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총평과 회향법회 〈끝〉
사부대중 ‘수평적 논강’시도 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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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소의경전 금강경에 대한 열띤
논강을 벌인 금강경결제가 지난 8일 회향법회를 봉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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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결제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고 절집 전통의 논강(論講)방식을
복원해 사부대중이 ‘동등한 자격’으로 동참한 가운데 열린 금강경
결제가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의 바른 이해를 통해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숙제를 풀고자 대중들이 지혜를 모았던 금강경 결제는 교단 안팎의 관심 속에 모두 열차례의 논강을 성황리에 진행했다. 지난해 11월23일부터 매주 토요일 실상사 화엄학림 강당을 뜨겁게 달군 이번 금강경 결제는 새로운 모범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긍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지난 8일
오후 6시 봉행된 금강경 결제의 마지막 행사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한다. 1부는 총평, 2부는 회향법회로 진행됐다. 사회는 화엄학림 학감
해강스님.
“경전에 대한 정당하고 바른 이해가 없는 수행은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먼저 말문을 연 재연스님(화림원 원감)은 금강결 결제를 개최한 취지가 경전의 바른 이해를 통해 한국불교를 진단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그동안 참선위주로 수행이 평가되던 종단의
풍토를 개선하고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열린 논강’이란 방식으로 풀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금강경 결제는 “사부대중이 동등한 자격으로 경전을 논(論)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출가와 재가를 상하 또는 수직관계로 받아들이던 교단의 현실에서 출재가가 무릎을 맞대고 소의경전을 논강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간경,참선 함께가는 수행풍토 되살려야
스님, 재가자 수직적 관계 토론에 큰장애
논주 소임을 맡아 이번 논강을 주도한 각묵스님은 “경전공부와 참선은 수행에 있어 동등한 것”이라며 “초기 경전에 의하면 참선을 통하지 않고도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제 기간 내내 각묵스님에 맞서 “금강경 가르침의 핵심은 반야바라밀”이라고 역설한 해월스님(동화사 강주)은 이날 역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한국불교의 수행자 상을 금강경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월스님은 논강 진행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논강을 진행하는데 있어 일방적인 논조로 흘러가 균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소한 논사(論師)들에게는 충분한 발언시간을 주어야 했습니다.”
논사로 참여한 성륜스님(화림원 원주)도 의견을 밝혔다. “지금의 종단 수행풍토가 선방 결제에 치우친 점이 있는데, 이번에 시도한 간경결제는 이같은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앞으로 계속되야 합니다.” 성륜스님 역시 경전읽기와 참선은 동등한 수행방법이라며 “간경과 참선을 분리하지 말고 함께가는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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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동참대중들은 활발하게
의견을 내놓았다. |
논주와 논사들의 평가에 이어 결제에 동참한 대중들이 소감을 발표했다. 거창에서 온 한 재가불자는 “결제에 동참하면서 금강경이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와 출재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했다”면서 “특히 스님과 재가자의 관계가 동등하기 보다는 수직적이어서 재가불자들이 토론에 참여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비구니 세등스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드러냈다. “출재가의 관계가 수직적이라는데 공감한다”면서 “이와함께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비구 비구니 관계도 이번 결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장스님(익산 관음사)은 “재가불자들이 많이 동참하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아 금강경 결제는 성공적이었고, (결제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면서 “경전을 보다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도법스님은 “금강경 결제가 오늘의 문제를 성찰하면서 한국불교의
문제를 좀더 진지하게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며 “(한국불교의)
약점이 드러난 부분도 긍정적으로 봐야 하며, 이런 장을 통해서 더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다뤄갈 기회를 얻게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에 비해 “대승불교의 본래사상과 한국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논강을 진행하는데) 혼란이 일어났으며, 일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회향식에서는 결제기간 내내 한번도 빠지지 않고 동참한
재가불자 김정봉씨를 비롯한 대중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전달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한국불교 사상 처음으로 사부대중이 함께 한 금강경 결제는 불자들에게 불교의 바른 이해와 수행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함께 한국불교의 현실을 진단하고 교단 구성원들이 소의경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한 것 역시 점수를 받을 만하다.
남원=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 회향 발원문
“경전읽기는 무아의 거울에 자신 비추기”
지난 8일 회향법회에서는 동참대중 명의로 회향발원문이 낭독됐다.
지난 100일간의 결제를 마감하며 발표된 발원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경전은 부처님께서 제시한 세상에 대한 안목이며 깨달음의 내용이다. 또한 부처님의 깊고 깊은 지혜와 자비로운 실천의 기록이며, 온 중생의 길잡이 이다.
금강경을 제대로 수지 독송한다는 것은 곧 무아와 연기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사유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무아와
연기의 거울에 비쳐진 나는 나일 수 없다.
정진의 완성은 모든 ‘너’를 ‘내 것’으로 싸안으며, 그러한 내 자신의 속 마음조차 손바닥처럼 명료하게 조견(照見)하여, 마침내는 모든 ‘너’와 ‘내’가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지혜와
자비의 완성이요,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신 양족존(兩足尊)이다.”
/ 회향법문
통광스님
相척파와 반야바라밀은 같은 것
“우주의 본체 생명에 대한 의문점이 머릿 속에 맴돌고, 그것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공부는 ‘똑 같은 공부’이다. 참선을 하든, 경을
보든, 주력을 하든, 무엇을 하든, 그 한 생각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수행에 있어 중요하다. 결제 기간동안 금강경 핵심을 놓고 ‘상의 척파’와 ‘반야바라밀’이 대립했는데, 사실 둘은 같은 것이다.
상(相)을 척파하는 것이 바로 반야바라밀이며, 반야바라밀은 상이 척파될 때 드러나는 것이니 서로 다르지 않다. 무엇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산냐에 걸리는 것이다.
금강경 결제에서 허심탄회하게 드러내고, 서로 탁마하고, 자기 생각을 보이는 것은 공부를 하는데 있어 좋은 일이다. 이러한 가풍이 널리
전해져서 온 종도들이 허심탄회하게 공부한 바를 드러내어 모든이에게 이익을 주고 탁마를 받을 때 공부에 진취(進取)가 있고, 견성오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결제를 마치며
재연스님
현실문제 못다뤄 아쉬움도
수행이란 바른 사유와 실천을 아우르는 것이며, 넓은 의미의 향상, 세상과 나를 바람직한 상태로 변화시킨다는 본래의 의미를 잊지 않는다면 경전 읽기가 적법한 수행이냐는 물음 자체가 나올 수 없다. 물론 경전이 맑은 거울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속의 가르침이 제대로 이해된 경우에 한해서다. 수지독송이 특정 경전에 대한 맹목적 신앙이나 막연한 경외심의 표출에 그치거나 단순히 집중의 수단으로 쓰인다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외워대는 다라니와 전혀 다를 바가 없으며, 그때
우리는 단호하게 ‘그것은 비불교적 행태’라고 말해야 한다.
논강때 마다 승가와 수행자 개인의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적절하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문제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일상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경전의 가르침이 자신과 이웃의 변화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작용되어야 한다. 그러한 변화를 일으킨 필수적인 조건은 현실에 대한 바른 판단과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다. 즉 무아 연기 공의 눈으로 나와 주변을 보는 것, 그리고 어긋나고 뒤틀린 부분을 바로잡는 도구 역시 무아, 연기 그리고 공이어야 한다. 이번 결제를 통해 정법에 대한
사부대중의 관심과 열의가 확인된 이상, 대중의 갈증을 풀어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2003-02-12 오후 3:07:44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