 이야기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짧지만 깊은 여행을 떠나는 모든 사회복지사들이 지리산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돌아오기를 응원합니다.
중부재단 블로그에서 원문 읽기
https://blog.naver.com/jungbu01/22254381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