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레, 신의 분노(Aguirre, der Zorn Gottes 1972)> : 황금의 이상향, 엘도라도 탐험기
베르너 헤르초크(Werner Herzog) 감독
승려 카스파르 데 카르바할의 일기 형식으로 엮은 스페인의 페루 탐험기. <아기레, 신의 분노>는 황금의 이상향 엘도라도를 찾아가는 정복자들의 이야기다.
1560년 크리스마스에 시작해 뗏목에 탄 모든 스페인 사람들이 죽고, 반란을 주도한 돈 로페 아기레만이 남는다. 자신이 ‘신의 분노’라고 외치며 미쳐 날뛰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원숭이 떼가 뗏목을 온통 뒤덮는다. 진화론과 인류의 종말을 연상시킨다. 아기레의 저주받은 광기 속에서 세계 정복을 꿈꾸던 나치 히틀러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우화가 강력한 메시지로 전해진다.
2차 대전 뒤, 독일에서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비해 뒤떨어진 상업영화만이 판쳤다. 1956년, 독일의 젊은 영화인들은 ‘오버하우젠 선언’을 통해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외친다. 그리고 곧 의회는 독일 영화의 부흥을 위한 지원 법안을 통과시킨다. 뮌헨을 중심으로 젊은 영화인들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들어서 독일 영화는 새로워진다. 그 새로운 변모를 영국 평론가들이 먼저 발견해 ‘새로운 독일 영화’, 즉 뉴저먼 시네마라고 불렀는데, 독일 국내에서는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의 ‘노이에 벨레’라고 했다. 이렇게 독일 영화는 부활했다. 1910년대 말에서 1920년대를 찬란하게 수놓았던 표현주의의 영광이 1970년대에 와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 대표 주자의 한 사람이 베르너 헤르초크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독일 영화의 르네상스’라는 커버스토리로 새로운 독일 영화 특집을 마련하여 새로운 독일 영화에는 표현주의의 맥이 보인다고 했다. 헤르초크에세는 <최후의 인간>의 프리드리히 무르나우의 영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헤르초크는 지나간 시대의 표현주의 영화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독일인의 피 속에 흘러내려오는 표현주의적 국민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기레, 신의 분노>는 남미의 자연을 배경으로 급류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정복자들의 모습과 뗏목과 함께 숲 속에서 겪는 권력과 이에 반항하는 아기레의 집요한 대결이 잠시의 숨 돌림도 없는 긴장 속에 전개된다. 파스빈더도 그렇지만 새로운 독일 영화에는 유머가 없다. 인디언의 화살이 날아오고 하나씩 죽어가는 뗏목 위에서 혼자 남은 아기레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신의 분노이다. 우리는 멕시코를 코르테스에게서 되찾고,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내 딸과 결혼해, 함께 순수한 왕국을 건설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대륙을 지배할 것이다. 우리는 참고 견뎌나갈 것이다. 나 말고 무가 있겠는가. 나는 신의 분노이다.”
신의 저주받은 정복자를 자처하는 아기레 역의 클라우스 킨스키의 연기가 일품이다. 마치 세계 정복이라는 망령에 휩싸였던 히틀러와 나치, 그리고 모든 독재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헤르초크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겸했다. 영화는 카스파르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중간에 누군가가 잉크를 마셔버려 일기가 중단된다. 그 뒤는 아기레의 독백으로 나레이션이 계속된다.
ㅡ안병섭
첫댓글 얼마 전, 친딸을 10년 넘게 성폭행한 사실을 그 딸이 언론에 공개한 폴란드 출신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죽고 나서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한...